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X by UX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석 Jul 03. 2023

베스킨라빈스 키오스크의 저렴한 경험  

키오스크 UX는 Productivity 관점으로 기획되어야 한다

여름이다. 최근 산책을 하다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일이 많아졌다.


키오스크는 이미 많은 매장에서 사용중이다. 키오스크 UX는 무엇이 중요할지 생각하다가 기회가 없어서 그냥 두었었다. 그러나 최근 4번 정도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키오스크 UX는 무엇이 중요한지 힌트를 얻게 되었다.


베스킨라빈스 키오스크 첫화면 (출처: https://ikggung.kr/1059)


우선 여름의 베스킨라빈스 매장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것은 꽤나 스트레스를 받는다. 왜냐면 사람들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할인 또는 적립도 받고 싶고, 해피포인트 앱에서 주는 쿠폰도 사용하고 싶다. 하지만 찌질하다고 느껴지는 압박감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짧다.


실제로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하는 시간과 키오스크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시간을 비교해본다. 키오스크에서 주문할 때가 훨씬 길다. 직원에게는 무엇을 먹고 싶다라고 말하고, 해피포인트 멤버십 바코드를 보여주면서 할인인지 적립인지 말하면 된다.


더구나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끝낸 사람들을 표정을 보면 더 심각하다. 무언가가 만족되지 않았거나, 실패해서 줄을 다시 서는 사람들의 비율도 상당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스크림 두개를 다른 맛으로 고르는 것을 두번째 시도에서야 어떻게 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멤버십 포인트를 사용하는 방법은 계속 실패하였으며 (나는 작년부터 모여진 2만 포인트 정도가 있었다), 이를 위해 웹페이지에서 베스킨라빈스 키오스크 사용법을 공부를 했다. 하지만 3번째에도 실패를했고, 멤버십 포인트로 공짜로 사는 것은 4번째 시도에서야 비로소 성공할 수 있었다. 아직 쿠폰으로 할인 받는 것은 두번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아직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감이 없다 (회사가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콘텐츠도 없다. 이쯤되면 쿠폰은 나눠주되 사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베스킨라빈스 키오스크에는 많은 UX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Steamlined 경험(주문단계의 매끈한 프로세스)이 매우 부족하다. 오픈 마켓에서 여러 물건을 구경하듯이 여러 물건들이 나열되어있고, 멤버십 로그인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꼭 필요하지 않은 정보들이 나열되어서 혼란스럽게 하고... 하지만 이 UX가 웹페이지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웹페이지라면 압박도 없고, 오류가 있으면 다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오스크는 특히 한국에서의 키오스크는 문제가 다르다.


누가 이 UX를 만들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웹사이트 많이 해본 UX 전문가이거나 회사로 예상된다. 여러 기능을 여러 페이지에 빠뜨리지 않고 넣어서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익숙하다. 하지만 키오스크 UX는 웹 UX 보다 훨씬 심플해야 한다는 것은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TV UX는 모바일 UX 보다 훨씬 어렵다. 왜냐면 훨씬 더 심플해야 하기 때문이다).


UX는 여러 상품에 적용되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되어왔다. 크게 보자면 컨수머 제품에서는 심미성과 감성위주로 (사용성은 기본이다), 엔터프라이즈 제품에서는 업무생산성 위주로 발전되어왔다. 컨수머 제품에서는 심미성과 감성이 너무 강조되다 보니 일하는 인간(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인간)의 관점이 너무 약해진 경향이 강하다. 키오스크에서의 인간은 일하는 인간이다 (특히 한국에서).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인간과 훨씬 가깝다. 순서를 잘 만들어 주어야 하고, 훨씬 더 명확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각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과 그 효과를 명확하게 보여주어야 하며, 실수를 하지 않게 해줘야 한다.


사례를 들어보자. IDEO는 BBVA와 ATM 혁신 과제를 수행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DMlaCJlpT8c). 이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컨셉은 화면에 내가 넣은 은행카드가 나오고, 내가 받아갈 현금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ATM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실수를 하지 않게 한다. Steamlined 경험이 추구하는 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 생각한다. 베스킨라빈스와 같은 키오스크에서 지켜야 할 컨셉이다.


IDEO가 BBVA(스페인은행)과 디자인한 ATM (출처: 유튜브)


베스킨라빈스 키오스크에서 4번째 만에 멤버십포인트로 구매하는 것을 성공하고 나서 나는 베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키오스크를 사용한 경험에 대한 반향일 것이다. 차라리 전처럼 친절한 직원에게 주문을 하고 싶다. 키오스크를 사용하면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동네 떡뽁이 집의 키오스크는 불편하지만 참을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를 가진 회사에서의 불편한 키오스크는 화가난다. 저렴한 경험은 저렴한 상품에나 어울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DX by UX 책 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