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30일,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장에서 한 장면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강원도 고성 GOP 부대에서 근무하다 감전사고로 양팔을 절단당한 나형윤 예비역 중사가 증인석에 앉았다.
그는 “행정착오로 인해 상이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팔은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단단했다. 2006년, 조국의 철책을 지키다 다친 그는 19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가 받은 것은 ‘감정적 위로’가 아니라 ‘행정적 배제’였다.
그가 다시 국회에 선 이유는 단 하나였다. “누군가는 이 부조리를 고쳐야 한다.”
1. 국가를 지키다 팔을 잃은 군인, 그러나 국가는 없었다
나형윤 중사는 부대의 철책 경계등이 고장 났다는 보고를 받고 직접 전선 수리를 나섰다가 고압 전류에 감전됐다. 그 사고로 양팔을 잃고, 평생 의수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나 사고 이후 그는 ‘전시근로역 5급’으로 분류됐다. 이는 신체상 3~4급의 경미한 부상자에게 적용되는 등급이다. 양팔을 절단한 사람이 받을 수 없는 판정이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의 전역 문서에 그가 찍은 적 없는 지문(지장)이 날인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상이연금 신청을 시도했으나, 국방부는 “소멸시효 5년이 지나 불가하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그가 전역 후 16년이 지나서야 잘못된 판정을 알게 된 건, 우연히 세계상이군인체육대회 금메달을 수상한 뒤
보훈관계자에게서 “상이연금이 왜 없느냐”는 질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답변은 간단했다.
“행정착오로 분류가 잘못되었지만, 이미 시효가 지났습니다.” 그는 헌신으로 팔을 잃었지만, 국가는 서류 한 장으로 그를 지웠다.
2. 국방부의 해명 – “국가가 책임지겠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국방부 장관은 국감장에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19년 만의 첫 사과였다.
이제 와서 다시 수속을 밟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동안의 고통과 무책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한 사람의 인생이 ‘행정상의 오류’로 잘못 처리되고, 그 오류가 10년 넘게 방치되었다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적 무책임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국가 보훈 행정이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작동하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국가는 병사를 시스템의 한 칸으로만 다루었다.
그가 다치면, 파일이 닫히고, 기록은 묻혔다.
3. 제도의 맹점 – ‘행정은 존재했지만, 사람은 없었다’
한국의 상이연금 제도는 ‘신청주의’ 원칙에 기반한다. 즉,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어도 본인이 직접 신청하지 않으면 국가가 먼저 나서서 보상 절차를 밟지 않는다. 문제는 군 복무 중 부상을 입은 이들이 대부분 의료적·정신적 충격 상태에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서류 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국방부와 보훈처 간 데이터 연계가 미비하다. 사고기록, 의무기록, 인사기록이 제각각 관리되며, 부대 단위에서 단순 오류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개인이 떠안게 된다. 나형윤 중사의 ‘5급 전시근로역’ 판정은 그 대표적 사례였다.
이처럼 제도는 존재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구조에서는 어떤 법도 ‘정의’를 담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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