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니 Aug 30. 2022

비가 오는 게 아니라 비와 내가 만난 거지

신니의 제주살이 3

운전을 하다가 비가 오면 “아~ 이 동네는 왜 비가 오는 거야~” 하고 말하곤 했는데,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아~ 내가 구름이 있는 곳으로 간 거구나~”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되었다. 구름이 움직이는 걸 눈으로 잘 볼 수 있어서인 것 같다.


제주는 날씨 변덕이 심하다. 너무나 인간 위주의 표현이지만 일기의 변동이 많다. 맑았다가 흐렸다가, 비가 왔다가 무지개가 떴다가..


비를 머금은 큰 구름 덩이는 아침에 서귀포에 있다가 저녁엔 제주시로, 동쪽에 있다가 서쪽으로, 해안가에 있다가 산 쪽으로 바람이 이끄는 대로 자연스레 이동한다.


제주에 살기 전까지 나는 제주가 서울의 세 배 크기인 걸 수치로는 알고 있었다.(이거 중요! 분명 알고는 있었는데 몰랐던 것 마냥 생각도 못했는데 분명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내 머릿속 제주는 큰 구름 한 덩이에 통째로 맑고, 비 오고, 바람 부는 섬이었다.

막연히 머릿속에서 내 맘대로 크기를 축소시켜 귀여운 섬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하늘이 잘 보이는 제주는 구름의 크기와 방향, 그리고 속도까지 다 볼 수 있어서 비에 대한 짜증이 금방 줄어든다. 먹구름이 보이면 아~ 조금 있으면 비가 오겠네~ 그리고 저 정도 색깔이면 어느 정도 비가 오겠네~ 속도를 보아하니 금방 지나가겠네~ 하면서 말이다.


하필 내가 가는 곳에 비가 오는 게 아니라, 비구름이 있는 곳에 내가 간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당했다는 느낌보다 비와 내가 만나는 순간이라 생각하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제주에 살면서 배우는 점이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일 선물도 내 돈 내고 받아야 한다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