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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디귿 Mar 13. 2020

서점에서 동화를 처음 사서 봤다.

기억되는 대중 동화

어린 시절 동화책을 분명 부모님이 많이 읽어주셨겠지만 기억나는 게 없었다.

20살이 너머 서점에서 어린 왕자를 교과서 아니라 책으로 보게 됐다.

한참 서서 어린 왕자를 보다가 간직해서 읽고 싶었다.

그게 지금도 기억나는 처음 사 본 동화다.


흔히들 동화책은 어린아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며 어린이에게 상상력과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동화책이다.

우리가 아는 수많은 이야기가 동화 속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전해진다. 어린 왕자, 안데르센, 강아지똥, 디즈니 영화 등 다양한 곳곳에서

이렇듯 모두에게 사랑받는 이야기는 동화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유럽에서 동화의 수용층 성인과 아동을 아우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동에만 국한한다. 왜 그런가?

동화의 어원은 영어는 ‘tales’는 독일어 ‘Marchen’으로 불리며 동화, 민담, 옛이야기 등으로 번역된다.

우리나라의 동화라는 말은 독일어 ‘Marchen’이 ‘동화’로 번역되어 “아동문학의 일부분으로서 동심을 기조로 하여 지은 이야기로 통용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동화의 독자층을 어린이로 한정 짓게 되고 따라서 아동문학의 범주에 넣음으로써, 유럽 동화와는 다른 개념적 차이를 드러낸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동화’는 문학의 수용층에 따른 구분을 내포한 장르적 특성을 지닌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유럽 동화 작가론, 장영은 지음, 글램 북스)

이런 장르적 특성으로 동화는 아동 문학으로 국한되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을 깨고 성인이 돼서 동화책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이 사서 읽어주셨던 동화책이 아니다. 성인이 돼서 직접 사서 처음 본 동화책이다.

사들고 온 어린 왕자 책을 집에서 펼쳐서 읽었다.

어린 왕자와 보아뱀 교과서에서 보았던 그 부분을 지나서 한참 보다가 어린 왕자와 여우가 만나는 장면에서 멈췄다.

몇 년이 지나도 이 부분은 계속 기억나고 기억이 난다. 친구라는 주제 때문이다.

어린 왕자에는 많은 주제가 나온다. 돈, 어른의 고정관념, 시간, 외모, 권위, 허영심, 지식 등을 어린 왕자의 시선에서 질문하고 새롭게 보게 해 준다.

그중에 ‘친구’라는 주제는 내가 삶에서 늘 고민하고 고민하던 부분이다.

초등학교 3학년 어떻게 친구를 사귀지를 몰랐고 연약했기에 따돌림을 당했다. 매일 학교를 가는 그 길이 참 싫었다.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히고 놀리는 것을 저항 없이 당했다. 결국은 부모님이 그 사실을 알게 돼서 따돌림은 그쳤지만 마음의 상처는 남았고

좋은 친구는 많이 없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친구라는 의미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다.

어린 왕자에게 슬며시 다가오는 여우의 말이 그래서 더 마음에 자리 잡았다.

인생에서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어떤 친구가 정말 좋은 친구로 함께 남을 친구인지

잘 알 수가 없다. 친구라는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너무 늦었다. 주변에 친구들은 떠나버렸다.

운 좋게 주변에 몇몇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그들을 친구로 여기는 마음이 진실하지 않았다.

그때쯤 어린 왕자를 다시 보게 됐다. 어린 왕자와 여우 그들은 내게 친구가 무엇인지, 친구를 어떻게 사귀는지, 친구의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게 해 준다.

여우가 알려준 친구관계는 세 가지다.


1. 친구는 상점에서 파는 소유관계가 아닌 인내심을 갖고 조금씩 가까워지는 관계다.

2. 친구는 단 하나뿐인 관계다.

3. 친구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형식적이고 이익적인 관계를 보다 보면 친구라는 소중한 관계를 쉽게 놓친다.

그때 이 세 가지를 떠오르며 어린 왕자와 여우를 생각한다.

다시 어린 왕자를 기억하며 꺼내보게 된다.

언제 봐도, 누가 봐도, 기억되는 이야기 이게 대중 동화이지 않을까.


어린왕자와 여우의 만남


어린 왕자와 여우


“무언가를 길들이지 않고서는 그것을 잘 알 수 없지.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조차 없어.

그들은 상점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들을 사거든.

그런데 친구를 파는 상점은 없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거야.

친구를 가지고 싶다면 나를 길들여 줘.” 여우가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지?” 어린 왕자가 물었다.


“인내심이 있어야 해. 처음에는 내게서 조금 떨어진 이 풀밭에 앉아 있어.

그러면 나는 너를 곁눈질로 가끔씩 쳐다볼 거야.

너는 아무 말도 하면 안 돼.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그리고 넌 날마다 조금씩 더 가까이 앉으면 돼...”


다음 날 어린 왕자는 다시 여우에게 갔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오는 게 더 좋아.” 여우가 말했다.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네 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알게 되겠지!

하지만 네가 아무 때나 오면

몇 시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 모르잖아. 의식이 필요하거든.”

“장미꽃들을 다시 가서 봐. 너는 너의 장미꽃이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그리고 다시 내게 돌아와서 작별 인사를 해 줘.

그러면 내가 네게 한 가지 비밀을 알려 줄게.”


어린 왕자는 장미꽃을 보러 갔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와 하나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의미가 없어.

아무도 너희를 길들이지 않았고 너희들 역시 아무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았으니까.

예전에 내 여우도 너희처럼 평범했어.

그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 중 하나일 뿐이었어.

하지만 내가 그를 친구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 그는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여우야.”

어린 왕자는 꽃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장미꽃들은 어쩔 줄을 몰라했다.

어린 왕자는 계속 말을 했다.

“너희들은 아름답지만 텅 비어 있어. 누가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수 없을 테니까.

물론 나의 꽃도 지나가는 사람에겐 너희들과 똑같겠지.

그렇지만 나에겐 그 꽃 한 송이가 너희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소중해.

내가 그 꽃에 물을 뿌려 주고, 꽃의 벌레도 잡아 주었고,

바람막이로 보호해 주었기 때문이야.

꽃이 불평을 하거나 자랑을 늘어놓는 것을, 또 때로는 말없이 침묵을 지키는 것을 내가 귀 기울여 들어준 것도

바로 그 꽃이기 때문이지.

그 꽃은 내 꽃, 나만의 꽃이니까...”

어린 왕자는 이렇게 얘기한 후 여우에게로 돌아갔다.


“안녕,  잘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안녕, 잘 가... 참 내 비밀을 말해 줄게. 아주 간단한 건데...

그건 마음으로 봐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어린 왕자는 그 말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되뇌어 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 생텍쥐 베리 지음 / 펴낸이 김종길 / 펴낸 곳 인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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