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좋은 질문
인터뷰에서 진짜 니즈를 찾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잘 질문하는 것’이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잘 질문하는 법을 배우고자 유저 리서치 관련 도서인 <유저 인터뷰 교과서>와 <고작 다섯 명이 한 말을 어떻게 믿어요?> 를 읽었고, 두 책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잘 질문하는 방법을 바탕으로 실제 북카이브 인터뷰에서는 어떻게 질문했는지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보려 한다.
<유저 인터뷰 교과서>에 따르면, 질문지는 대본이 아니라 체크리스트일 뿐이라고 한다. 질문지를 바탕으로 유저와 이야기 하되, 방향은 이야기 흐름에 따라 유동적으로 잡아 나가야 한다.
나도 유저 인터뷰를 처음 할 때 이런 실수를 했었다. 질문지에 적힌 순서대로 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이 있어 오히려 대화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았던 순간도 있었다. 질문지 순서에 상관 없이, 상황에 따라 뱡항을 유연하게 잡아 나가야 유저가 느끼기에도 자연스럽고 더 편한 대화가 가능하다.
유저의 맥락과 니즈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추후 아이데이션까지 이어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상황 / 행동과 사고 / 요구나 기대 세 단계로 질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북카이브 인터뷰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이런 때에(상황) 이런 선택을 하고(행동과 사고) 이런 점에 불만을 느끼더라(요구나 기대)’의 흐름으로 사용자 니즈를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다.
답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질문보다는 최근 경험에 기반한 질문으로 더 구체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고 실제 사용자 행동 기반의 ‘진짜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북카이브는 사용자가 기존에 어떤 방식으로 독서 문장을 기록하는지, 그 과정에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를 알아내는 질문이 있다. 이 때 ‘기존 방식으로 기록할 때 불편한 점 없으세요?’와 같은 질문은 듣는 유저에게 너무 광범위하게 들릴 수 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될 수 있다. 그 대신 최근 경험에 기반해 질문하면 사용자는 자연스럽고 생생하게 경험을 떠올릴 수 있다.
혹은 기록하는 방식을 알려달라고 한 뒤, 그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 각 단계에서 유저의 경험을 물어보는 방법도 있다. 이렇게 하면 더 구체적으로 니즈 발견이 가능하고, 사용자도 정해진 범위 내에서 더 쉽게 답할 수 있다.
기능 검증을 할 때는 ‘우리 이런 기능 있는데 어떄?’와 같은 돌직구 질문보다는 실제 유저의 행동을 묻는 것이 더 정확하다. 상대에게 직접적으로 ‘음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요’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실제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경우 답변이 긍정적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더 높다. 따라서 유저의 실제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유저의 과거 행동을 살펴보아야 한다.
AI 찾기 기능에 대한 니즈를 알아보기 위해, 근본적으로 사용자가 기록한 구절을 다시 찾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있는지 확인했다. 단 이 질문에 더해 구절을 다시 찾아본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사고의 흐름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찾아 보았는지, 그 과정에 불편한 지점이 있는지, 또는 찾아본 경험이 없다면 왜인지 등 구체적인 맥락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리 준비한 질문보다 답변에 대한 꼬리질문이 더 가치있는 인사이트를 이끌어 낼 때도 있다. 꼬리 질문은 표면적인 답변 속에 숨겨진 니즈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서 이 인터뷰이는 하나의 기록 안에서도 핵심과 핵심이 아닌 세부 사항을 구분해 보기를 원한다. 기존 북카이브에서는 구절들이 단순 줄글 형태로 나열되어 더 정리가 안 되어 보이고, 기억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첫번째 질문에서 멈췄다면 그저 ‘정리가 되어 보이지 않는다고 느낌’이라는 결론밖에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느낀 이유와 유저가 하는 말의 구체적인 의미를 깊게 물어보면서 더 근본적인 사용자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 중에는 유저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요한 정보가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접 말로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사용자가 이전에 했던 답변들을 기반으로 포인트를 캐치해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질문을 통해 기록을 한 곳에 깔끔하게 정리해 보고 싶어하는 유저의 니즈를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 유저는 기록이 흩어져 있어 보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직접 이야기하지 않았다. 무의식적으로 느끼던 불편함일 수도 있고, 평소에 가끔 생각은 했으나 그 순간 기억이 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혹은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인터뷰 내내 유저가 한 말들과 표현, 맥락을 잘 따라가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 말로 표현하지 않았어도 맥락 상 예상되는 불편한 포인트를 발견하면 유저에게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때로는 유저가 직접 언급한 것보다 더 중요한 인사이트가 될 수도 있다.
유저와 이야기 하다 보면 무엇을 하고 싶고, 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으니 ‘왜’를 깊게 파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유저가 구절을 복기하고 활용하고자 하는 니즈는 있으나 일일이 찾아보는 ‘실행’의 과정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행동을 하지 않은 이유에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일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 꽤 큰 불편함이 있어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유저가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거기서 질문을 멈추지 말고, 왜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파고들어 보아야 한다.
<유저 인터뷰 교과서> 저자는 “닫힌 질문으로는 사용하기 쉬운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열린 질문을 이용하면 사용하면서 느낀 점에 관한 폭넓은 대답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닫힌 질문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우리 서비스의 특정 기능이나 사용성에 대해 확인하고 싶은 경우에는 열린 질문으로 더 딥한 답변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난 AI 찾기 기능에 대해 사용자들이 유용하다고 느끼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단 이 유저처럼 해당 기능을 아직 사용해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때는 사용 경험 대신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을 위주로 물었다. 사용 전 첫 인상으로 사용자의 니즈나 기대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여기서 유저는 북카이브의 AI 찾기 기능이 다른 사람들의 기록들까지 같이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오해했다. 즉 사용자가 기능의 용도를 헷갈려 할 수 있다는 문제를 발견했다. 또 해당 유저는 타 유저의 콘텐츠 열람에 니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이 분은 마케터이다 보니 업무를 할 때 다른 마케팅 사례들을 찾아 참고하고는 하는데, 이를 통해 유저의 직종에 따라서도 니즈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사용자가 자주 언급하는 말이나 표현이 있다. 이 때 그 표현을 잘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자주 쓰는 말은 사용자의 진짜 생각이나 문제 인식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의 편향된 해석이 아닌, 사용자들이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중요한 단서이다.
이 유저는 인터뷰 전반적으로 ‘서론, 본론, 결론’, ‘흐름’, ‘책의 요지’ 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했다. 그러다 마지막 대화를 보면, 사용자가 북카이브의 태그 기능을 의도와 다른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북카이브의 태그는 개별 구절들을 주제별(UX 디자인, 팀 빌딩, 육아 등..)로 분류하도록 의도했지만, 이 분은 책 이름으로 태그를 설정하고 계셨다.
그 이유가 자주 사용했던 표현인 ‘흐름’, ‘책 요지’와 연관되어 있을 것 같았고, 결과적으로 한 책에서 통합된 결론을 찾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즉 구절들을 개별로 보는 게 아니라, 같은 책의 구절끼리 모아 보며 그 흐름을 파악하길 원하는 것이었다. 이 인사이트는 이후 북카이브의 분류 형태와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구상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추후 더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언급하는 말이 있다면 인터뷰 중간중간 잘 표시해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유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 속에는 그 유저의 숨은 심리사 니즈를 발견할 수 있고, 이는 프로덕트 개선 방향에 중요한 키가 될 수도 있다.
가끔 인터뷰 중 사용자 말이 정확히 이해가 안가거나 확인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우리는 종종 “~라는 말씀으로 이해했는데 맞을까요?” 라고 되물어 봤는데, 이 질문을 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상대는 동의가 쉽다는 점이다. 그냥 대체로 맞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고, 흐름에 따라 무심코 맞다고 할 수도 있고, 다시 설명하기 귀찮아 그렇다고 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인터뷰할 때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데, 은연중에 우리가 해석하고 싶은 대로 유저엑 되물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는 유도 질문을 방지하기 위해 서두에 ”이게 아니라면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으면 하는데, 즉 ~~라는 말씀이신걸까요?“라고 솔직한 답변을 요청하는 게 필요하다.
유저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항상 머리에 ‘물음표’를 달고 있어야 한다. 준비된 질문만 하는 게 아니라 유저의 답변, 사용하는 단어와 표현, 말투와 표정 하나하나에 물음표를 던져 깊게 파고 들어야 한다.
사실 인터뷰 초반까지만 해도 준비된 질문만 하기에 급급했다. ‘잘 질문한다는 게 도대체 뭐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인터뷰를 여러번 진행하니 알겠다. 인터뷰는 ‘조사’가 아니라 ‘대화’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좋은 대화를 위해서는 잘 말하는 것만큼 잘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좋은 질문은 ‘잘 듣는 것’에서 온다. 상대가 하는 말을 표면적으로 듣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맥락과 생각을 가지고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물음표를 달고 경청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물음표를 바탕으로 한 질문이 유저의 진짜 니즈를 발견하는 의미 있는 인사이트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