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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완성 자서전 Dec 09. 2022

나는 실패자가 아니다, 아직은

겨울인 걸 잊고 나대는 날씨 덕분에 (겨울에 22도가 웬 말!) 오랜만에 아이들을 데리고 여름에 재밌게 놀았던 호수가 있는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첫째가 학교에서 돌아오길 기다리며 공원에서 먹을거리, 놀거리를 챙기고 있었다. 그런데 둘째 녀석이 자야 할 낮잠을 안 자려고 한다. 낮잠을 안 자고 공원에 가면 분명 온갖 투정을 부리며 힘들게 할 텐데, 그럼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헐레벌떡 올 게 뻔한데…하며 걱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낮잠을 자지 않은 둘째와 학교에서 돌아온 첫째를 데리고 불안한 마음과 함께 공원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둘째는 도착 5분 전 잠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걱정을 해야 했던 건 둘째가 아니었으니…


“Closed for the season.“

(겨울 동안 문 닫습니다.)


물가가 있는 공원이라 겨울엔 개방을 안 하는 모양이었다. 따뜻해진 날씨에, 나들이를 할 생각에 설렜던 마음이 와장창 무너지고, 덩달아 설레 했던 첫째에게 면목 없는 마음으로 차를 돌려 집으로 가는데 아들이 한 마디를 한다.


“You never fail until you stop trying.”

(시도하는 걸 멈추지 않는 한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란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다음에 또 오면 된다고.


실망할 법도 한데 엄마보다 더 의젓한 아들이 기특해 도넛 뇌물을 사주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많은 생각이 스친다.


회사를 다니다 4년 전 갑자기 전업주부가 된 난, 내 존재의 이유를 증명이라도 해야 하는 듯 집안 일과 육아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다녔다. 브런치도 그중 하나이다. 10년 넘게 보고서를 썼으니 이젠 마음을 담는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 옮기고 싶은 마음은 넘쳐나는데 육아 때문에 그 마음들을 글로 옮길 머리와 시간이 부족하다. 하고 싶은 일들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


그러던 중 오늘 아들에게 들은 그 말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이토록 심플한 생각의 전환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큰 힘에, 잘 정제된 말과 글의 힘에 다시 한번 감명받았다.


그리곤 조용히 외쳤다.

“난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니 난 실패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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