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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May 15. 2024

욕이 아니라도 쌔한 단어들이 있다.

쌔함의 과학

저희 회사는 언어를 다루는 회사에요. 특히 회사의 문화를 작성하고 있죠. 그러다보니 리더는 물론, 오만 구성원들의 의견들을 듣고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딱 하나의 명사로 정의되지 않는 암묵적인 풍경이나, 패턴, 습관, 분위기를 명문화시키려다보니 사람들로부터 상징, 비유, 유사어와 같이 [구체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단어들을 많이 끌어내고 있죠. 그런데 말입니다. 가끔 작성된 단어를 보다보면, 묘하게 서늘해지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시발저발같은 욕이 아닙니다. 욕이 좋다는 얘긴 아니지만, 욕은 굉장히 원초적이고 단순한 분노의 표시이기 때문에 맥락안에서 허용이 될 때도 있죠. 민희진 대표의 욕설도 그래서 다수가 끄덕일 수 있었다고 봅니다. (맞다이로 들어갔기 때문이랄까)


단어에는 무의식의 출처가 있습니다.


말이란게 특정한 상황을 듣고, 그걸 해석한 뒤, 표현할 단어를 선택해, 입으로 내뱉는 과정이잖아요.

이때, 해석과 선택의 메커니즘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어휘거든요.


그런 의미해서 욕보다 더 사람을 묘하게 만드는 어휘들이 있습니다. 뭐랄까, 이것들은 단어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 맥락에서 [쓰읍?...여기서 이 단어가 왜 나오지...?] 스러운 묘한 위화감을 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역할을 분배해야 한다는 얘길 하며) 아오, 그 프로젝트 그거 돌림빵해야하는거야 그거
(누군가가 한 농담에 맞받아치며) 아, 저 또 가해자 만드는거예요?
(한 명쯤 정확한 피드백을 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아, 이쯤에서 칼부림 한 번 해야할라나?
(우리 조직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사람을 묻는 질문에) 성장은 모르겠고, 나같은 사람 3명이면 망하게 할 순 있음 ㅋㅋ
(자신이 모르는 어떤 정보를 들었을 때) 또 나만 모르게, 뭔가 주고 받았구나?


이게, 그냥 거칠다 상스럽다의 개념이라기 보단, 특정 개념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끼게 해준달까요.


이분법적 사고나

힘이 답이라는 사고방식

성공을 위해선 누군가가 희생해야 한다는 가치관

악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모습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는 모습 등


뭔가 입꼬리만 웃고 정자세로 나를 응시하는 사이코패스를 보는 섬뜩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어휘를 곰곰히 살펴보면 논리적으로 완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표현이란 건 논리가 아닌 정서를 담고 있거든요.


우럭회를 뜬다와

우럭을 찔러죽여 살갗을 벗겨낸다는


행위적으론 맞는 말이지만, 정서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이는 단순히 어휘력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아니면 넘치는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가까이 해선 안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우린 직감적으로 어휘가 지닌 뒷단의 출처를 파악할 수 있어요. 쌔함은 거기에서 오는 것이죠. 개인간의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고, 회사에서도 사람의 가치관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그 사람의 표현과 어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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