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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영 Dec 23. 2022

[뉴질랜드 한 달 살기] 구름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축축한 날씨는 이제 끝이다.

본격적인 여름 시작.


하늘이 제 모습을 찾으면서 가장 먼저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구름.


이런 뭉게구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어릴 적 하늘엔 있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보기 힘든 걸까?



구름을 보면 하늘이 아주 가까이 내려와 있는 것 같다.


어떤 풍경은 가슴에 오래도록 박힌다.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하다 문득 하늘을 보았다.

마치 유화 붓으로 그림자 하나하나 세밀하게 그려놓은 듯한 구름이 눈에 보였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 그대로 옮겨진 것 같았다.

3차원의 공간을 2차원으로 보고 있는 기분이랄까.

인도네시아 길리 섬에서 패들 보트 요가를 한 적이 있다. 한참을 물 위에서 아슬아슬 균형 잡으며 요가를 하다 패들에 누워 옆을 바라봤다.

바다 넘어 보이는 롬복섬의 커다란 ,  위로 새파란 하늘. 뜨거운  아래 더욱 채도 높아진 파랑, 초록, 파랑의 연속.


천국이구나


누워 있으면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천국에 있구나.  풍경은 두고두고 가슴 깊이 남아 있다.

 인지 모르겠지만 산책 중에  구름의 풍경도 그런 성격의 것이었다.


보면서 알았다.

나는 평생 이 풍경을 기억할 것이란 걸.


매일 하늘을 바라본다.

한국에서도 하늘을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곳의 구름은 내가 잊고 있던 어떤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엄마아빠도 그러셨다.

“아주 어릴 적에 봤던 하늘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어디선가 책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어린 시절의 내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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