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축축한 날씨는 이제 끝이다.
본격적인 여름 시작.
하늘이 제 모습을 찾으면서 가장 먼저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구름.
이런 뭉게구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어릴 적 하늘엔 있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보기 힘든 걸까?
구름을 보면 하늘이 아주 가까이 내려와 있는 것 같다.
어떤 풍경은 가슴에 오래도록 박힌다.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다 문득 하늘을 보았다.
마치 유화 붓으로 그림자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놓은 듯한 구름이 눈에 보였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그대로 옮겨진 것 같았다.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인도네시아 길리 섬에서 패들 보트 요가를 한 적이 있다. 한참을 물 위에서 아슬아슬 균형 잡으며 요가를 하다 패들에 누워 옆을 바라봤다.
바다 넘어 보이는 롬복섬의 커다란 산, 그 위로 새파란 하늘. 뜨거운 볕 아래 더욱 채도 높아진 파랑, 초록, 파랑의 연속.
‘천국이구나’
누워 있으면서 그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천국에 있구나. 그 풍경은 두고두고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산책 중에 본 구름의 풍경도 그런 성격의 것이었다.
보면서 알았다.
나는 평생 이 풍경을 기억할 것이란 걸.
매일 하늘을 바라본다.
한국에서도 하늘을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곳의 구름은 내가 잊고 있던 어떤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엄마아빠도 그러셨다.
“아주 어릴 적에 봤던 하늘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어디선가 책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어린 시절의 내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