구도자를 위한 엄숙한 저녁 기도 (K.339)
Mozart: Vesperae Solennes De Comfessore
온 마음으로 코로나를 견뎌내고 있다. 심리적 면역력의 역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더이상 이렇게는 안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with 코로나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번 생에서의 나의 역할은 그들 앞에서 언제나 '위로자'의 역할을 해야하는 사람이었다. 마치 내가 불평을 조금이라도 하려고 하면 '네가 불평하면 안되지...' 하고 누군가가 비난을 퍼붓기라도 할 듯, 코로나 시대에 강박적으로 '감사'만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물론 감사하는 삶의 유익함은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 나는 감사할 조건이 너무 많은 사람이지...그러다 문득 나의 실존적 외로움에 직면하게 되었다. 나의 이런 마음은 누가 위로해 주나? 그런 내게...그곳에 '음악'이 있었다. 매번 다르게 다가오는 느낌의 음악들, 나에게 이야기 건네주는 음악들, 나를 위로해주는 그런 음악들이 있었다. 이 때 모짜르트의 'Vesperae Solennes De Comfessore' in C Major, K.339 No.5(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를 만났다. 아마도 혼자만의 조용한 내면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했는가보다. 대학때 였던것 같다. 친구들과 재미삼아 갔던 사주를 봐주었던 종로의 한 찻집에서 어떤 스님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셨었다. '벽을 보고 기도해야 할 사주'라고...교회를 다니고 있던 나는 그냥 흘러들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점점 조용한 시간을 갖고 기도하며, 내면을 채우는 시간들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낀다. 그리고 거기에 음악과 함께 한다.
짤즈부르크에서 말년을 보낸 모짜르트는 짤즈부르크 대성당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2편의 저녁기도를 작곡하였다. '도미니코의 저녁기도(1779)'와 '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1780)'가 그것이다. 짤즈부르크에서 쓴 다른 미사곡들처럼 이 작품(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도 간결성의 개념을 도입한 비교적 짧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성의 이어짐이 다양하고, 서로 독립해서 연주해도 좋을 정도로 대조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 모짜르트가 작곡한 미사곡은 모두 15여곡으로 그의 600곡이 넘는 작품수에 비하면 적은 수이다. 그러나 레퀴엠을 비롯한 그의 미사곡은 명작들로 유명하며, 지금도 자주 연주되어지고 있다. '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는 시편에 기초한 6개의 곡으로 이루어져있는데, 특히 5번째 곡인 'Laudate Dominium(주를 찬양하라)'은 자주 연주되는 곡으로 알려져있다. 짧지만 간결한 소프라노 솔로의 선율이 매우 아름다우며 솔로와 합창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명곡이다. 가사는 경건한 예배와 영원한 찬양인 시편 117편에 기초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나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주변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 스트레스와 더불어 고용불안, 빈둥지 증후군,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어머니의 죽음이 그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시간들 가운데서 음악은 늘 나와 함께 있었다. 음악심상치료사(MIT)로서 음악과 심상치료(Music & Imagery Therapy)를 받기도 했고, 자가치료(PMI)를 끊임없이 하며 나의 내면을 탐색하고, 달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떠오른 음악이 바로 이것이다. 모짜르트의 'Vesperae Solennes De Comfessore' in C Major, K.339 No.5(구도자의 엄숙한 저녁기도)로 내면의 밝은 빛을 채우는 심상을 떠올리며, 당분간 내면의 상처들을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시편 117편: 너희 모든 나라들아 여호와를 찬양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아 그를 찬송할지어다. 우리에게 향하신 여호와의 인자하심이 크시고 여호와의 진실하심이 영원함이로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