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란 내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매일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버럭 화를 낸 어느 날, 잠든 아이를 보며 미안함에 눈물 흘려본 엄마들 꽤나 많을 것이다. 부족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창피한데 어떤 날엔 인생 2회 차 같은 속 깊은 말로, 또 어떤 날엔 나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나 싶은 세상 순수한 말로 엄마에게 가르침을 주는 게 아이들이다.
이토록 부족한 엄마지만, 엄마가 세상 최고라 믿어주는 아이들을 보며 내일은 더 나은 내가 되어야지 다짐하는 오늘과 내일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아이도 엄마도 한 뼘씩 자란다.
얼마 전 일이다. 수영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이 두 번째 수업 날 선생님이 보지 못하는 사이 물에 빠지는 일이 있었다. 다행히 내가 가까이서 지켜보고 있어서 큰 일은 없었다. 하지만 물 안에서 허우적 대는 아들의 모습을 처음 보기도 했고, 내가 소리치며 달려가기 전까진 아무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너무 놀랐었다. 잠깐이지만 물의 공포를 경험한 아들도 많이 놀라 울며 소리를 쳤다. 겨우 달래서 집으로 가는데 다시는 수영을 안 하겠단다. 놀란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도 이렇게 수영과 영영 멀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나쁜 기억을 잊게 하려고 엄마는 수영 처음 배울 때 선생님이 수영장에 그냥 집어던졌었다는 우스갯소리부터 다음엔 엄마가 더 가까이서 보고 있다가 빠지기 전에 구해주겠다는 말까지…온갖 말로 설득해보려 했지만 아이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가장 큰 공포를 느낀 날이었을지도 모를 하루를 뒤로하고 아들은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를까 봐 수영의 수자도 꺼내지 않고 아이를 학교로 보냈다. 그리곤 집에 남아 집안일을 하는데 아이가 물에 빠졌던 장면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수영을 처음 배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고 큰일이 없었으니 괜찮다 하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오후가 되어 학교에서 아이를 차에 태워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의 얼굴이 밝았다. 다행이다 생각하는 찰나 아이가 말을 꺼낸다.
“엄마, 나 마음이 바뀌었어요. 어제 겨우 한 번 물에 빠진 거잖아요. 설마 또 빠지겠어요? 그리고 난 실수에서 배우는 사람이잖아요. 어제 물에 빠지면서 선생님 기다릴 땐 벽 잡고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거 배웠으니까, 오늘 수영 다시 가볼래요!”
태연한 척 어떻게 그렇게 멋진 생각을 했냐고, 오늘 또 수영하러 가보자고 말하는데 눈물이 찔끔 나왔다.
실수하는 것에 다소 민감한 아이어서 평소에 실수가 왜 나쁘지 않은지, 실수가 좋은 경험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자주 나누긴 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8살짜리 아이가 이렇게 성숙한 생각을 한다는 것이 아직도 놀랍다. 40년 가까이 산 엄마도 머리로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아직 어려운데, 이 어린아이는 엄마, 아빠와 나누었던 대화를 잊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걸 통해 실제로 맞닥뜨린 어려운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해내고 있었다.
그렇게 수영장에 다시 돌아가니 몇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다. 아이가 물에 빠질 때 옆에 있었는데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돌아와서 기쁘다고. 그렇게 아이는 물에 빠진 아이가 아닌 두려움을 이겨낸 아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