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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May 17. 2024

"식물의 인문학" 책을 읽고

놀라운 식물

"시사저널"에서 정치, 경제 분야 기사를 쓰던 기자는 쉰 살 즈음에 식물에 매료되어 원예사업을 시작하여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친환경농업과 사막녹화 사업을 했다. 독특한 커리어이다.



새롭게 알게 된 흥미로운 사실들


-난에서 꽃을 보기란 쉽지 않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여름까지 잘 보살피고 찬바람이 불면 홀대하는 것이다. 식물분자유전학자는 기온이나 햇빛의 변화를 감지한 식물의 생체신호시스템인 개화조절 유전자가 꽃을 피운다고 설명한다. 개나리, 산수유, 매화, 목련은 급상승하는 기온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른 봄에 개화하고, 봄볕의 강한 자외선 스트레스로 여름꽃은 울긋불긋 꽃을 피우고, 밤바람이 서늘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코스모스가 피는 것이다.


-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만든 수메르인은 'ㅁ'자 모양의 건물 중앙에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중정을 만들었고, 도시 외곽에는 갖가지 식물을 구분하여 장원을 만들었다. 식물의 품정 분류와 조경을 시작한 최초의 인류이다.  정원은 지상 낙원, 파라다이스를 얻기 위해서였다. 파라다이스의 어원은 '담으로 둘러싸인'이다. 왕과 권력자는 낙원, 가든을 즐겼다. 권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장원을 만들었다. 좀 더 안전하게 식량을 확보하는 방법, 다양한 식물을 찾아내고 재배하는 방법, 약효식물을 이용하여 의술을 행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나중에는 사적인 공간, 사치와 일탈의 공간. 예술과 학문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인위적이고 규격화한 프랑스의 자수정원, 울긋불긋한 네덜란드 정원, 자연과 닮은 영국식 정원이 있다.


-덩굴식물 칡은 무성한 잎으로 크고 작은 식물을 덮쳐 햇빛을 독차지하고 뿌리는 왕성한 광합성을 해서 주변 영양분을 닥치는 대로 빨아들여 저장한다. 2~3년 만에 칡덩굴 아래 나무와 풀은 거의 죽는다. 그러나 갑자기 칠덩굴이 보이지 않는다. 시달리던 나무와 풀이 칡의 생장을 방해하는 타감물질을 일제히 발산하고 스스로 죽은 결과이다. 힘들게 살아남은 칡은 뿌리에 저장한 영양분에 기대어 몇 년간 숨죽여 지낸다. 식물들이 공생하는 방식이다.


-침엽수는 산불을 자초하는 인화물질(송진)을 가지고 있다. 그들만의 군집서식이 지나치면 과밀화로 인해 생존에 한계를 자초하게 된다. 나무의 윗부분을 태우며 급속히 번지는 관화형으로 산불을 일으킨다. 치솟는 화염풍을 이용해 열매를 멀리 날려 보낸다. 열풍에 실려 날아가는 동안 씨앗의 겁껍질은 불타고 땅에 떨어지면 속껍질이 터져 뿌리를 내린다.


- 식물은 저마다 좋아하는 미생물이 있다. 다양한 작물을 함께 키울수록 미생물의 종류도 많아져 토양은 풍요롭고 농작물도 당연히 건강하고 맛도 좋다. 한 품종만 심고 보호하면 그 농작물은 방어물질인 이차대사산물 생성을 스스로 줄인다. 또한 미생물도 풍부하지 않아 맛이 나아지지 않는다. 다양한 품종을 키우는 텃밭 농사는 자연 생태에 가깝도록 유지하는 전통 농업의 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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