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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곱시 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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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석 Aug 05. 2023

UX 리더와 축구 감독

경영진을 위한 UX 활용법 #1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 축구는 감독이 쉽게 바뀌기로 유명하다 (참고: 여차하면 아웃... EPL 감독은 파리목숨 https://www.khan.co.kr/sports/football/article/202301192307015). 약간 성적이 떨어지면 계약해지가 된다. 그 반대도 있다. 한 구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감독을 선수처럼 사오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감독 중 하나는 '스페셜 원'이라고 본인도 스스로 말하는 주제 무리뉴 José Mourinho 감독이다. 


"스페셜 원" 주제 뮤리뉴 (출처: 인터풋볼)

그는 포르투갈,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의 10개 구단에서 감독을 해오고 있다. 그 중 빅클럽인 첼시 (2004~2007), 레알마드리드 (2010~201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6~2018)에서 감독 최초 유럽 4개 리그 우승 및 4개국 모든 대회 우승, 유럽 3대 클럽 대항전 우승을 모두 달성하였다. 그는 팀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빠르게 변화시켜서 우승을 이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제 무리뉴와 같이 일단 우승을 달성한 감독들은 비록 한 팀에서 경질되더라도 이후에 다른 여러 팀을 지도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감독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수비형 역습 스타일, 점유율 위주 스타일, 닥치고 공격 스타일 등. 팀과 감독의 스타일이 잘 맞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참고로 손흥민 선수는 역습형 전술에서 최고 능력치를 발회한다고 생각한다는...). 


여기에 한가지 변수가 더 있다. 그 감독의 스타일이 팀이 속한 리그에서 효과적일지에 대한 것이다. 특정 스타일은 어떤 시기에는 잘 통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무리뉴 감독의 단단한 수비 후 역습 축구의 성적은 꽤나 변동이 심하다. 그래서 축구 고인물 팬들은 그 감독이 맡은 팀이 그 시즌에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예상하는 토론을 하기도 한다. 


팀의 성적이 떨어지면 가장 고민이 많은 사람은 구단주이다. 구단주들은 오프시즌에는 감독과 협의하여 팀에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한다(내보낸다). 하지만 일단 시즌이 시작되었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구단주들은 가장 먼저 감독을 해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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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조직도 축구팀의 갑작스러운 성적 하락과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 사용성에 대한 고객 불만이 높아진 경우, UX 개편을 했으나 목표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경우, 경쟁사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경우 등. 추가로 회사에서 요구하는 역량의 변화가 있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 위주의 업무를 해왔는데 기획 역량이 필요한 경우, 사용성 개선 업무를 해왔는데 경험 혁신이 필요한 경우 등이 발생한다. 


UX 리더 입장에서는 동일한 업무를 계속 해왔는데 갑자기 성과가 나쁘게 되어버린 경험을 하게된다 (마치 축구 감독이 본인의 스타일대로 경기를 계속하는데 순위가 나빠지는 것처럼). UX 팀원 또한 당황스럽다. 일단 사내에서 UX 조직에 대한 인정이 낮아지게 되면 다른 부서와의 협업(설득)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가 생기면 회사의 경영자는 축구팀의 구단주와 유사한 입장이 된다. 보통 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꼭 필요한 포지션의 선수를 사거나, 감독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두가지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일까?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UX 조직의 역할의 변화를 설명해야 한다. UX 조직의 역할은 지난 20여년간 계속 확장되어왔다. 정리하면 비주얼디자인에서 시작해서 UI 기획, 서비스 기획, 전략 수립으로 넓어져왔다. 


그림: UX 조직의 역할 확장 (시기는 개인적인 경험 기준임)


UX 조직의 역할은 비주얼디자인에서 시작해서 UI 기획, 서비스 기획, 전략 수립으로 넓어졌다. 

내가 2002 년에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때 UX 조직은 상위 조직은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였다. 개발부서의 부장님들이 UX 가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았고 “화면을 기획합니다”라고 답변하니 “그건 우리(소프트웨어)가 하는 일인데?”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있다. UX는 원래 개발 단계에서 화면을 심미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비주얼 디자인 또는 그래픽 디자인으로 불린다), 사용성이 확보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기획’하는 것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UI 기획 또는 인터랙션 디자인으로 불린다). 2007년에 LG전자 휴대폰 사업부에서 일할 때 소프트웨어 개발 부서는 UX 조직이 정의한 UI에 맞춰서 개발을 해야 했다. 이후 나의 UX 는 화면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관점으로 확대되었고,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의 기획에서 그 효과를 입증하면서 UX 는 ‘서비스 기획’의 역할로 확대되었다. 2013년 SK 텔레콤에서는 서비스 기획을 PM과 UX가 함께 진행하였다 (많은 벤처회사들이 이렇게 일한다). 또한 최근에는 상품을 어떻게 만들지가 아니라 어떤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참여하는 ‘전략’의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도 있다 (참고로 IDEO, Frog Design 같은 유명 UX 회사들은 전략 과제만 수행한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UX 조직의 위기가 있을 때 가장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UX 역할이 확대되었는지'를 봐야한다. UX 전문가들은 모두 유사한 역량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이다. 어떤 전문가는 디자인 역량이 뛰어나고, 어떤 전문가는 기획 역량이 뛰어나며, 어떤 전문가는 전략 역량이 뛰어나다. 이 모두를 갖춘 전문가는 많지 않다. 


UX 전문성은 하나가 아니며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 

UX 조직의 역할이 크게 바뀐 것이 아니라면 리더를 바꿀 필요는 없다. 미래의 준비를 위해서 새로운 역할의 전문가들을 지속적으로 채용해서 조직에 수혈하면 된다.


반면 UX 조직의 역할이 변화되었다면 새로운 리더를 뽑는 것을 추천한다. UX 조직의 역할은 회사마다 매우 다양하다. 어떤 조직은 전략에 참여해서 활동하지만, 다른 회사의 UX 조직은 화면을 디자인만 하기도 한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먼저 경험하고 이를 성공시켜온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 물론 현재 리더의 역량을 보조할 수 있는 전문가를 뽑는 것도 대안이기는 하나, 전문성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이며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UX 업무의 특성 상 대부분의 경우 조율이 어렵다. 


UX 조직의 역할이 변화되었다면 새로운 리더가 필요하다 

이직한 전 회사 동료에게 입사하고 몇달 후에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보면 절반 이상은 힘들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유는 “여기의 UX 역할이 이전 회사와 많이 달라요”이다. 맞다. 옮긴 회사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바뀐 역할과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인사 담당자도 마찬가지이다. 어렵게 UX 인력을 채용했는데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 무엇을 챙겨줘야 할지 모른다. 그러다 보니 새롭게 채용한 인력의 소프트랜딩 여부에 대해 UX 리더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큰 회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에서 보통 UX 조직은 하나 뿐이라 리더 한 명의 의견만 듣게 되고 새롭게 채용한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리더의 이해가 부족하거나 관점이 다른 경우 인사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채용할 리더의 역량은 위 4가지 역할 기준으로 면밀히 검토되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이 채용할 유명 회사(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등)의 이름만 보고 리더를 채용하여 리더의 역량을 보지 않고 실패한 사례가 많다. 한 사례로 2010년대 중반 한 대기업은 UX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본사에 UX 조직을 세팅하였다. 여러 계열사의 서비스들의 고객경험을 혁신하려는 의도였다. 소프트웨어 개발, 상품기획 등의 유관 부서에 주도권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하여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이를 위해 네이버 출신 전문가를 리더로 선임하였다. 하지만 이 조직은 ‘전사 사용성 검증’을 추진하여 여러 서비스들의 사용성 문제를 찾아서 해결하는 활동을 했다. 이는 UX를 사용성의 관점으로 보는 전형적인 활동으로 필요한 활동이기는 하나 지주회사에서 기대하는 상품 경쟁력을 높이기는 만들기는 역부족이다 (나도 2002년도에 삼성전자에서 전사 사용성 평가 TF에서 근무했는데 사용성 개선 만으로는 10명의 인건비 조차 입증하지 못했다. 실제로 사용성 문제를 해결한다고 상품이 더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결국 2년만에 이 조직은 해체되었고 부서원들은 계열사로 재배치되었다 (내가 소속되었던 TF도 2년 후 해체되었다). 반면 다른 사례로 한 가상화폐거래 서비스 회사의 UX 조직은 비주얼 디자인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갑자기 서비스 사용자가 많아지면서 사용성 문제가 서비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사용성 개선의 전문성도 확보되어있지 않은 이 조직은 UX 개편의 숙제를 받았으나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사용성이 좋지 않다). 제품 디자이너를 UX 조직의 리더로 채용한 사례, 실무 경험이 없는 분이 라인업 제품의 UX 리더가 된 사례, 직원 경험이 중요한 회사에서 모바일 서비스 UX 전문가를 리더로 채용한 사례 등이 있다. 


리더를 바꿈으로써 조직이 혁신되는 현상은 주변에서 자주 발생한다. 감독이 바뀌어서 팀 성적이 바뀌는 축구팀, 장관이 바뀌면 일을 열심히하는 공무원 조직, 사업부장이 바뀌자 성과각 나기 시작하는 사업부, 매장 매니저가 바뀌자 일하는 분위기가 바뀐 매장 등등. 


UX 조직이 회사가 원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이다. 리더가 회사가 필요하는 UX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경영진에 필요하다. 축구팀 구단주가 그 팀에 잘 맞는 감독을 고르기 위해 고민하는 것과 유사하다. UX 역량을 디자인 역량, 기획 역량, 전략 역량의 관점으로 보면 UX 조직과 UX 리더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다. 여러우면 UX 전문가에게 진단을 요청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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