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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k Jan 04. 2021

잘 못 알고 있었던 몸

오인은 오해를 부른다.

여기저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면서 12월은 스트레스가 심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 순간마다 주변의 몇몇 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나보다 조금 더 빨리, 먼저, 멀리 이런 일을 겪었던 사람들과의 대화와 안내, 그리고 위로는 큰 힘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시간도 잠시 늦은 밤 화상회의를 하려는데 심한 기침과 건조함에 몸이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약국에 들러 목에 이물질이 있는 듯한 이질감이 들고 코가 너무 건조한 나머지 마른 (헛) 기침이 나는데 000 약을 먹어야 할지 여쭤보니 몇 가지 질문을 해 주셨다. 약사님과 그렇게 대화를 하던 중 아마도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된 현상일지도 모른단 이야기를 들었다. 속 쓰림이나 불쾌감이 없던 지라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스트레스로 명치가 쓰라리고 숨이 막히는 듯 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나서 약사님의 권유에 따라 위산을 조절해 주는 약을 사 가지고 집으로 왔다. (전에도 다른 병원에서 인지하지 못하던 것을 이 약국의 약사님의 조언으로 다른 병원에 방문에 바로 나은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찾아가 봤다.)


신기하게도 권유해 준 약을 먹고 나니 헛기침과 목의 답답함이 사라졌다. 약사님의 이야기처럼 밀가루도 멀리하고 좋아하던 커피도 끊었더니 몸 상태가 좋아졌다. 커피를 끊은 나를 보며 "정말 몸이 힘들었나"싶기도 했다. 커피를 못 마시면 불안해하던 나였는데 몸이 힘드니 그것까지 통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을 넘겼다. 그리고 약국에 들러 약사님과 또 상의를 해 봤다. 아무래도 내과에 들러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네주신다. 무리하게 약을 길게 먹는 것이 몸이 좋지 않으니깐 안내해 주시는 듯했다. 신뢰할 수 있는 약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냥 약을 파셔도 되실 터인데 말이다. 


이렇게 나는 이번에도 내 몸을 오인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몸의 통증을 그대로 인지하고 문제의 원인을 전혀 다른 곳에서 찾은 것이다. 한해를 넘기면서 또 하나를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얇게 인지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리고 스트레스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그리고 통제되지 않을 것 같았던 커피가 곁에서 멀어지면서 이 또한 반성하게 되었다는. 왜, 안된다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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