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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um Mar 01. 2021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 흘린적 있는가?

Schumann, Piano Quartet  Op.47 3rd


 비가오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사람'의 가사가 먼저 떠오르는가? 어떤 음악이 내 안에 각인되었다는 것, 그래서 어떤 음악에 의해 그 옛날의 시간으로 자연스레 소환되는 경험을 하는 것...가끔은 이런 시간이 스스로를 치료하는 그런 시간인 것이다. 오늘처럼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이면, 침잠되는 감성을 일깨워줄 그 무엇인가가 정말 필요하다. 그래서였을까? 오늘 꼭 듣고 싶은 음악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선율에 어쩔줄 몰라하면서 잠시 그 안에 머무르는 경험을 했다. 슈만의 낭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피아노 4중주의 3악장 Andante cantabile, 첼로의 선율이 이토록 애절할 수 있을까?  어느새 나의 깊숙한 곳에 감춰 둔 깊은 슬픔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음악과 심상(Music & Imegery) 전문 치료사로 훈련받으면서 음악의 치료적 메커니즘에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음악아(music child)를 깨우고, 거기에 음악적 생기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는 것은 정말 가슴 뛰는 일이다. 음악을 통해 지금 & 여기에 머무르는 경험을 하는 것, 음악 속 심상에서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하는 것, 이런 작업들이 슬프지만, 오늘도 나를 이렇게 살아가게 하는 것 같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을때마다 '하루하루 죽음에 대해 명상하라'고 한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말을 가슴에 새겨본다. 죽음을 기억하고 소멸하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볼 때, 수 많은 상념들 가운데서 더이상 방황하지 않을 것이다. 더이상 자신에게 주어진 몫 이상의 것을 더이상 요구하지 말아야겠다. 지금 & 여기에 머무르게 하는 음악에 잠시 멈추어보자.

Schumann, Piano Quartet in E flat Major, Op.47-3, Andante cantabile

추천연주: Glenn Gould, Juilliard String Quartet


 슈만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시기이자 음악적으로도 가장 왕성했던 절정기는 1840년~1843년으로 알려져있다. 이 곡은 슈만의 '실내악의 해'인 1842년에 만들어졌는데, 대위법적인 전개방식을 보여주는 전통적인 양식을 따른 곡이었다. 이 곡은 비공개로 초연된 뒤에 1844년 12월 8일 라이프찌히에서 공개 초연되어서 좋은 평을 얻었는데, 마듀 빌홀스키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빌홀스키 백작은 페테르부르크에서 많은 음악가들을 후원한 인물로 슈만이 존경했던 인물이었다. 이 곡은 첼로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첼로 파트가 연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이 작품을 연주했던 빌홀스키 백작은 아마추어 연주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이 상당히 뛰어났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곡은 슈만이 선호했다고 알려진, E flat Major에 낭만적인 곡인 슈만의 음악인생에서 통틀어 하나뿐인 피아노 사중주곡이다. 또한 낭만파 시대 실내악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작품 중 하나로 풍부한 악상을 지닌 매력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슈만이 이 작품을 쓰던 당시에는 피아노 4중주라는 편성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자주 연주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로 인해 가장 자주 연주되는 피아노 4중주 레퍼토리로 알려져 있다.


  Piano Quartet in E flat Major, Op.47는 풍부한 악상을 지닌 곡이며, 슈만의 작품을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지니고 있다. 특히 소개하고 싶은 3악장 Andante cantabile는 낭만적인 감수성과 탁월한 멜로디를 확인할 수 있는 악장이다. 첼로와 바이올린의 앙상블은 마치 내면으로 깊이 들어가는 깊이있는 대화처럼 느껴지며, 이어지는 피아노의 선율도 낭만으로 가득차 있다. 그리고 슈베르트를 연상시키는 가곡풍의 선율이 첼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이는 슈만의 작품 중 가장 섬세한 느낌을 표현한 선율로 평가된다. 바이올린이 악장의 시작을 알린 뒤 이어 첼로가 슬픔을 가득 담은 선율을 연주한다. 마침내 첼로와 바이올린이 카논풍으로 주제선율을 주고받으며 감정을 증폭시킨다. 경쾌한 피아노 선율이 경과음을 제시하며 박자와 조성이 바뀌면서 바이올린이 G flat Major의 우아하고 세련된 선율을 연주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한다. 그러다가 다시 원래의 박자와 조성으로 돌아가 비올라가 주제선율을 반복하면서 종지한다. 비오는 오늘, 나의 깊은 슬픔을 건드렸던 첼로의 선율과 함께 다시한번 깊은 내면으로의 여행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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