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식, 코리아 하우스, 테니스 경기
기대 반 걱정 반의 야외 센강 개막식이 드디어 치러졌습니다. 비가 왔지만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뉴스를 보니 논란이 많은 개회식이라는데요,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테러와 같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치러졌다는 것에 안도감이 듭니다.
저희 가족은 그날 집에서 시청했어요. 저녁을 푸짐하게 차려서 먹으면서 봤습니다. 개막식 날 대형 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장을 보고 와서 요리를 했지요. 불판에 삼겹살도 굽고, 파전도 부치고… 한식과 프랑스식 퓨전으로 샴페인과 치즈도 곁들이고요.
비가 와서 개막식을 보는 내내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에펠탑에서 레이저를 쏘아댈 때, 저희 집까지 그 강력한 레이저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하늘은 강력한 광선으로 수를 놓았습니다. 3시간 동안 진행된 개막식을 보면서 처음에는 너무 허접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 뒤로 갈수록 괜찮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비가 오는데 한다고 고생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가, 마지막에 성화 봉송할 때, 설마 열기구에 띄우는 거야?라고 지켜보는데 그때! 사랑의 찬가가 잔잔히 깔렸습니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노래이기 때문에 저와 아이는 서로 동시에 눈을 마주 보며 동그랗게 눈을 떴는데 거기서 갑자기 셀린 디온이 짠~! 피날레는 확실하게 했던 거 같아요. 에펠탑 위에서 부르는 셀린 디온의 사랑의 찬가. 정말 멋졌어요. 그렇게 앞의 장면들은 잊히고 끝 장면이 강렬하게 남았네요.
다음날 앙발리드 근처에 위치 한 팀 코리아 하우스에 갔어요. 그 이유는 하이브가 제작한 야광봉을 300명에게 무료로 나눠준다고 해서요. 국가 대표 선수들이 들고 있는 야광봉이 멋져 보여서 아이에게 꼭 주고 싶었어요. 토요일 오후 아들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먹을 것 챙겨주고, 신랑과 아들 저녁까지 챙겨주고 그렇게 하고 나오느라 예상 시간보다 조금 늦게 나왔습니다.
저녁 7시부터 코리아 하우스에서 야광봉을 들고 단체 응원이 시작되며, 저는 집에서 5시 15분 정도에 나왔습니다. 저녁 6시쯤 도착했고, 생각보다 줄이 꽤나 길었지만 야광봉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지요. 1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린 결과는….? 제 앞 2명에서 똑 끊겼지 뭡니까... 안타까워서 죽는 줄 알았어요. 안내원분께 "저희 아들 주려고 저녁 시간에 혼자 나왔는데요, 파리 외곽에서... 그렇니까 멀리서 왔어요." 관계자분께 애원을 했다면 하나 줬을까요... 저녁 안 챙기고 그냥 나왔어야 하는데 책임감 때문에 밥 차려놓고 나오느라 늦었어요. 냉장고에 먹을 거 다 있겠다 알아서 먹어라고 해도 될 것을…
너무 허탈해서 그냥 돌아서기 아쉬워서 코리아 하우스를 둘러봤어요. CJ에서 홍보를 많이 하고 있더라고요. 현지인들도 많았습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인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각종 아뜰리에 및 전시도 하고 있었어요. 먹거리도 있고요.
코리아 하우스를 나온 시간은 저녁 8시 30분. 집에서 나올 때는 비가 내렸는데 늦은 시간이 되니 비가 걷히고 해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온 뒤라서 공기도 맑고 깨끗했습니다. 파리 올림픽 개막 싱으로 인해 통제된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리 위를, 다리 주변을 걸으니 기분이 상쾌하고 좋았습니다.
다음 날인 일요일에 테니스 경기를 보러 갔습니다. 마침 라파엘 나달의 경기를 봤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나달의 경기를 보기 위해 모였습니다. 경기는 필립 샤트리에르 경기장에서 했습니다. 새로 지은 경기장인데 깨끗하고 관중석 규모가 어마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채우려다 보니 의자 간 간격이 다소 좁은 것이 아쉬웠습니다. 저는 괜찮은데, 키 큰 남성의 경우 좀 불편해 보였습니다.
나달의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관하다니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신랑도 나 덕분에 자기가 너무 좋아하는 나달의 경기를 봤다면서 고마워했습니다. 제가 표를 알아보고 끊었거든요. 좌석도 그늘이 져서 아주 좋았습니다. 비싼 표를 주고 산 사람들의 자리는 오히려 햇볕이 내내 들어서 부채질을 하며 조금 힘들어 보였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더군요. 경기 잠깐 쉴 때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며 댄스 타임도 가지고, 샹젤리제를 떼창 하기도 하며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단, 스페인 응원단들이 중간중간 너무 많이 응원가를 부르고, 스페인어로 소리를 지르고, 이상한 소리를 내고…. 과도한 응원에 조금 언짢았습니다. 나달은 자신의 향한 과도한 스페인 사람들의 응원을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습니다. 좋을까 싫을까... 한 번은 나달이 서브를 넣으려고 할 때, 관중석에서 한 명이 나달 파이팅이라고 크게 소리를 질러서 나달이 순간 멈칫하고 서브를 멈췄습니다. 과도한 응원은 되려 선수의 집중력을 떨어트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슬아슬하게 나달이 상대 선수를 이겼습니다.
어제까지는 한국이 1위네요. 역시 한국인... 한국인의 저력이 대단합니다. 또한 개회식 종교 비하 논란을 비롯해서 올림픽 위원회의 각종 실수도 잦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네요. 한국을 북한으로 한 것, 은메달인데 국기가 제일 밑에 있는 것, 오상욱을 오상구라고 표기한 것 등...
제 브런치에 <파리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브런치 북이 있는데요, 거기에 이런 내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각종 실수가 잦다는 글입니다. 행정 기관, 관공서, 우체국, 마트, 약국, 학교 등 어디에서 할 것 없이 행정 실수, 표기 실수 등 크고 작은 실수가 잦습니다. 마트에서는 계산 실수가 잦고요. 6번에 1번 꼴로 계산 실수를 경험했다는 글도 있습니다. 이는 왜냐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꼼꼼함, 정확함이 많이 없습니다. 한국 사람은 일할 때 엄청 꼼꼼하게 하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일머리가 없기도 하고… 빠릿빠릿함이 없습니다. 일도 천천히 하고, 그렇다고 꼼꼼하게 세밀하게 확인하지도 않고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이것은 국민성 및 공교육 스타일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는 경쟁 위주보다는 평등을, 학습에서는 예술을 많이 접하고, 자유롭고 독창적인 철학적 사고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이 일할 때도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도 프랑스 사람들은 일머리가 없고, 여러 가지 실수가 많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반면, 한국 사람들이 워낙 성실하게 일하고 꼼꼼하게 일합니다. 한국인들은 중요한 일이라면 몇 번이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잖아요. 일의 완성도는 높지만 대신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고, 일의 피로도가 높지요… 그리고 실수에 대해서 관용적인 분위기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마도 올림픽, 패럴림픽 끝나기 전까지 몇 번의 이런 행정 실수 및 오류가 더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바입니다. 오늘 이곳은 낮 최고 기온 35도까지 오르네요. 날씨가 무더운데 모두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