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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Feb 15. 2024

<퍼즐 맞추기>를 읽고

지인 작가 임미정

지인 임미정 작가의 책 출간 소식을 들었다. 이번 주 토요일 종로 교보문고에서 출판 기념회를 연다. 우리의 소설 합평도 그날 함께 하기로 했다. 굉장히 성실하고 노력하는 분이다. <퍼즐 맞추기> 소설집을 읽은 순간 그 사실은 더욱 확연해졌다. 부러웠다. 또 한편으로는 소설, 문학이 주는 힘을 느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미처 내가 느끼고 있다고 생각 못한 부분은 사실 나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부분을 소설은 알게 해 준다. 그리고 나의 시간을 소중히 만들어준다. 내가 놓친 것, 우리들이 간과하는 소중한 것을 보게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기록하고 싶게 한다.


<#한국어 수업 #샨샨>은 중국 샨샨 지역에서 온 진유가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마르크스와 기독교는 다르다는 발언을 한 이후 진유는 마을 사람들의 감시를 받는다. 대학 졸업 후 교수의 소개로 서울의 중국어 강사 일을 얻었다. 한국어가 서툴어 대형 학원에는 채용이 되지 않는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호텔 스파숍에 피부관리사로 취업을 했지만 "엉니"라는 발음 때문에 잘리게 된다. 완벽한 한국어와 세련된 몸짓을 익히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피부 관리를 받는데 쓴다. 같은 고향에서 서울로 온 춘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화려한 생활로 도배가 되어있다. 부러움과 열등감으로 힘들던 중 인스타 속의 그녀가 춘매가 아님을 안다. 서울에서 살아가는 외국인,  SNS 속에 살아가는 사람 간의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방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사전적 정의인 외국인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빈부, 언어, 지역, 심지어 우리가 지니는 옷과 가방, 제스처까지 순식간에 이방인을 만든다. 김애란의 <큐티클> 소설을 보는 듯 스파숍 사람들의 상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필라멘트>는 김기욤에게 환청이 들리는 이야기이다. 프랑스계 독일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는 헤어지셨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며 재택근무를 하는 김기욤에게 환청이 들린다. 목소리는 벽속에서 들렸다. 그 목소리는 누구인가. 아버지에게 버림을 받고 자신의 세상에 갇혀버린 가엾은 어머니의 목소리인가, 독일에서 자라 두 개의 정체성을 가진 김기욤 내면의 목소리인가. 아보카도를 좋아하는 기욤을 아보카도라고 부르는 목소리와 내면의 상처가 엇갈린 듯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퍼즐 맞추기>는 준의 자살을 이야기한다. 나는 작고 말 없는 아이였다. 준은 그런 나의 모습을 알아본 애였고 둘은 친구가 된다. 민욱은 준을 괴롭힌다. 당당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민욱 때문에 준은 다리를 다쳤다. 준은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의대에 붙었다. 그리고 민욱이 경찰이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울해한다. 나는 준이 민욱이의 소식을 아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결국 준은 자살한다. 나는 뒷걸음치기에 바빴던 자신의 삶을 빼내고 싶다. 어떤 퍼즐을 맞추어야 할까. 늘 피해자는 피해자이다. 그런 아이가 경찰이 되다니 분노하는 준의 마음과 처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와준 친구를 지키지 못한 나의 마음을 알기에 가장 슬프게 기억에 남는다.


< 다섯 번째 타이어>는 유경과 현수의 이야기이다. 현수는 유경에게 신장을 선물한다. 현수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유경은 사랑하던 민이 아닌 현수와 결혼한다. 타인의 장을 이어 붙여 산다는 것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삶을 의미하는 것인가. 유경과 현수는 공정한 세상을 위해 다른 태도를 취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한 사람은 드러나게 목소리를 내고 한 사람은 일 인 시위를 한다. 그래도 마음은 같은 것인데 다른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다섯 번째 피로는 현수의 피로일까, 유경의 피로일까.


< 첫 배달>은 가면 뒤에서 소외된 이들이 용기를 내는 이야기이다. 아픔을 가진 사장, 주방장, 이현은 가면 뒤에서는 타인과 만나는 세상에 나올 수 있다. 타인은 이야기를 들어주는 청자의 역할만 한대도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아직도 세상에 나오기를 두려워하는 애플망고에게 이현은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어렵게 지하철을 탄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하여 참사가 연상되어 가슴이 먹먹했다.


<빨간 구두>는 뒤늦게 공부를 해 대학 강사가 된 인영이의 이야기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읽는 일곱 가지 방법을 강의를 할 때 진지한 태도의 학생들에게 감동을 받는다. 가족들의 원성에도 불구하고 대학 근처로 이사도 했는데 강의는 없어졌다. 모든 노력과 시간을 송두리째 빼앗긴 기분이 드는 날, 지하철에서 욕을 하는 학생과 싸움이 붙고 동영상으로 찍혀 세상에 퍼진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순간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발견한 듯 인영은 행복하다. 그러나 아줌마라는 타이틀, 이과에 밀려나는 인문학이라는 벽이 결국 명품 빨간 구두로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모습은 이중적인 모습이다. 결국 우리는 소외감을 자본주의 세계답게 자본으로 해결하려 한다.


<잉여인간 >은 휴먼로이드 리아가 느끼는 인간 세상의 벽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이 흘리는 눈물을 알고 싶다. 인간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다 보니 입력되지 않는 욕이 튀어나와 리아는 해고가 된다. 휴먼로이드의 이방인 감정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지만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그 부분이 바로 우리가 이방인에게 진심으로 공감할 수 없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일곱 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모두 이방인이다. 그러나 나는 이방인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소외된 자들이다. 누구나 소외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사물인지 인간인지의 경계가 애매한 인공지능 로봇도 소외가 된다. 소외는 외로운 감정이라 불안하다. 누가 소외를 시키는가 작가는 말한다. 자신이 소외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질문한다.  SNS의 삶이 부럽지 않다면 소외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외국어를 잘 못해도 당당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가 된 아이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다. 소외는 무서운 것이다. 어떤 대상에게서 소외된 부분, 퍼즐을 빼놓은 나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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