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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Dec 28. 2023

아이와 런던 여행(1)

여행 준비 및 느낀 점

크리스마스를 맞이해서 런던에 다녀왔습니다. 2023년 크리스마스는 런던에서 보내기로 했거든요. 런던은 3번째 여행이며 기존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만 7세가 된 아이는 이제 자신이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한 것들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지식을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이 이전보다 훨씬덜 힘들고 교육적으로도 좋았습니다. 엄마, 아빠를 따라 걷기도 잘 걷고요. 전에 만 2세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런던을 여행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부모도 힘들고 아이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럼 만 7세 아이와 함께 한 런던 여행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런던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유로 스타

12월 19일부터 24일, 6일 동안 런던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여행 두 달 전에 유로 스타부터 끊었습니다. 아직 학교가 방학이 아닌 학기 중이라서 성수기 피크는 피했습니다. 티켓은 성인 2명 및 아이 1명 해서 총 400유로 정도 들었습니다. 어린이는 조금 할인 돼요. 12월 아닌 비수기에 기차표를 끊으면 더 저렴해요. 아무래도 12월 말에는 유럽 최대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있다 보니 가격이 올라갑니다. 23일, 24일이 되면 가격은 오르는 등 시기에 따라 열차표 가격 변동이 크니 미리 예매하시거나 비수기에 표를 끊으면 좋습니다. 다들 고향으로 이동이 잦기 때문이죠.


담임 선생님께 여행 떠나려고 하는데 결석해도 되냐고 여쭤 보니 괜찮다고 하셨어요. 유럽은 크리스마스가 최대 명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물론 그 외 기간에도 미리 양해 구하면 가능합니다. 심지어 방학 전 마지막 주에는 평가 시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결석을 용인해 줬습니다. 방학 끝나고 1월에 저희 아이만 따로 평가 시험을 본다고 했어요. 여행에 정말 관대한 프랑스 학교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로 스타는 파리 북역(Gare du Nord)에서 탑니다. 파리에서 런던까지 정확히 2시간 20분이면 도착합니다. 시차는 1시간으로 런던 도착하면 1시간 자동 앞 당겨져서 1시간이 공짜로 더 생깁니다. 여행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지요. 한국에서 파리 또는 런던으로 여행을 올 계획을 하고 계시면 두 도시를 함께 여행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웃 나라이지만 또 서로 다른 특색과 매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아이가 있으면 영어권 국가를 여행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고요.


런던 세인트 팬크라스 역. 당신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모니카
파리 북역 아침 모습. 영국으로 가는 유로스타@모니카

호텔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물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주변에서 런던 여행한 사람들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던데 정말 그랬습니다. 코로나19 이전, 2018년에 저희 가족은 만 2살 아기와 함께 런던 여행을 했었는데요, 그때 사우스 뱅크에 있는 힐튼 호텔에 묵었습니다. 2023년 12월 19일에서 24일 사이, 힐튼 호텔 일박 가격은 거의 100만 원에 육박했어요. 2018년과 비교해서 약 3배 정도는 뛴 가격입니다. 호텔 가격도 시기에 따라 변동이 있기 때문에 12월 등 성수기를 피하면 호텔 숙박 가격이 훅 내려갑니다.


저희는 이번에 대영 박물관 옆에 있는 프레지던트 호텔에 묵었습니다. 호텔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박에 20만 원 초반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다녀본 호텔 중에서 워스트에 들어가는 호텔이었습니다.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5박을 했는데요, 이곳은 호텔 빼고 다 좋았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호텔 시설이 좋지 않았어요. 변기 수압도 너무 약하고, 욕실도 낡았어요. 오래된 느낌인데 시설 보수 공사에 투자를 하지 않는 호텔 같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치가 워낙 좋다보니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고 자연스레 시설에 투자도 안 하고 그렇게 내버려 두는 것 같습니다. 이런 수준으로 일박에 20만 원 이상을 받는 것이 어처구니없었지만 물가가 이렇니 어쩔 수 없습니다.


호텔의 위치 하나는 끝내줘서 그걸로 만족했어요. 바로 옆에 대영 박물관이 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Waitrose 마켓이 있고, 테스코 익스프레스도 있고, 식당가가 있는 곳도 있고, 기념품 샵도 세 곳이 나란히 있었습니다. 밤에 기념품 샵 구경 가는 것이 쏠쏠한 재미였습니다. 버스 정류장도 근처에 있고, 프랑스 국제학교인 Jeannine manuel 영국 캠퍼스도 있어서 외관을 구경했어요. 러셀 공원도 있고요. 런던 중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번화가인 소호, 피카딜리까지 걸어서 갈 수 있어요.


호텔 근처 대영 박물관 앞 긴 줄@모니카


날씨

다행히 그리 춥지는 않았습니다. 파리와 비슷한 기온(최저 2도에서 최고 10도 정도)으로 단지 바람이 많이 불었어요. 첫날은 비가 꽤 내려서 다니기 힘들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비가 오지 않고 구름만 낀 흐린 날씨라서 여행하기 좋았어요. 화창한 런던을 여행하면 좋겠지만 개인적으로 회색빛 날씨도 좋아하는 편이라 여행하는데 불편함은 없었어요. 섬나라인 만큼 바람은 많이 불었어요. 영국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들처럼 비가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더군요. 그래서 기념품 샵에도 우산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유럽 사람들은 비가 와도 그냥 맞고 다니는 것이 일상인 것 같아요. 저는 비 맞는 것이 익숙지 않아서 첫날 비를 맞고 감기 기운이 돌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한 감기약을 바로 먹었습니다. 여행 가실 때에는 꼭 상비약을 챙겨가는 것 잊지 마세요.


영국 사람들

영국인은 프랑스인보다는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이다 보니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데 있어서 프랑스보다 불편함이 덜 하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글로벌 시대에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서로 대화가 되고 소통이 되니 어색함 불편함 거리감이 덜하죠. 반면 프랑스는 아무래도 자국어 사랑이 큰 나라이다 보니 프랑스어를 여전히 고집해요. 그래서 프랑스어를 못하면 여행하기가 다소 힘든 점이 있는 나라예요. 아마도 언어 부분이 프랑스 진입을 막는 원인 중 하나예요.


그래서 프랑스에 거주하는 이민자들은 대부분 프랑스어권 국가인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많고, 아시아인들 중에서는 프랑스 유학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요. 유학생들 전공을 보면 주로 예술(그림, 음악, 영화, 사진, 무용 등)이 주를 이뤄요. 미리 어학이 되어서 오거나 이곳에 와서 어학을 다져야 하지요. 그런 점에서 영국은 좀 더 많이 개방적이고 글로벌하며 현대화되어 있었어요. 다양성을 더욱 받아들이고, 사람들도 나와 다르게 생긴 아시아인들에게 친절했어요. 그리고 차이나 파워가 강하다 보니 아시아인에 대한 이질감도 훨씬 덜한 것 같았어요. 런던의 차이나 타운은 정말 규모가 크더라고요.


인도 차이나

신랑이 런던에 온 것이 아니라 인도 차이나 반도에 온 것 같다고 했어요. 정말 딱 공감되는 말이었어요. 중국인 인도인이 어찌나 많던지요. 신랑은 영국 본토 발음을 들은 적이 별로 없다며, 거의 인도식 영어만 들은 것 같다고 했어요. 듣고 보니 정말 그렇더라고요. 영국으로 영어 어학연수 오면 안 되나 싶을 정도였어요. 차이나 타운에 들어가니 거의 중국에 온 듯했어요. 상점에도 인도인 직원이 대부분이었고요. 제가 처음 런던에 여행 한 때가 2008년 12월이었는데요, 그때에도 런던에 인도 사람이 많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그때 받은 인상이 강했는데, 1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더 많아진 것 같았어요. 총리도 인도 출신이니 인도가 영국을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지요.


중국 유학생 및 현지인도 많았어요. 저녁에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이곳이 중국인가 싶었어요. 주변에 중국말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데 정말 많은 중국인들이 이곳에 유학하러 오고, 졸업 후 현지에서 취업해서 눌러앉아 사는구나 싶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영국도 경제가 좋지 않은데 중국의 큰 손들을 자꾸 유치해야 할 거예요. 중국 부자는 엄청나다는데 중국 부자들의 자녀들을 유치해야 이들이 학비로 돈도 많이 내고, 이곳에 살면서 생활비로 돈도 많이 쓰고, 부모들도 자녀 만나러 오면서 또 돈을 쓰고 하기 때문에 중국은 중요한 파트너란 생각이 들어요.


차이나 타운에서 먹은 중국 요리는 정말 최고였어요. 중국 현지 소스, 식재료를 수입해서 요리를 해서인지 중국 맛에 가까웠어요. 프랑스에서는 중국 요리라고 해도 그렇게 본토 음식 맛이 나거나 하지 않거든요. 중국 사람들이 점점 세력을 넓혀가면서, 이전에 영국이 홍콩을 식민지화했다면 이제는 중국이 런던의 한 부분을 식민지화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그리 나쁘지 만은 않았어요. 프랑스에서는 아시아인이 아직은 생소하고, 열린 마음을 가지지 못한 사람도 있기에 같은 유럽권에서 아시아인의 세력 확장이 나쁘지만은 않았어요. 그래서인지 런던 여행 중에 현지인들이 아시아인을 대하는 눈빛이 프랑스와는 사뭇 달랐어요.


차이나 타운 @모니카


영어권 국가

확실히 영어권 국가라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있어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늘 프랑스어만 듣다가 영어를 들으니 낯설기까지 하더라고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이에게 우리는 일주일 영어권 어학연수를 떠나는 것이라며 간단한 영어 문장을 한번 직접 사용해 보자고 했어요. 아이는 싫지 않은지 식당에서 주문하는 법, 계산할 때 사용하는 문장 등을 집에서 여러 번 되뇌었어요. 자녀 교육적으로도 영어권 국가로의 여행은 장점이 있어요. 아무래도 한국은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다 보니 영어의 힘을 무시 못하지요.


저도 오랜만에 각종 상점에서 영어를 사용하니 편하고 좋았어요. 영어를 배운다는 자세로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유심히 듣고 나서 따라 해 보기도 하고, 현지에서 영어를 익히는 시간을 가졌어요. 거리 간판이며 안내문이며 읽으면서 단어와 문장을 배우며 일상 속에서 영어 공부를 했어요. 이곳에서 살면 영어 공부도 잘 될 것 같고, 영어 실력도 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어 공부에 대한 의지가 솟다가도 지금 나의 생활권은 프랑스이니 프랑스어를 공부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생각이 다시 들어오긴 했지만요.


문화 선진국

이번 런던 여행에 있어 가장 좋았던 점은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점이었어요. 문화예술을 누구나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춤으로써 누구나 우수한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런던 시민으로 살아가는데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돈이 없어도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내셔널 갤러리에 들어가서 반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가정이 궁핍해도 아이 손을 잡고 자연사 박물관에 들어가서 과학 원리를 보여주고 접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진국의 저력이 아닌가 싶어요. 가난하지만 문화와 교육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게 함으로써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양질의 문화를 접하게 하고 그 아이들이 자라나서 미래의 주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리포터 작가도 비록 돈은 없었지만 국가가 제공하는 무한한 문화예술 세계를 탐닉할 수 있었기에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세상을 놀라게 하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프랑스는 만 18세 미만은 무료이지만 그 외는 대부분 입장료를 받습니다. 사실 아이는 무료지만 같이 가야 하는 부모가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진입 장벽을 만들지요. 정말 돈 없는 가정은 부모도 무료고 해 줘야 부모가 아이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마음껏 다닐 수 있어요.


이번 여행을 통해 영국이라는 나라, 런던이라는 도시를 다시 보게 되었어요. 비록 물가는 비싸지만 굵직한 미술관과 박물관은 무료로 개방하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어요. 런던 시민이 부럽더군요. 박물관에 젊은 남녀 커플이 데이트하는 모습도 봤어요. 이곳은 정말 건전하게 데이트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주머니 사정이 힘들 땐 둘이서 미술관을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함께 보내는... 특히,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에 크게 적혀 있는 free and open to all 이 마음에 참 오래도록 남았어요.


사치 미술관, 테이트 모던@모니카
내셔널 갤러리@모니카


친환경

여행 기간 동안 영국이란 나라는 기후 위기 및 친환경에 매우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으로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구나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가는 곳마다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어요. 포장 용기 및 일회용품을 최대한 줄이려는 움직임도 곳곳에서 많이 보였어요. 한 번은 성당을 식당으로 개조한 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플라스틱 페트병을 들고 있으니까 플라스틱 물병은 반입 금지한다고 직원이 제게 다가와서 말했어요. 처음에는 이곳에서 물을 사 먹어야지 외부 음식 반입하면 안 된다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사람들이 다들 손에 텀블러를 들고 물을 마시고 있었어요. 일회용품 및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움직임이 보였어요. 이를 계기로 저도 이제부터 텀블러를 들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스카이 가든@모니카


스케치북, 연필, 색연필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면 꼭 준비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은 아이템이 있습니다. 바로 스케치북, 연필, 색연필입니다. 아이 가방에 이것을 준비해서 넣어주세요. 여행을 다니면서 중요한 곳곳마다 아이는 천천히 그림을 그리면서 그 장소가 아이 머릿속에 가슴속에 더욱 깊이 각인되고 기억됩니다. 부모도 그곳을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바라볼 수 있고요. 아이는 반고흐의 해바라기, 웨스터 민스터 사원, 빅벤, 타워 브리지, 이층 버스, 성당, 버킹검 궁전 등을 스케치북에 직접 그렸어요. 여행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서 스케치북을 펼쳐 보면서 그때 여행 했던 곳을 다시금 늘낄 수 있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유를 가지고 아이와 갈 곳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방문할 뮤지엄의 주요 작품에 대해 미리 학습하면 좋습니다. 그냥 무작정 해바라기를 보는 것과 반고흐가 이 해바라기를 그릴 당시의 상황, 심적 상태, 그림에 담긴 이야기, 그림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 등에 대해 함께 미리 알아보고 학습하면 현장에서 해바라기를 만났을 때 그 감동과 기쁨은 배가 됩니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지고요.


반고흐의 해바라기 그림 앞에서, 웨스트 민스터 사원 앞에서 그림 그리는 아이@모니카
근위병 교대식도 그리고, 성당도 그리고@모니카


서비스 차지

브렉시트 이후 유로화에서 파운드로 바뀌어서 환전을 했어요. 물가가 높습니다. Poppies라는 피시 앤 칩스 레스토랑에 갔는데 일인당 22파운드 하더라고요. 프랑스도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비싼 편인데 영국은 환율도 있고 하니 외식비가 더 한 것 같아요. 게다가 계산서에 서비스 차지가 붙어서 더 비싸게 느껴졌어요. 프랑스는 일단 식당에서 팁 문화 또는 서비스 차지가 없어요. 근데 영국에는 서비스 차지라는 것이 있더라고요. 의무는 아니지만, 지불하면 감사하다는 문구가 영수증에 적혀 있었어요. 의무는 아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옵션이기 때문에 안 낸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비스 차지는 정말로 옵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음날, 차이나 타운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정말 거하게 먹고는 계산서를 받았는데 서비스 차지가 많이 나와서 빼달라고 했더니, 대뜸 매우 의아한 눈으로 부릅뜨며 "Why?"라고 되물더라고요. 그러자 상급 직원이 왔고, 중국인 특유의 목소리 톤을 한껏 높여서 우리가 뭐 잘못해 준 게 있냐는 등 언성을 높이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지불한다고 했어요. 순간 2019년 토론토 여행 당시 차이나 타운에 있는 식당 일화가 떠오르더라고요. 팁을 안 내니 지배인이 와서 화를 내더라고요. 정말로 '화'를 냈어요. 너무 황당했던 경험이었더요. 그래, 중국인이지 하며... 고이 서비스 차지 내고 나왔어요.


그다음 골든 유니언 피시 앤 칩스 집에서 계산을 할 때, 서비스 차지는 의무냐고 물었더니 내면 좋다고 했어요. 안 내면 지배인이 와서 왜 안내냐고 물을 것이라고 서빙하는 직원이 말하더군요. 그래서 또 내고 나왔어요. 불문율 같은 서비스 차지.... 그런데 서비스 차지라는 말을 들여다보면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잖아요. 근데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계산하고 나올 때까지 서비스를 받은 적이 없어요. "맛있게 드세요"라는 말 한마디조차 들어본 적 없고, 종업원이 와서 음식이 괜찮은지,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물어봐 준 적도 없어요. 그저 주문받고, 음식 내 온 것이 끝.


어떤 식당에서는 피시 앤 칩스 2개 주문하니 사람이 3명인데 왜 이것만 시켜? 이게 다야?라는 등 조금 거만하게 묻기도 했어요. 물론 모든 식당이 이런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희 가족이 간 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프랜차이즈 피시 앤 칩스를 찾아갔어요. 로컬 맛집 및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은 식당들은 또 다를 것입니다. 저희도 프랑스에 살아서 관광객들이 찾고 해외에 알려진 식당은 오버 프라이스에 서비스도 썩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을 알거든요.

위치 좋은 호텔도 있겠다, 잠만 자는데 꼬박꼬박 20만 원씩 나가고 있겠다 그래서 저희는 테이크 아웃을 해서 호텔방에서 편안하게 먹기로 했어요. 중국 요리, 태국 요리, 일본 초밥 등 각종 음식을 사 와서 신발 벗고 편안하게 앉아서 먹으니 너무 좋더라고요. 사실 저는 식당에서는 주변에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 먹는 것보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먹는 것을 좋아해서 호텔방에서 먹는 것이 더 좋았어요. 당연히 서비스 차지도 없고요.  


커피

커피 전문점이 다양했어요. 한국이 커피 공화국이란 말이 있듯이 영국도 그런 것 같았어요. 다양한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많았어요. 영국이 원조인 플랫 화이트는 어디가나 있으며, 맛있어서 매번 사먹었어요. 프랑스는 이런 커피 전문점이 스타벅스 외에 많지 않아요(거의 없다보면 되요).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프렌치 카페에서 맛도 썩 좋지 않은 쓰디쓴 카페 알롱제를 마셔요. 영국 여행을 통해 정말이지 프랑스란 나라가 독특하고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독보적 분위기를 가진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기들의 문화, 미식 세계, 예술, 언어 등 자국의 전통과 역사를 매우 중요시하고 끝까지 고수하는 나라예요. 맛이 그다지 없어도 늘 마시던 익숙한 맛의 카페를 시켜서 오래된 카페 테라스에서 한 모금씩 마시는 프랑스인… 현대적인 것을 받아들이는데는 좀 시간이 걸리는 프랑스.




다음 화에서는 아이와 함께 미술관 및 박물관을 포함하여 다양한 경험을 했던 이야기를 나눌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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