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전반기 ROTC 모집 공고를 읽다 보면, 문장 사이사이에 숨은 메시지가 분명하게 느껴진다. 예전처럼 “준비 잘한 사람”을 뽑는 방식이 아니라, “장교로 살아갈 사람”을 찾겠다는 방향이다. ROTC는 원래 대학 재학 중 장교가 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제도였다. 그런데 이번 개편은 그 ‘유일한 길’의 룰을 바꾸어 놓았다. 지원자에게는 기회가 넓어졌고, 동시에 준비의 기준은 더 냉정해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평가요소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점이다. 이전 ROTC 선발에서 암묵적으로 작동하던 ‘고교 스펙’의 잔상, 즉 수능 성적과 내신 성적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변화는 단순한 삭제가 아니라 선언에 가깝다. 이제 ROTC는 고등학교 때의 성적표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대신 대학 이후의 태도와 성실성을 보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ROTC는 “고교 성적 때문에 한 번 꺾였던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를 열어줬다. 그 대신 대학에서 어떤 자세로 시간을 살아왔는지를 더 엄격하게 묻는다. ROTC가 ‘학비 지원 제도’처럼 소비되던 시선에서, 대학 기반 리더 선발 제도로 완전히 되돌아가는 느낌이 강하다.
체력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체력검정이 종목의 수와 방식 자체로 ‘시험’의 색깔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종목이 축소되며 목적이 더 선명해졌다. 보여주기식 훈련이나 종목 암기형 준비가 의미를 잃고, 실제 군 생활에 가까운 기초체력과 지속 능력이 핵심이 된다. 결국 ROTC 준비는 단기간에 폼을 만드는 훈련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몸을 만드는 생활 습관이 된다. 여기서 더 중요한 변화가 하나 있다. 체력은 이제 “현장에서 시험 보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 공인 체력 인증 결과 제출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되었다는 점이다. 국민체력100과 서울체력9988 같은 제도를 활용해, 평소 관리해온 결과를 제출하는 구조다. ROTC가 말하는 체력은 ‘당일 컨디션’이 아니라 ‘지속적인 자기관리’다.
신체검사와 신원조사는 더 직접적이다. 이 두 가지는 점수 경쟁이 아니라 자격 검증이다. 점수가 높아도 여기서 문제가 생기면 선발될 수 없다. 특히 신원조사는 단순 행정절차가 아니라 장교 임관 가능 여부를 심의하는 과정이다. 지원자들이 흔히 놓치는 실수는 ‘시험’만 준비하고 ‘절차’를 관리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 ROTC는 시험이 아니라 절차형 검증 시스템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일정 하나 놓치고, 신청 한 번 늦고, 서류 하나 누락되면 그 순간부터는 점수가 아니라 자격 자체가 사라진다. 이번 전형에서 합격을 가르는 실력은 어느 순간부터 체력이 아니라 ‘일정관리 능력’이 된다.
그렇다면 이번 선발에서 당락을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무엇일까. 구조는 분명하다. 총 1,000점 체계에서 대학성적 400점, 면접평가 400점이 핵심이다. 체력은 200점이지만, 실제 의미는 고득점 경쟁이라기보다 불합격을 피하고 감점을 최소화하는 관리 영역에 가깝다. 동점자 발생 시에도 우선순위가 대학성적, 면접, 체력 순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은 군이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는지 정확히 보여준다. 단순히 체력이 좋은 사람보다, 학업을 꾸준히 해온 사람, 조직에서 말과 태도로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기본 체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균형형 리더를 찾고 있다.
지원자격에서도 변화의 결이 느껴진다. 67기와 68기는 지원 학년이 다르고, 그 차이는 단순히 ‘몇 학년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기수는 이미 대학 생활을 경험한 상태에서 도전하는 구조이고, 어떤 기수는 대학 초반부터 장교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구조다. 더 중요한 부분은 군 복무 경험자에게 연령 상한이 완화된다는 점이다. 전역자에게 재도전의 길이 열려 있다는 건, ROTC가 ‘처음부터 완벽한 사람’만 뽑는 제도가 아니라 ‘다시 설계하는 사람’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가 된다. 군은 지금 초급장교 지원율 감소라는 현실 앞에서 ‘경로를 넓히고, 대신 검증을 길게’ 가져가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전형 일정은 그 변화의 성격을 더 분명히 한다. 접수부터 최종 발표까지 반년 가까이 이어진다. 인성검사, 신체검사, 체력인증, 신원조사, 면접까지 이어지는 절차는 단발성 시험이 아니라 장기 검증이다. 그래서 ROTC는 “짧게 준비해서 한 번에 붙는 시험”이 아니라 “생활과 태도를 통해 확인받는 과정”에 가깝다. 이 긴 전형 속에서 미리 준비해두면 인정되는 결과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인성검사, 신체검사, 체력인증은 인정 기간이 있어, 전략적으로 움직이면 전형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준비는 더 치밀해지고, 계획이 있는 사람이 유리해지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리고 많은 지원자들이 마지막에 실감하게 되는 요소가 있다. 가산점이다. 가산점은 ‘보너스’처럼 보이지만, 이번처럼 대학성적과 면접 점수대가 촘촘한 구조에서는 1점이 합격과 불합격을 가를 수 있다. 어학 성적, 한국사, 자격증, 무도 단증, 리더십 활동은 단순히 점수를 더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흔적이 된다. ROTC는 이제 그 흔적을 더 정직하게 읽어낸다.
결국 2026년 전반기 ROTC 모집이 던지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ROTC는 더 이상 스펙을 대체하는 제도가 아니다. 취업의 대안으로 선택하는 길도 아니다. 장교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선택했고, 그 선택을 뒷받침하는 생활 태도와 준비를 실제로 해온 사람을 선발하는 제도다. 그래서 지금 ROTC를 준비한다는 것은 원서 접수 요령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왜 장교인가”라는 질문에 내 삶으로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나는 이번 공고가 ROTC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신호라고 느낀다. 대한민국의 미래 지휘관을 뽑는 제도라면, 당연히 스펙이 아니라 사람을 봐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본다는 것은 결국, 시간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본다는 뜻이다. 2026 ROTC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고 있다. 시험 준비가 아니라, 장교가 될 준비를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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