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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주사, 사실은 큰 효과 없습니다

연골주사로 연골이 재생되지 않는다

by 송무호

고령화로 인한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증가하면서 필자에게 관절 건강에 대한 각종 질문이 들어옵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질문들을 하나씩 소개해 드립니다.


Q : 무릎에 염증이 생겼는데 연골주사를 3번 맞으라고 합니다. 연골주사는 뼈주사와 다른 것입니까?


A : ‘연골주사’와 ‘뼈주사’는 다릅니다. 용어가 애매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만, 정확하게 구분해서 이해하셔야 합니다.


흔히 병원에서 '연골주사'라고 하면 마치 연골을 재생시켜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실망스럽게도 연골주사를 맞는다고 해서 연골이 재생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우리 몸의 '연골'은 한번 손상되면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는 자연치유(재생)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골주사’는 관절액(뼈와 뼈 사이, 즉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액체로 미끌미끌하고 끈끈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의 주요 성분 중 하나며, 끈적한 점성을 가진 히알루론산(히알루론산 나트륨) 성분의 주사제를 관절강 내에 직접 주입합니다. 나이가 들어 관절염이 생기면 관절액 안의 히알루론산 농도도 줄어들기에 보충해 준다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일종의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되고, 기계가 뻑뻑할 때 기름칠 해주는 것과 유사합니다. 주로 관절염 초기에 무릎이 뻣뻣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사용하는데, 주의하실 것은 무릎에 부종이 있는 환자에게는 별 효과가 없으니, 부종이 없는 환자에게만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1].


주사제의 종류에 따라 1주일에 1번씩, 3번을 한 주기로 맞는 주사(예: 히루안)와 고점도 히알루론산으로 1번만 맞는 주사(예: 시노비안)가 있는데, 둘 다 6개월 간격 재투여합니다.


이론적으론 관절 내 마찰을 줄여 연골 손상을 완화하는 윤활 작용, 염증 감소 효과로 통증 완화, 무릎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 관절염 초기에 해당하는 환자 중 효과를 보는 분도 있지만, 중기 이후에는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와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의 가이드라인에는 증상이 있는 무릎 관절염 치료에 일반적인 사용(routine use)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연골주사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이 17명 중 1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표) [2].


히루안.jpg


2022년 영국의학저널(BMJ)에 보고된 대규모 메타분석(24개 무작위 대조군 연구, 약 9천명)에서는 히알루론산 주사의 통증 감소 효과는 임상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치며,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이 3.7%로 대조군 2.5%보다 49% 높아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고 했습니다 [3,4].




속칭 ‘뼈주사’란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는 주사를 말합니다. 관절 주위에 주사를 놓는 모습이 마치 뼈에 주사를 놓는 것처럼 보여 뼈주사라고 불리지만 실제로는 뼈에다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무릎 관절강 내에 주입합니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우리 몸의 부신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인공 합성한 것으로, 몸에 해로운 물질은 아닙니다. 이 호르몬은 스트레스 반응, 면역 반응, 전해질 조절 등의 다양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는 주사뿐만 아니라 먹는 약으로도 다양한 약제들이 시중에 나와 있으며, 염증을 강력히 억제하고 부종을 줄이며 통증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오래전부터 천식, 류마티스,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다양한 질환에 치료제로 사용돼 왔습니다.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많은 난치병 환자들에겐 대단히 고마운 약이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모든 질병과 상황에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무릎 관절염인 경우에도 그러합니다.


스테로이드 주사는 염증 반응이 심한 관절염 환자에게 대단히 큰 효과를 볼 수도 있지만, 반복 주사 시 연골 손상 우려가 있어 사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영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에서는 무릎 관절염에서 관절 내 스테로이드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사실상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5]. 단 반복적인 사용시 감염이나 연골 손상의 우려가 있습니다.


미국정형외과학회(AAOS)의 가이드라인에도 심한 무릎 관절염에 단기적인(최장 3개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와 있으나, 반복 사용 시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이 있으니 유의하라고 나와 있습니다 (아래 표) [2].


스테로이드.jpg


병원을 찾은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 무릎 관절염인 경우, 통증을 신속하게 줄이기 위해서 어느 정도 뼈주사 사용은 필요합니다. 단 부작용을 고려해서 최소 3개월 정도의 간격을 가지는 것이 좋고, 감염 방지를 위해 숙련된 전문의에게 주사를 맞는 것이 안전합니다. 뼈주사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나쁜 주사는 아닙니다만, 사용에 신중을 요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외 DNA주사, 프롤로 주사, PRP 주사, 콜라겐 주사, 줄기세포 주사 등등 각종 연골 보조 주사들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미미하고, 효과는 오십보백보라, 슬관절 학회에서도 정식으로 인정되지 않는 치료법들입니다.


우리 속담에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말이 있는데, 이 경우와 유사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 정도의 효과도 필요하신 분들이 있겠지만요..


선택은 오로지 소비자들의 몫입니다.




참고문헌

1. V Legré-Boyer. Viscosupplementation: Techniques, indications, results. Orthopaedics & Traumatology: Surgery & Research 2015;101(1):S101-S108.

2. RH Brophy, YA Fillingham. AAOS clinical practice guideline summary: management of osteoarthritis of the knee (nonarthroplasty). Third Edition.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Orthopaedic Surgeons 2022;30(9):e721-e729.

3. TV Pereira, P Jüni, P Saadat, et al. Viscosupplementation for knee osteoarthritis: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J 2022;378:e069722.

4.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20720029900009

5. S Chaplin. NICE on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osteoarthritis. Prescriber 2023;34: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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