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아련한 눈의 매력 ‘퍼그’
나는 슬픈 듯 아련한 눈빛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개 '퍼그'입니다.
원래 고향은 중국인데 기원전 400년경의 기록이 남아있을 만큼 오래된 품종이에요.
퍼그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주먹 혹은 도끼를 뜻하는데 아마도 제 얼굴에서 연상되어 나온 말이겠지요.
얼굴이 눌러놓은 듯 납작하고 주름이 많으며 눈이 아주 크고 둥글답니다.
주먹에 한 방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짓눌린 얼굴에 들창코인데다가 자세나 걸음걸이는 경량급의 권투선수 분위기를 풍기지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첫 눈에 비호감이라며 고개를 돌리기도 하지만 나의 훌륭한 성품과 깨끗한 습성에 결국 대부분 매료되고 말아요. 후훗!
어찌 보면 불독과 닮았다고 느껴질지 모르지만 나는 공격적인 성향이 전혀 없어요.
반대로 애교가 넘치며 쾌활하고 영리하며 인내심도 강해요.
한마디로 아주 사려 깊고 사랑스런 댕댕이라서 어린이와도 안심하고 놀 수 있습니다.
오히려 제 편에서 보면 나는 친구가 없으면 외로워 못 견디는 체질인 개라고요.
18세기 영국의 풍자화가 윌리엄 호가스는 퍼그를 좋아해 자신의 퍼그종 애완견 ‘트럼프’를 몇 몇 작품에 등장시켰어요.
요즘 미국이란 나라에 있는 ‘그분’은 그리 호감 가는 분은 아니지만요.
그리고 저를 보면 꼭 생각나는 유명한 분,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도 있어요.
나는 손이 별로 가지 않는 타입에 운동도 그다지 필요가 없어 초보자들도 키우기 쉬워요.
돼지처럼 꿀꿀거리거나 말처럼 힝힝대고 코를 킁킁거려 의사를 전달하니 제 말 좀 잘 가려 들어주시길 부탁해요.
그냥 코끝이 눌려 거칠게 숨 쉬거나 코를 골아대는 소리뿐일 때도 있지만요.
나처럼 얼굴이 납작하고 코가 눌러 붙은 단두종 개(시추, 페키니즈 등)들은 호흡이 어렵고 더위에 아주 약해요.
한여름 뙤약볕에 산책하거나 차 안에 가둬두면 열사병으로 큰일 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주세요.
느긋하고 사려 깊은 성격에 귀여운 들창코와 자글자글한 주름이 매력적인 저란 댕댕이.
털 관리도 쉽고 운동량이 적어 산책을 자주 시켜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무난하게 키우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