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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ul 01. 2024

<맡겨진 소녀>를 읽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쓴 클레어 키건의 책이다.


도박으로 소를 팔아버린 아버지 댄은 무책임하고 무뚝뚝하다. 엄마 메리는 다섯 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킨셀라 아저씨와 에드라 아주머니는 주인공 소녀를 맡는다. 작가 특유의 문체는 독자가 아이의 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처음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는 마음을 요강이 마련되어 있지만 오줌을 못 누는 행동으로 표현한다. 이웃을 통해 킨셀라 부부의 비밀을 알았을 때의 마음을 킨셀라 아저씨와 해변을 걷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집으로 돌아갈 때의 마음을 혼자 아주머니를 위해 우물물을 기르는 사건으로 말한다. 아주머니가 아이를 아끼는 모습은 양동이 두 개를 들지 않고 한 손은 아이 손을 잡기 위해 비워둔 것이다. 행동 속에 숨은 마음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비밀이 있는 곳에는 부끄러운 일이 있는 거야, 우린 부끄러운 일 같은 거 없어도 돼

알겠어요, 나는 울지 않으려고 심호흡을 한다.

넌 너무 어려서 아직 모를 뿐이야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아주머니가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가서 언제나처럼 모르는 일은 모르는 체로 지내고 싶다고 생각한다.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아주머니의 손을 잡으며 나는 이런 기분을 또 언제 느꼈었는지 기억하여 애쓰지만 그랬던 때가 생각나지 않아서 슬프기도 하고 기억할 수 없어 행복하기도 하다.

그게 두 사람이 널 만나기 위해서 굴려야 했던 바윗돌이었나 보지. 애가 그 집 늙은 사냥개를 따라서 거름 구덩이에 들어갔다가 빠져 죽었지 뭐니?

나는 계속 걸으면서 밀드러드 아주머니의 말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그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나는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에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건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 울음을 참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라는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아저씨의 품에서 내려가서 나를 자상하게 보살펴 준 아주머니에게 절대로 절대로 말하지 않겠다고 얘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더욱 심오한 무언가 때문에 나는 아저씨의 품에 안긴 채 꼭 잡고 놓지 않는다. 그를 부른다.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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