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달 Nov 14. 2024

<침묵의 미래>를 읽고

중앙언어의 획일화

한강의 "희랍어 시간" 책에는 모국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침묵의 미래" 책에는 세계의 모국어, 소수 민족의 언어들이 사라지는 상황을 상상한다.


모국어는 무엇일까. 공기처럼 소중하지만 소중함을 모른 언어이다. 나는 어떻게 모국어를 배운 것일까. 그 많은 문화와 역사가 담긴 언어를 어떻게 쉽게 쓰게 된 것일까. 모국어는 피부이며 문신이다. 이 세상에 모국어를 쓰는 사람이 나만 남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안녕'이라는 가장 단순한 단어에도 울컥하며 누군가 대답을 해주길 바라고 끝내 침묵해 버리게 되지 않을까. 말투, 억양, 성조, 뉘앙스, 표정도 언어이다. 누군가 처음 만든 그 언어가 지금까지 같은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공기처럼 말하고 듣고 사랑하고 생각한다.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가진 모국어는 언어 그 이상이다. 모국어는 나이면서 당신이다. 엄청난 시공과 생명이 담긴 것이다.


소수언어박물관은 이 세계에서 사라져 가는 언어를 보존하고 연구하는 취지로 설립되었다. 달리기를 잘했던 열다섯 살의 그는 이곳에 납치당하듯 왔다. 그가 말하는 언어를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서 소통할 수가 없었다. 그는 서른다섯 살에 탈출했다. 고향은 없어졌다. 그는 다시 돌아와 늙어서 후두암에 걸려 죽는다. 이제 그가 쓴 모국어는 영원히 사라졌다. 우리의 역사가 담긴 건물, 동네가 사라져도 비통한데 수천 년을 담은 언어가 사라지다니, 지금 지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니, 언어의 획일화는 무엇 때문에 필요한 것인지, 우리는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가, 무엇을 잃고 사는 것인가 마음이 지독하게 아프다.


이곳은 그들을 잊어버리기 위해 애도했고 멸시하기 위해 치켜세웠고 죽여버리기 위해 기념한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리는 손>을 읽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