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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y 21. 2023

빛의 채석장과 아비뇽


보 드 프로방스를 향해


다음날 아침, 아를의 모닝커피를 마시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9시 정도가 되어서야 상점이 하나 둘 천천히 열기 시작했다. 아를의 아침은 매우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그리고 느렸다. 파리였으면 아침 8시에 빵집이 문을 다 연 상태이며,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분주한데 이곳은 조용했다. 사람이 없었다. 아침의 ‘밤의 카페’를 이리저리 찍었다. 빵집도 딱 2군데 있는데, 한 곳 만 열었다. 커피를 주문하고, 프로방스 지역 특산품인 칼리송을 한 박스 샀다. 우리는 아침 일찍 다음 여행지인 보 드 프로방스(Baux de provence)를 향해 서둘렀다. 오 흐브아(Au revoir, goodbye라는 뜻) 아를. 보 드 프로방스로 들어서니 또 다른 남프랑스 느낌이 났다. 곳곳에 장터가 열려, 차에서 내려 구경을 했다.


프로방스 기념품. 보 드 프로방스 장터. 빛의 채석장 외관 모습. 출처: 모니카



Magnifique! 빛의 채석장


보 드 프로방스는 빛의 채석장(Carrières de lumières)으로 유명하다. 채석장을 미술관으로 변모한 곳인데 규모는 엄청났다. 긴 방학 기간을 이용해 가족 단위로 이곳을 많이 찾고 있었다. 약간 높은 지대에 돌을 깎아서 이곳에 프로젝터를 쏴서 몰입형 전시를 구현했는데 1시간가량 되는 전시가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음악, 즉 배경 사운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미술관은 대게 조용하다. 조용히 관람하는데 이곳 전시는 작품에 어울리는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작품이 감동이 몇 배가 되었다. 기획한 사람의 창의성, 독창성이 돋보였다. 작품과 찰떡같은 음악을 선곡했고, 디지털을 활용해서 작품이 살아 움직이는 듯해서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것 같았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Vermeer, 반 고흐, 칸딘스키 이렇게 3명 예술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사운드며 화질이며 몰입감이 대단했다. 사람을 완전히 작품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마음 같아서는 하루종일 있으면서 여러 번 보고 싶었다. 파리에도 이를 본뜬 몰입형 전시가 있다. Atelier de lumières인데 이곳과는 비교가 안 될 것 같다. 실제 바닥, 벽, 천장 모두 돌이다.


바닥이 실제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준다. 몰입감이 엄청나다. 출처: 모니카
사운드, 영상미 등 완벽 그 자체 였다. 출처: 모니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최고를 꼽으라면 빛의 채석장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아를이란 도시가 매우 좋았지만 장소를 떠나 아이템만으로 꼽으라면 빛의 채석장이다. 반고흐의 영혼이 다시 살아 움직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반고흐의 론 강의 별이 빛나는 밤 작품이 살아 움직이며, 이에 걸맞은 배경 음악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나는 눈물이 났다. 다시 한번 음악의 힘이 위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악이 있었기에 그 감동은 몇 배가 되었다. 감동의 극치를 맛보면 눈물이 나는 것을 체험했다. 나는 주로 슬플 때, 괴로울 때 눈물을 흘린다. 기쁠 때, 감동적일 때, 행복할 때는 눈물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슬프거나 괴로울 때가 아닌데도 눈물이 나다니... 빛의 채석장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나와서 조금 더 걸으니 마치 몽생미셸 올라가는 길과 흡사한 곳이 나왔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각종 예쁜 기념품 샵들이 즐비했다. 좁은 길을 올라가니 꼭대기에는 성당이 있었다. 뭔가 신비한 느낌을 주는 성당이었다. 초를 올리고 기도를 하고 나왔다. 온통 바위 산이었다. 파리에는 산이 없기 때문에 오랜만에 느껴보는 산의 풍경이었다. 한국은 산이 많기 때문에 이런 뷰가 익숙하지만 파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을 것 같다. 이번 남프랑스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은 프랑스 사람들은 굳이 다른 나라를 가지 않더라도 프랑스 내에서만 여행해도 다양한 분위기와 풍경을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마다 특색이 있고, 갈 곳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프랑스 남부, 북부, 동부, 서부, 센터 등 모든 도시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고 있어서 국내 여행만으로도 산해진미를 다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마그네틱을 구매한 뒤, 아비뇽으로 향했다.


꼭대기에 있는 성당. 바위로 둘러싸인 곳. 몽생미셸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 출처: 모니카


아비뇽 교황청


아비뇽은 아비뇽 유수,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로 유명한 곳이다. 또한, 아비뇽 국제연극제로도 유명하다. 아비뇽 교황청을 방문하기 위해 줄을 섰다. 이곳도 아를과 마찬가지로 중세 시대 느낌이 있고, 골목골목이 좁았다. 교황청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태블릿을 하나씩 나눠주는데 뭔지 봤더니 이것을 들고 있으면 그 옛날 이곳에서의 삶을 가상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현대 기술을 접목시켜 교황청 관광 가이드가 더욱 새롭게 거듭났다. 아이는 이것이 매우 신기한지 여기저기 태블릿을 들이댔다. 태블릿 덕분에 아이는 지루해하지 않고, 재밌다며 적극적으로 교황청을 관람했다. 프랑스도 현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고 있다. 식사 공간, 잠자는 공간들이 가상으로 구현됐다. 실제 방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오래된 돌벽만 있을 뿐이다. 교황의 방은 사진 촬영 금지 등 엄격히 관리하고 있었다. 교황청 정원까지 둘러본 뒤 서둘러 차를 탔다. 다시 리옹으로 출발.


교황청에 탸블릿을 도입해서 과거와 현대가 서로 만나게 했다. 출처: 모니카
저 멀리 베네제 다리가 보인다. 리옹으로 가는 길에 위도 45도 지점에서 기념 사진. 출처: 모니카


리옹 콩플루언스


아비뇽에서 리옹으로 올라갔다. 리옹에 도착하니 저녁 9시 정도. 콩플루언스 복합 쇼핑몰과 연결된 리옹 노보텔에 짐을 풀고 바로 연결된 쇼핑몰로 나왔다. 콩플루언스 뮤지엄도 있는데 호텔방에서 보였다. 볼로뉴 숲에 있는 루이뷔통 재단과 매우 비슷해 보였다. 실제 가까이서 건물을 봤는데 루이뷔통 재단과 비슷한 재료로 비슷한 디자인으로 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콩플루언스 노보텔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실내가 매우 깨끗하다. 심지어 샤워실은 현대적으로 디지털을 접목해서 스위치 누르면 투명 유리가 간유리도 변하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노보텔을 좋아하는 아이는 신이 났다. 위치도 너무 좋다. 이제야 한식이 먹고 싶어진 우리는 쇼핑몰 안에서 아시아 음식을 파는 베트남 식당에 갔다. 쌀국수 2개, 팟타이 1개, 넴 세트, 카레 요리 이렇게 시켰다. 푸짐했다. 배가 무척 고팠던 우리는 각자 먹기 바빴다. 10시가 넘었는데도 나는 쌀국수 국물까지 다 먹었다. 다음날 얼굴이 붓겠지만 어쩔 수 없다. 다 먹고 나서 호텔 로비에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 게임을 했다. 무료로 무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1시간 정도 했다. 아이는 게임을 너무 좋아한다.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을 잤다.


노보텔에서 보이는 콩플루언스 뮤지엄. 외관이 루이비통 재단과 흡사하다. 베트남 음식. 현대적인 노보텔 객실. 출처: 모니카


리옹 벽화(Le Mur du Canuts)


아침에 일어나서 짐을 다 싸고 이제 파리로 갈 시간. 아침에 리옹 벽화를 보고 떠나기로 했다. 2018년 여름에 만 2살 아이와 함께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5년이 지나 다시 와서 아이와 같은 자리에서 찍고 싶었다. 벽화가 여러 군데 있는데 그때 찍었던 폴 보퀴즈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벽화 중에서 가장 멋진 곳에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너무 실제같이 그려서 그림인가 실제인가 헷갈릴 정도였다. 그림자도 다 그려 넣고,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창의적인 발상으로 시작된 도시 벽화 프로젝트는 리옹을 한층 더 생동감 넘치는 도시로 살렸다. 차 창 밖으로 보이는 론 강, 언덕 위 푸에르비에 성당, 그 옆에 작은 에펠탑을 눈에 하나하나 천천히 담았다. 영화 <Paris can wait>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파리를 향해 부지런히 위로 올라갔다.


리옹 벽화 출처: 모니카
리옹 벽화. 리옹 풍경. 출처: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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