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서 다시 배운 진정한 이타심
어느 날 저녁, 남편과 아들이 샤워를 하며 일어난 일이다. 양치를 하려고 할 때마다 몇 초만 시간을 달라고 외치던 아들은, 그날도 역시나 "잠시만요!"를 외쳤다. 아빠 품에서 도망을 간 아들은 구석에서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아들을 데리러 간 아빠에게 들려온 아들의 떨리는 목소리..."아빠를 위해서 하자. 할 수 있어."
양치가 무서웠던 아들은 그동안 아빠가 무의식 중에 내뱉었던 "어서 하자. 아빠 힘들어."라는 말을 듣고, 아빠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매일 용기를 내어 이를 닦고 있었던 것이다.
이 상황을 겪은 아빠도, 전해 들은 나도 한동안 감동과 부끄러움에서 헤어 나올 수 없었다. 세상에 태어나 고작 5년 남짓을 산 아이가 어떻게 이토록 이타적일 수 있을까. 그리고 도대체 난 언제 이렇게 온전히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았던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친절하다고 한다. 물론 상대를 배려하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하지만 나의 배려가 아들의 그것과 다름을 난 안다. 나의 배려는 상대가 나에게도 비슷한 배려를 해주기를 바라는 기대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배려하지 못하는 상대에게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최소한의 방어기제랄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나의 방어기제는 오히려 나를 더 상처 받게 하곤 한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이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을 보며 다시 한번 깨닫는다. 진짜 이타심은 기대하지 않는 배려로 나타난다는 걸. 그리고 기대를 버리고 다른 이를 위해 무언가를 할 때, 비로소 나 자신도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PS. 고마워, 아들! 매일 조금 더 성숙한 엄마가 될 수 있게 해 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