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UX딜레마: 사용자 습관을 유지할 것인가, 바꿀 것인가

사용자 습관 유지와 새로운 가치 학습 사이의 고민

by Button

프로덕트를 만들다 보면 사용자가 가진 기존 습관이 있고, 우리는 그와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사용자가 그 습관을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가치를 학습시켜야 할까?

북카이브를 만들면서 이런 딜레마 속에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바로 책별분류와 태그분류 사이에서의 고민이었다.




사용자의 습관: “책별로 보고싶어요”


0520_01.png 건의함에 들어온 의견 일부

사실 이런 요청은 건의함에서도 그렇고 이전에도 조금씩 들려왔던 요청이었다. 난 처음에는 단순히 기존 습관에 의한 관성이라고 생각했다.

북카이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은 결국 ‘지식 관리 서비스’였기에, 지식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보들을 주제별로 관리하고 서로 ‘연결 짓는 것’이 중요했다 (그 이유는 추후 ‘세컨드 브레인’ 관련 글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이는 추후 필요할 때 다시 꺼내보는 상황에서도 더 편리한 방법이다.


우리는 사용자들의 기존 습관을 더 쉽게 이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중요할지, 아니면 새로운 방법이지만 활용에 더 효과적인 방법을 학습시키는 게 맞을지 고민이었다. 난 ‘유저가 평소에 그렇게 해왔으니까 여기서도 할 수 있게 해주자’라고 결정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프로덕트에게도, 유저에게도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에 책별 분류를 넣으려다가도, 책뷰가 필요한 명확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계속 미뤄 왔었다.




습관 속 숨겨진 이유 찾기


0520_02.png CBT 인터뷰 분석 일부

CBT 인터뷰 결과, 사실상 인터뷰한 모든 유저가 기존에 책별로 구절을 분류하고 있었다. 주로 페이지 하나를 파서 책 제목으로 해두고, 그 책에서 발견한 모든 구절들을 해당 페이지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터뷰를 통해 사용자들이 기존에 책별로 분류하는 이유를 더 깊게 파악해보려고 했고, 분석을 하고 나니 왜 사용자가 책별 분류를 원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01 책이라는 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기존에 책별로 분류하는 형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단어가 많이 언급되었다.

"책의 요지", "책의 맥락", "흐름" …

0520_03.png 유저 인터뷰 기록

그제야 알게 되었다. 문맥을 알아야 그 문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우리는 태그를 활용해서 책 밖에서 인사이트들을 연결해주는 방식을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구절들이 책 안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파악하고 싶어했다. 책의 맥락이 함께 기록되어야 그 하나하나의 구절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태그를 활용해 주제별로 분류하는 방법이 다시 꺼내 보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그 ‘책’이라는 틀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사람들에게 ‘책’이라는 것은 단순한 분류 기준이 아니라 구절의 의미와 문맥을 함께 기록하는 정보 구조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는 심리적인 것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느꼈다. 같은 책에서 나온 같은 맥락의 구절들이 한 데 모아지지 않고 흩어진다는 느낌이 불안감으로 다가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0520_04.png 유저 인터뷰 기록 및 건의함 의견

사용자들은 책별 분류와 함께 페이지를 표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도 위의 니즈와 연결된다.

한 유저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언젠가 그 책을 다시 보게 되어있어요.”

즉 어떤 구절을 찾아볼 때, 같은 책의 다른 구절들을 함께 찾아보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이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연결되는 구절들을 함께 보아야 그 의미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 다시 찾아보기 쉽도록 페이지를 적고자 했던 것이었다.



02 구절을 다시 찾아보는 두 가지 사고 흐름


0520_05.png

위와 유사한 맥락이지만, 사용자의 사고 흐름도 이유 중 하나였다. 필요할 때 특정 구절을 다시 찾아보는 상황에서의 생각의 흐름을 분석한 결과,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을 발견했다.

1. 키워드를 떠올리는 경우: ‘ux의사결정 관련된 구절이 뭐가 있었더라?’
2. 책을 떠올리는 경우: ‘ux의사결정 관련된 그 책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이 두 가지 케이스는 어느 하나가 더 빈번하거나 하지 않았고, 상황에 따라 두 경로로 떠올리고 구절을 찾아보게 된다.

키워드를 떠올리는 경우, 현재 북카이브에서는 태그를 통해 해결이 가능하지만 2번처럼 책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에는 북카이브를 통해 해결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케이스를 모두 커버하기 위해 책별 분류가 필요했다.




기존 습관과 새로운 가치: 균형 찾기


그럼 북카이브는 책별 분류만 제공하면 되는 걸까?

0520_06.png

하지만 책별 분류에도 명확한 문제점이 있었다. 북카이브에서의 “분류”는 나중에 필요할 때 더 쉽게 찾아보고 꺼내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이다. 하지만 책으로만 분류했을 때 다시 꺼내보는 과정이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인터뷰 결과 구절을 다시 찾아볼 때 책별로 나눈 페이지를 하나하나 들어가 확인하고, 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데도 분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태그를 활용한 주제별 분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이다. 수기로 노트에 기록하는 경우 주제별 분류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고, 또 아예 주제별로 분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네요”라고 말한 사용자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들은 기존 습관대로 책별로만 분류를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태그 분류에 대한 니즈를 ‘잠재적 니즈’라고 판단했다.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고는 있지만,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그 방법을 모르는 니즈였던 것이다.



태그 분류 & 책별 분류

0520_07.png

결론적으로 우리는 책별 분류와 태그 분류를 함께 제공하기로 했다.

책에서 얻은 인사이트 간 연결은 책 밖에서도, 책 안에서도 모두 가능해야 진짜 활용을 도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 태그로 인사이트를 분해해 보고, 책으로 그것을 다시 통합해 볼 수 있는 형태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책별로도, 태그별로도 모아볼 수 있도록 업데이트를 마친 상태이다.

이제는 ‘태그 분류’라는 가치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학습시킬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존 습관 vs 새로운 가치
기존 습관 ↔ 새로운 가치

0520_08.png

책별 분류는 사용자들이 가진 단순한 습관이 아니었다. 정보를 해석하는 사용자들의 사고 구조가 반영된 행위였던 것이다.

사용자들의 기존 습관과 다른 형태의 가치를 제공해야 할 때, 무작정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기보다 사용자의 기존 습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단순히 ‘습관에 의한 관성일거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또한 공급자 관점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가 주는 새로운 가치에 매몰되어 사용자의 사고 방식을 깊게 들여다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 습관의 이유를 잘 이해하지 않고 무작정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기존 습관이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이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프로덕트와 사용자의 특성, 습관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적절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기존 습관과 새로운 가치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가치를 적절히 전달하는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초기 B2C 프로덕트가 정성 데이터 수집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