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저 인터뷰: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잘 질문하는 법'

좋은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좋은 질문

by Button

인터뷰에서 진짜 니즈를 찾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잘 질문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잘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자 유저 리서치 관련 도서인 <유저 인터뷰 교과서>와 <고작 다섯 명이 한 말을 어떻게 믿어요?> 를 읽었고, 두 책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잘 질문하는 방법을 바탕으로 실제 북카이브 인터뷰에서는 어떻게 질문했는지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한다.



인터뷰 진행


역할 분담

북카이브 유저 인터뷰는 PO님과 둘이서 참여했다. 우리는 메인 진행자와 서기 담당을 나눠 역할을 분담했다. 서기는 최대한 유저가 말한 그대로 로우 데이터 형태로 기록하고, 마지막에 궁금한 점이 있으면 몇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진행자는 유저와의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인터뷰 내용은 더 정확하게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다.


유연하게 방향 잡기

<유저 인터뷰 교과서>에 따르면, 질문지는 대본이 아니라 체크리스트일 뿐이라고 한다. 질문지를 바탕으로 유저와 이야기 하되, 방향은 이야기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잡아 나가야 한다.

나도 유저 인터뷰를 처음 할 때 이런 실수를 했었다. 질문지에 적힌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어 오히려 대화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다. 질문지 순서에 상관 없이, 상황에 따라 뱡항을 유연하게 잡아 나가야 유저가 느끼기에도 자연스럽고 더 편한 대화가 가능하다.




잘 질문하기


‘상황 / 행동과 사고 / 요구나 기대’ 바탕으로 질문하기

유저의 맥락과 니즈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추후 아이데이션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상황 / 행동과 사고 / 요구나 기대 세 단계로 질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북카이브 인터뷰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0428_1.png

이런 흐름으로 보면 ‘이런 때에(상황) 이런 선택을 하고(행동과 사고) 이런 점에 불만을 느끼더라(요구나 기대)’의 흐름으로 사용자 니즈를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최근 경험에 대해 묻기

답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질문보다는 최근 경험에 기반한 질문으로 더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고 실제 사용자 행동 기반의 ‘진짜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0428_2.png

북카이브는 사용자가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독서 문장을 기록하는지, 그 과정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를 알아내는 질문이 있다. 이 때 ‘기존 방식으로 기록할 때 불편한 점 없으세요?’와 같은 질문은 듣는 유저에게 너무 광범위하게 들릴 수 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수 있다. 그 대신 최근 경험에 기반해 질문하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혹은 기록하는 방식을 알려달라고 한 뒤, 그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 각 단계에서 유저의 경험을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더 구체적으로 니즈 발견이 가능하고, 사용자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 더 쉽게 답할 수 있다.



실제 행동에 기반하기

기능 검증을 할 때는 ‘우리 이런 기능 있는데 어떄?’와 같은 돌직구 질문보다는 실제 유저의 행동을 묻는 것이 더 정확하다.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음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경우 답변이 긍정적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유저의 실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유저의 과거 행동을 살펴보아야 한다.

0428_3.png

AI 찾기 기능에 대한 니즈를 알아보기 위해, 근본적으로 사용자가 기록한 구절을 다시 찾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지 확인했다. 단 이 질문에 더해 구절을 다시 찾아본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사고의 흐름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찾아 보았는지, 그 과정에 불편한 지점이 있는지, 또는 찾아본 경험이 없다면 왜인지 등 구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준비된 질문보다 중요한 꼬리질문

미리 준비한 질문보다 답변에 대한 꼬리질문이 더 가치있는 인사이트를 이끌어 낼 때도 있다. 꼬리 질문은 표면적인 답변 속에 숨겨진 니즈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0428_4.png

여기서 이 인터뷰이는 하나의 기록 안에서도 핵심과 핵심이 아닌 세부 사항을 구분해 보기를 원한다. 기존 북카이브에서는 구절들이 단순 줄글 형태로 나열되어 더 정리가 안 되어 보이고, 기억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번째 질문에서 멈췄다면 그저 ‘정리가 되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낌’이라는 결론밖에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느낀 이유와 유저가 하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깊게 물어보면서 더 근본적인 사용자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다.



말하지 않은 부분도 캐치하기

인터뷰 중에는 유저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정보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접 말로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사용자가 이전에 했던 답변들을 기반으로 포인트를 캐치해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0428_5.png

이 질문을 통해 기록을 한 곳에 깔끔하게 정리해 보고 싶어하는 유저의 니즈를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 유저는 기록이 흩어져 있어 보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느끼던 불편함일 수도 있고, 평소에 가끔 생각은 했으나 그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혹은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터뷰 내내 유저가 한 말들과 표현, 맥락을 잘 따라가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어도 맥락 상 예상되는 불편한 포인트를 발견하면 유저에게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유저가 직접 언급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인사이트가 될 수도 있다.



행동하지 않은 것도 파보기

유저와 이야기 하다 보면 무엇을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으니 ‘왜’를 깊게 파 볼 필요가 있다.

file_path_host?token=JZ%2BcQbXnNl5FMG4JWcVkZhP4M8rLj0iAjKCF1vYNUlq09d5FFiryok%2B5UObtsC4nP3WJuz9dluJv0Rxtwt0C4nl4AEM%2BqONNu0IXdA8Z8bVF--uVV9cTAuSRm7wr88--YEAYPoBP%2B157euo8Xkdn8w%3D%3D

나는 이 유저가 구절을 복기하고 활용하고자 하는 니즈는 있으나 일일이 찾아보는 ‘실행’의 과정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행동을 하지 않은 이유에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 꽤 큰 불편함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유저가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거기서 질문을 멈추지 말고, 왜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파고들어 보아야 한다.



폭넓은 답변을 위한 열린 질문

0428_7.png

<유저 인터뷰 교과서> 저자는 “닫힌 질문으로는 사용하기 쉬운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열린 질문을 이용하면 사용하면서 느낀 점에 관한 폭넓은 대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닫힌 질문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우리 서비스의 특정 기능이나 사용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은 경우에는 열린 질문으로 더 딥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0428_8.png

난 AI 찾기 기능에 대해 사용자들이 유용하다고 느끼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단 이 유저처럼 해당 기능을 아직 사용해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사용 경험 대신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위주로 물었다. 사용 전 첫 인상으로 사용자의 니즈나 기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서 유저는 북카이브의 AI 찾기 기능이 다른 사람들의 기록들까지 같이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오해했다. 즉 사용자가 기능의 용도를 헷갈려 할 수 있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또 해당 유저는 타 유저의 콘텐츠 열람에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분은 마케터이다 보니 업무를 할 때 다른 마케팅 사례들을 찾아 참고하고는 하는데, 이를 통해 유저의 직종에 따라서도 니즈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상대방이 사용하는 말과 표현에 집중하기

인터뷰를 하다 보면 사용자가 자주 언급하는 말이나 표현이 있다. 이 때 그 표현을 잘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자주 쓰는 말은 사용자의 진짜 생각이나 문제 인식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편향된 해석이 아닌, 사용자들이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중요한 단서이다.

0428_9.png

이 유저는 인터뷰 전반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 ‘흐름’, ‘책의 요지’ 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 그러다 마지막 대화를 보면, 사용자가 북카이브의 태그 기능을 의도와 다른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북카이브의 태그는 개별 구절들을 주제별(UX 디자인, 팀 빌딩, 육아 등..)로 분류하도록 의도했지만, 이 분은 책 이름으로 태그를 설정하고 계셨다.

그 이유가 자주 사용했던 표현인 ‘흐름’, ‘책 요지’와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았고, 결과적으로 한 책에서 통합된 결론을 찾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구절들을 개별로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책의 구절끼리 모아 보며 그 흐름을 파악하길 원하는 것이었다. 이 인사이트는 이후 북카이브의 분류 형태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구상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말이 있다면 인터뷰 중간중간 잘 표시해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유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 속에는 그 유저의 숨은 심리사 니즈를 발견할 수 있고, 이는 프로덕트 개선 방향에 중요한 키가 될 수도 있다.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할 때는 솔직한 답변 요청하기

file_path_host?token=dDpyILQX9nOMS2W%2FoG%2BsUqs%2BM8jSTs5ZZc9st7NCJsktt3Y0jEnKxF4fPMJpFdy44LEj8FhZJJBYJDP4m5BmCsy8D8chvO6xWHdOkPtkd5Py--fPtv02FWEgL5Q9FB--8X5oCrXMXoveB%2B0Yks3wKQ%3D%3D

가끔 인터뷰 중 사용자 말이 정확히 이해가 안가거나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종종 “~라는 말씀으로 이해했는데 맞을까요?” 라고 되물어 봤는데, 이 질문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상대는 동의가 쉽다는 점이다. 그냥 대체로 맞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고, 흐름에 따라 무심코 맞다고 할 수도 있고, 다시 설명하기 귀찮아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인터뷰할 때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데, 은연중에 우리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유저엑 되물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유도 질문을 방지하기 위해 서두에 ”이게 아니라면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하는데, 즉 ~~라는 말씀이신걸까요?“라고 솔직한 답변을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




유저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항상 머리에 ‘물음표’를 달고 있어야 한다. 준비된 질문만 하는 게 아니라 유저의 답변,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 말투와 표정 하나하나에 물음표를 던져 깊게 파고 들어야 한다.

사실 인터뷰 초반까지만 해도 준비된 질문만 하기에 급급했다. ‘잘 질문한다는 게 도대체 뭐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인터뷰를 여러번 진행하니 알겠다. 인터뷰는 ‘조사’가 아니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좋은 질문은 ‘잘 듣는 것’에서 온다. 상대가 하는 말을 표면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맥락과 생각을 가지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물음표를 달고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물음표를 바탕으로 한 질문이 유저의 진짜 니즈를 발견하는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이어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EP3] “책 좋아하세요? 그럼 인터뷰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