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장비 아우터
여행은 떠나기 전이 더 설렌다고 한다. 준비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하루하루 입을 옷을 챙기는 재미에 여행을 가기도 한다. 여행 가방을 잃어버려 여행 동안 똑같은 옷만 입고 사진을 찍은 사람이 있다. 최악의 여행이었다며 여행 장소가 하나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번 여행은 보통과 다르다. 최소한의 옷만 가져가야 한다. 양말 3 켤레, 이너 윗옷 3개, 바지 3개면 적당할 것 같다. 캐리어에 담지 않고 배낭에 넣어 손수 메고 다니니까 최소한의 짐을 꾸리게 된다. 날씨를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3월 말과 4월 초는 좀 잡을 수가 없다. 꽃샘추위가 지속이 되기도 하고 여름 날씨처럼 더울 때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느 계절에 가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 있다고 한다. 아침 일찍 떠날 때 춥고, 산 고도가 높을수록 춥다. 갑자기 비가 오다가 어느 순간 맑게 개고 햇빛이 뜨겁다고 한다. 겨울 옷을 챙겨가야 하나. 경량 패딩을 챙겼다. 한겨울 등산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기능성 이너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경량 패딩 위에 입을 아웃터가 가장 중요하다. 비, 바람을 막아주는 고어 텍스 기능이 있어야 하고 너무 얇지도 두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으면서 튼튼한 소재여야 한다. 여러 브랜드를 돌아보는 수고가 하루 종일 걸렸다. 디자인도 색상도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까다로운 조건에 맞는 아우터를 드디어 발견했다. 딸이 선물로 사줬다. 더우면 옷을 벗으면 되지만 추우면 대책이 없다.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따뜻하게 입을 옷을 꼭 가져가야 한다. 추위는 머리가 가장 잘 느낀다고 한다. 비니를 챙겨가라는 조언을 들어야겠다. 4월은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니 판초 우의도 구매했다. 데카트론 브랜드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도 좋다. 계산하는 분이 어디 가냐며 판초 우의는 자신들이 가장 자부하는 상품이라고 말한다. 배낭을 멘 채 입는 판초 우의라 조금 무겁고 크지 않아요? 물어보니 순례길 다녀온 사람들이 비가 들어가지 않아 가장 만족했다며 나중에 버리지 말고 가져오라고 한다. 나도 날씨가 더워질수록 옷을 버릴 것 같기는 하다. 절대 비싼 옷을 사면 안 되는 이유이다. 현지에서도 매장은 많다고 하니 더울 때 입을 옷은 가져가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