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부터 무너진다.”는 말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지금 대한민국 군 의료 체계가 마주한 현실을 가장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다. 숫자는 냉정하다. 지난해 692명이었던 군의관 편입 인원은 올해 304명으로 줄었고, 불과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붕괴되었다. 여기에 더해 2023년 임관 인원의 대규모 전역까지 감안하면 전체 군의관 규모는 약 400명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인력 감소가 아니라, 군 의료 체계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이 현상이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라는 점이다. 공중보건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농어촌과 도서 지역을 지탱하던 공보의 인력은 2년 사이 33% 감소했다. 군과 공공의료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분명한 선택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의대생들이 군의관이나 공보의를 통해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복무하는 길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전혀 다른 선택을 한다. 현역병 입영이다. 2020년 150명 수준이던 의대생 현역 입영은 불과 몇 년 사이 2895명으로 폭증했다. 약 20배 증가라는 수치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합리적 선택’의 방향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 선택의 기준은 매우 현실적이다. 군의관 복무기간은 36개월, 현역병은 18개월이다. 두 배의 시간 차이는 개인의 인생 설계에서 결정적인 변수다. 여기에 더해 병사 급여의 급격한 상승은 ‘짧게 복무하고 빨리 사회로 복귀하는 것’이 더 매력적인 선택이 되도록 만들었다. 실제 설문에서도 의대생의 99%가 군의관 기피 이유로 ‘긴 복무기간’을 지목했다. 반대로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일 경우 군의관 및 공보의 지원 의향이 90% 이상으로 급등한다는 결과는, 이 문제가 단순한 인식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실패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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