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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May 28. 2023

내가 책을 좋아하는 다섯 가지 이유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다. 나와 수준이 안 맞고 유치해 보인다고 나는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나와 놀아주지 않던 오빠들에게서 내 방법을 찾은 게 책이었다. 책 속의 세상은 재미있고 신기하고 놀라웠다. 그렇게 어려서 책은 내 친구가 되어주었고 선생님이 되어 주었다. 


지금 내 취미 활동 시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책 읽기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나는 답이 안 나오는 질문에 누군가는 찾았나 싶어서, 허우적거리는 듯한 나를 위로하기 위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안을 받기 위해서 등등... 


왜 나는 누가 시킨 것도 아닌 독서를 이리 좋아하는지 유체이탈하여 관찰자 시점에서 바라보기로 한다. 


첫 번째, 도망치고 싶어. 

머리 아픈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보다 문제 자체를 피하고 싶을 때 나는 책을 꺼낸다. 지금 나의 고민과 전혀 상관없는 주제를 골라 멍하니 책을 본다. 일반적으로 도망치기는 않다. 머릿속에서는 계속 그 문제가 맴돌아 책이 들어오지가 않는다.  


두 번째, 누군가는 알고 있지 않겠어. 

머리 아픈 문제를 나는 못 풀겠는 인생 숙제를 누군가는 질문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이 길을 가 보았을 것이고 그 길을 잘 건너간 사람도 물에 빠진 사람도 건너가기를 포기한 사람도 있었을 테니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고 싶다는 마음. 거기서 내 숙제에 대한 힌트를 찾고 의욕을 불어넣어주고 자신감을 북돋아주거나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질책하거나 넌 빠지지 말라고 조언해 주겠지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편다. 


세 번째, 그래서 다행이야. 

이런 기대감은 보통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이렇게도 얘기해 주고 저렇게도 해석해 주는 다양한 책 속의 선배, 동료, 후배, 가족, 친구, 교수님 덕에 누군가가 찾은 답에 미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이 답은 내 건 아니네하고 지나치기도 당신도 이런 고민이 있구나 하고 위안을 느끼기도 따끔하게 혼이 나기도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네 번째, 고마워. 

책은 언제건 내가 필요할 때 조용히 곁을 내주며 나를 바라보는 친구 같다. 새벽에도 주말에도 귀찮은 내색 없이 편한 차림으로 언제건 찾아갈 수 있는 친구. 마음이 답답할 때도 답을 찾고 싶을 때도 같이 길을 나서주는 친구.     


다섯 번째, 나도 너의 친구가 되어 줄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 주고 싶다. 그런 마음에 글쓰기를 놓지 않으려 한다. 내가 건너온 시간, 다리, 비바람과 햇빛을 나누며 내 경험이 너에게도 친구가 되어 그들이 나를 위로하고 힘을 주었듯 나도 너에게 작은 힘이 되면 좋겠다는 바램. 




책이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며 내 몸으로 다시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펼친다. 이제는 나도 누군가에게 친구가 되어 줄 방법을 찾기 위해 나는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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