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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삼오 Aug 03. 2020

산하엽

:물에 젖어 투명해진 나의 행복에게

조금은 유치하지만, 마음에 드는 꽃을 알게 되면 꽃말을 찾아보곤 한다. 단순히 외적인 아름다움에 이끌려 좋아하게 된 꽃에 그 이상의 의미가 생길 때, 나만의 의미를 부여하게 될 때- 그 순간이 좋다.

 산하엽을 좋아한다. 고(故) 종현의 노래를 들으며 처음 알게 된 꽃으로, 물에 젖으면 투명해진다고 한다. '참 신기하고 예쁜 꽃이다'라고 생각하며 습관적으로 검색창을 켰다. '산하엽 꽃말'.

 '행복'. 산하엽의 꽃말은 행복이었다. 비를 맞으면 투명해지는 그 모습이 어딘가 서글퍼보인다고 생각했는데,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꽃말이었다. '행복'이라는 꽃말을 가만히 곱씹으며 모니터 속 산하엽을 한참 들여다보다- 문득 투명해진 산하엽에 삶이 겹쳐 보였다.

 나의 산하엽은, 또는 행복은- 지나치게 쏟아져내리는 삶의 빗물에 젖어 있다. 새하얀 꽃잎은 투명해진지 오래. 큰 노력 없이도 발견하고 예뻐할 수 있었던 나의 산하엽은 물기를 가득 머금은 탓에 눈에 잘 띄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나의 산하엽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 볕 좋은 날만큼 눈에 띄진 않을지라도, 흰빛을 내보이지 못할지라도, 산하엽은 여전하다.

 쏟아지는 빗물에 잠시 투명해졌다 해서 그를 잊고 싶지 않다. 그 대신, 미처 알아주지 못했던 나의 투명한 행복을 발견해주고 싶다. 화창한 날들보다는 조금의 마음을 더 들여야 하겠지만, 분명 어딘가에 피어 있을 것을 알기에.

 무거운 빗물을 머금은 채 투명해진 산하엽을 알아봐 주자. 투명하면 투명한대로 그 또한 아름답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여전함을. 조금의 시간이 지나 삶의 물기가 조금 마르는 날 산하엽은 또 한 번 흰빛을 쏟아낼 산하엽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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