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장소나 공간과 관련된 현상을 특정 세대론으로 묶어서 해석하는 글을 볼 때면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동일한 시대를 배경으로 성장한 건 맞지만 세대론에 포함되는 모든 사람이 동일한 행동을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 상황이나 취향에 따라 세대론에 부합하는 흐름에 따라가느냐 아니면 제 갈 길 가느냐를선택하기에 오히려 그것에 대한 명확한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필자도 MZ세대에 속하지만 MZ세대의 특성만을 따르지 않는다. 따라서 장소나 공간 관련 현상에 대해 역사적 배경, 산업구조의 변화와 같은 시대적인 맥락으로 해석하고 이에 맞는 연결고리를 찾아내야 한다고 본다. 이전 세대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이는 특정 세대에 속해 있어도 개인의 선택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2000년대생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1970년대 음악을 즐겨 듣고 좋아하는 A라는 사람은 2000년대생만의 특정 행동을 할 확률은 높지만 '그 행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선택에 달려있다. 다수가 하는 행동을 똑같이 따라 하는 것이 어떤 현상 일부는 될 수 있지만 전부 혹은 현상 자체를 뒷받침할 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세대론으로만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건 다소 억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개개인의 조건과 상황에 따른 세밀한 설명이 있어야 하고 정말로 그러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전체 비율로 따져봤을 때 실질적으로 몇 프로인지 명확한 수치가 보여야 하지 않을까?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지금을 읽는 미디어 뉴스레터, 어거스트>가 발행한 세대론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 글을 첨부한다.
현재 세대론을 다루는 콘텐츠의 공통점을 아시나요?
하나는 소득에 대한 외면이며 또 하나는 과거에 대한 비교 분석 부재입니다. 수많은 트렌드 도서들은 소득과 관련한 주장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사회경제의 기저인 소득은 외면하고, 그 표피인 소비 활동에만 집중하는 거죠. 이 때문에 특정 현상을 침소봉대한다거나 현실에 대한 왜곡적인 시각을 재생산합니다. 예를 들어,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0⟫은 오팔 세대(베이비부머 세대)를 새로운 소비의 주체이자, 큰 손으로 읽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목할 지점은 오팔세대의 노후준비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점입니다. 백화점에서 큰돈을 쓰는 시니어도 있지만, 과반수의 시니어가 국민연금 보호망 바깥에 있습니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에서 60대 이상 노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결국, 노인의 전체는커녕 절반 이하의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오팔세대의 소비력을 과하게 부각하고 있는 것이죠. 같은 해에 같은 나라에 산다고 해서 다 같은 문화를 향유하진 않습니다. 보유 주택이 없는 사람과 보유 주택이 있는 사람, 자동차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서울의 부모님 집에 사는 사람과 자취하는 사람의 소비 행태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세대론은 이 맹점이 있습니다. 경제적 토대를 일절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돈이 있든 없든 그저 같은 연도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하나로 묶여버리는 거죠. 사회경제적 위치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 없이 말하는 세대론은 결국 말 잘하는 사람의 근거 없는 썰풀이에 불과합니다. 오마카세 다니는 20대와 파트타임으로 월세를 겨우 버는 20대를 같이 묶어서 분석한 주장을 과연 이론으로 추켜세우는 게 맞나 싶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과거에 대한 비교 분석 부재입니다. 특정 세대와 시대를 논하는 책들은 전과 후에 대한 비교분석이 부재합니다. 예를 들어, 90년생이 온다는 책은 90년(대) 생의 새로운 능력 중 하나를 '드립력'으로 꼽는데요, 이 역시 과거 세대에 대한 비교가 없는 한계에서 나오는 아쉬운 주장입니다.
첫째로, 사회에 대한 진단을 왜곡합니다. 시니어 세대는 정말 돈이 많은 큰손일까요? 그렇다면 노인 빈곤의 통계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영역을 외면하는 큰소리는 사회에 대한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어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눈의 해상도를 낮춥니다.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기 어렵게 만들죠. 또한 차이점을 구별해 내는 능력을 매몰시킵니다. 다른 점을 찾아내는 역량은 같은 점을 찾아내기보다 어렵고, 더욱 귀합니다. 각 사안이 가진 특성을 찾아내고, 차이점을 구별해 내야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을 하는데 틀린 세대론은 사회(우리)가 이 역량을 키우는 데에 방해가 됩니다. 알고 보면 다르지 않은 것을 같다고 말하고, 따지고 보면 변화가 없는데 변화가 있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계속)
[내용출처: https://august.stibee.com/p/103 , 세대론이 쓰러지지 않는 이유]
서울에서 흔히 등장하는 핫플레이스나 힙하다고 인식되는 지역이 언급될 때 특정 세대가 등장하지만 왜 뜨는지 상세히 살피면 해당 지역이 본래 갖고 있던 특성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발견되곤 한다. 그러한 특성을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고 시대적인 요구를 반영하여 사람들의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도 말이다. 또 방문하는 이들이 '공간을 혹은 공간에서 판매하는 물품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경험하고 얼마나 즐기고 확장시킬 수 있는 사람들인가?'에 따라 흥망성쇠가 좌우된다고 봤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에는 종로 3가에 위치한 익선동 때문이다. 2016년~2018년쯤 미디어에 노출된 익선동을 사람들은 주목하기 시작했다. 연령대, 국적,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엄청난 사람이 몰려들었다. 이곳이 뜰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1) 익선동의 위치(구도심, 접근성, 지하철환승역), 2) 익선동의 한옥, 3) 구도심 유일하게 재개발, 재건축이 진행되지 못해서 유지될 수밖에 없었던 도시조직, 4) 주거공간에서 용도 변화, 5) 창덕궁, 종묘, 인사동과의 근접성 등 다양했다. 익선동에서 고가의 물건을 판매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감각을 익선동에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러한 지점은 익선동뿐만 아니라 흔히 뜬다고 하는 지역 대부분이 그렇지 않을까? 삼각지, 이태원, 해방촌, 한남동, 문래동, 성수동. 모두 '미군부대, 준공업지역, 대사관, 철공소'라고 하는 특성을 가지고 그 외의 여러 가지 조건이 연결되면서 시너지 효과로 작용했다. 사람들이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그러니 세대론보다는 해당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 즉 바이브(vibe)의 차이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