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희선 Dec 02. 2023

삶며 다독이며

동면

겨울이 오면 동면하고 싶다

산속에 통나무집을 찾아가

그 속에 나를 묻어두고 잠을 청하고 싶다

귀는 열어 둬야겠지

고요한  백설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소리를 시처럼 들으면서 꿈속에 빠지고 싶다

겨울이 오면 동면하고 싶다

희디흰 눈 속의 포근함에 취해

달콤한 동화를 읽는 눈을 가지고 싶다

온 세상이 눈 속에 고여 고요함에 파묻혀도

영영 그 속에서 일어날 수 없다고 해도 행복할 것 같은 그런 세상 속에서 깨어나지 않아도 좋을 동면을 하고 싶다

마침내 만년의 시간 가고 미물들이 지루한 겨울을 깨우는 소리가 내 귓속을 파고들면 그때 능청을 부리며 긴 기지개를 켜며 눈을 뜨고 싶다

꽃이 팔을 내밀고 줄기를 뻗치듯이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미는 나 스스로를 만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카시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