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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남 Apr 06. 2020

세밀화 일러스트로 감상하는 <101마리 댕댕이>

#13 짧은 다리의 역습 ‘닥스훈트’

나 닥스훈트는 독일말로 오소리(닥스) 사냥개(훈트)인 독일 출신의 개입니다.

 

목축견인 웰시 코기와 더불어 긴 허리와 짧은 다리로 유명하지요.

 

한자 좀 아시는 분은 동장단족(胴長短足)이라 부르는 종류인데 고양이 먼치킨도 해당돼요.

 

내가 이런 체형으로 발전한 이유는 오소리나 토끼 같은 작은 동물이 굴속으로 달아날 때 추적하기 위해서입니다.

 

지금은 사냥개에서 반려견으로 임무를 바꾼 지 오래됐지만 제 사냥실력은 녹슬지 않아 요즘에도 순식간에 청설모나 참새를 잡아버리는 민첩한 개랍니다.

 

주변에 햄스터나 병아리 같은 애들이 돌아다니면 난 못 본 척하기 어려워요.




내겐 긴 허리 때문에 ‘핫독’ 혹은 ‘소시지독’이라는 웃기는 별명이 붙어 있어요.

 

17세기 독일에서 닥스훈트 모양의 기다란 프랑크소시지가 만들어졌고 19세기에 독일이민자에 의해 미국에 소개되었어요.

 

전시장과 야구장 등에서 음식 파는 사람이 닥스훈트 모양의 이 소시지를 뜨거운 물에 익혀 긴 빵 사이에 끼워 넣어 팔았는데

 

“따끈따끈한 소시지요, 따끈한 닥스훈트 소시지 사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은 신문사의 삽화가가 빵 사이에 끼운 닥스훈트가 짖는 그림에 닥스훈트 이름을 몰라 ‘핫도그’라 썼대요.

 

그때부터 긴 빵에 끼운 따뜻한 소시지빵은 핫도그라 불리게 됐고, 큰 인기를 끌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로 자리 잡았지요.

 

요즘엔 핫도그 의상을 입힌 닥스훈트들의 달리기 경주인 ‘달리는 소시지 개 대회’도 열린답니다.

 

어지간히 좀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 닥스훈트 종은 털 모양에 따라 짧은 털인 단모종(쇼트헤어), 긴 털의 장모종(롱헤어드), 뻣뻣한 털의 강모종(와이어헤어드)으로 나누기도 해요.

 

그중 단모종 가운데 검은 털과 갈색점이 있는 블랙탄이 인기가 있는데 요즘엔 갈색인 장모종 친구도 꽤 많이 눈에 띄어요.

 

미안하게도 나는 털이 좀 많이 빠지는 편이에요. 긴 털인 친구는 긴 털이 날리고, 짧은 털인 친구는 꽂힌다고 할 정도로 빠져서 주인들을 괴롭히지요.

 

주인에게는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깊은 애정을 갖고 항상 주인 곁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주인 곁을 다가오는 타인에게는 경계심을 가지고 공격적으로 대할 때가 있으니 조심하세요.

 

사냥개 시절 몰려다니며 그룹 사냥을 한 때문에 같은 닥스훈트끼리는 상당히 우호적이지만 다름 견종을 쫓아다니며 몰아대거나 괴롭히기도 해요.

 

물론 같은 종의 닥스훈트라도 각각 성향이 다른 경우가 많아요. 제 친구 하나는 오리를 봐도 도망가는 애거든요.



나는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면서도 고집이나 자기주장이 강합니다.

 

경계심이 많고 흥분을 잘해 시도 때도 없이 우렁차게 짖어서 이웃에 민폐를 끼칠 수도 있어요. 두 마리 이상이 합창으로 짖으면 어휴~.

 

게다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으로 집 안을 황폐한 운동장(?)으로 만들어 버리니 인내심을 가지고 단호하게 훈련시켜 주세요.

 

그리고 긴 허리에 비만해지면 허리디스크 위험성이 있으니 음식 조절과 운동이 필수적입니다.

 

침대나 쇼파 위에서 아래로 점프하려고 들면 꼭 좀 말려주세요.

 

주인님 식사가 끝난 뒤 식탁 위에 먹을 게 남아있으면 내가 어떻게든 덮칠 수가 있으니 알아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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