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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창선 Jul 01. 2024

인사팀 죽겄다 죽겄어. 이걸 어떻게 혼자 다하라는..

참고로 저는 인사팀이 아닙니다.

참고로 이 글은 인사(피플 또는 컬처)팀에 굉장히 편향되어 있는 글이므로, 개인적으로 인사팀에 앙금이 있으신 분들이나 관심없으신 분들은 읽어도 공감하기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공감하신다면 당신은 핵심인재(찡긋)



솔직히 인사팀이라는 이름 하나로 묶여있지만 분해해보면 오만가지 업무와 역량이 연리지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보상평가 제도는 전략에 가깝고, 각종 조직문화 체계 구축은 컨설팅 영역에 가깝습니다. 행사를 운영하고 캠페인하는 건 마케팅 영역에 가깝고, 각종 제도와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은 UX영역에 가깝죠. 




음... 아주 어릴 적 기업행사를 기획하는 대행사에서 일을 했었습니다. 100명이든 2,000명이든 행사를 기획한다는 건 컨셉구축과 디자인, 제작, 운영, 관리, 구매까지...그 자체로도 하나의 산업군이 생길 정도로 복잡한 일입니다.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세히 들어가면 각 제도에서 구성원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하고, 대응전략과 액션을 위한 트리거도 중간중간에 설치해야 합니다. 이것을 개선하고 피드백받을 창구도 설계해야 하죠. 

교육은 오죽합니까. 기업교육 또한 또 하나의 산업군이 존재할 만큼 복잡합니다. 영상제작, 교재제작, 커리큘럼 설계, 실제 교육, 교육 후 트래킹...어휴. 말만 들어도 살벌한 업무들이 태반입니다.

그나마 좀 쉬워보이는 포스터나 콘텐츠 제작하는 것도 초고쓰고, 초안내고, 수정하고, 컨펌받고, 제작하고, 릴리즈하고, 반응추적까지... 어지간한 마케터가 달라붙어도 골병을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이죠.

심지어 각각의 업무를 따로따로 할 수도 없습니다. 메시지를 만들었으면, 후속프로그램과 캠페인, 콘텐츠, 채용브랜딩, 제도운영, 보상평가까지 전체적인 조직개발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하죠. 이걸 약 4,5명이서(그것도 꽤나 잘 갖춰졌다는 전제하에) 해내야 합니다.


저..정신차려!!

외주 업체 쓰면 되지 않냐!


외주업체...와우. 이들이 우리 맘처럼 정말 잘 움직여준다면 당장 조상님 묘비에 엎드려 감사의 눈물을 비비셔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차라리 내가 하고 말지...] 라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일상이 펼쳐지죠.



저는 개인적으로 말입니다. 인사팀이 총대메고 모든 [인사업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키는 잡되, 모든 구성원들과 함께 나눠야 할 일이죠. 인사팀은 각 결과물들이 회사의 메시지와 방향성에 어긋나지 않게 조정하는 데스크 역할을 해야지..이게 가만보면 거의 메타몽입니다. 어젠 마케터였는데 오늘은 카피라이터고 내일은 행사 진행자가 될 겁니다.

고객접점의 서비스나 프로덕트를 고도화시키는 거. 아주 중요합니다. 

중요한데, [우리 회사 내부의 일]. 즉 인터널 브랜딩도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밖에서 돈 벌고 온 사람 피곤한 건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집안일은 완전 손 떼고 있을 순 없잖아요. 인터널 브랜딩은 단어는 개멋지지만, 결국 집안일에 가깝습니다. 

이쯤되면 증원 생각도 솔솔 들지만 솔직히 인사팀 자체의 규모를 늘리는 건 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맘같아선 인사팀이 한 8~10명 정도 되서 각자 영역대로 챡챡 PM을 잡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런 일은 보통 상상 속에서 존재하죠.

회사엔 마케팅, 전략, 디자인, 브랜딩 등 여러 팀들이 존재합니다. 인사업무는 이 모든 것이 조금씩 필요한 상태입니다. 적어도 디자인팀에게 [저기... 우리 핵심가치 내용을 시각화시킨 사내 캠페인 포스터를 만들고 싶은데요.] 라고 말했을 때 [바빠 죽겠는데... 꼭 지금 해야 해요?] 라는 답변이 나오면 인사팀이 너무 슬플 것 같아요. (물론 그런 말을 하는 팀은 거의 없고..없어야 합니다.)

인터널 브랜딩도 매우 중요한 과업으로 회사 차원에서 선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이 [서브 업무]가 아닌 당당히 [메인 업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굉장히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업무의 총량에서도 합리적인 지분을 배분해야 하고요. 솔직히 다른 팀과의 업무적 협업은 꽤나 긴밀하게 이루어지는데, 유독 인사팀의 일은 고립된 섬처럼 둥둥 떠다니는 경우를 꽤 많이 경험했습니다. [그걸 제가 해야 하나요?] 라는 직접적인 반문을 옆에서 보기도 했고요. 

제가요?...아..참...거...



맞습니다... 저는 주로 HR부서와 일합니다. 


이 분들이 각 팀에 뭘 요청할 때 맨날 저자세로 [부디 요청드립니다.] 라는 인삿말을 붙여야 하는 것과, 어도비 계정이 있다는 이유로...밤새도록 포스터를 만들고 있고, 주말도 없이 행사준비한다고 풍선불고, 방석나누고, 케이터링 예약하는 모습을 보며. (물론 개중엔 그것에서 보람을 찾고 즐기는 분도 계십니다만) 전반적으론 가슴이 아리고 눈물이 차오릅니다.

인사팀이 차리고 구성원은 그저 앉아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함께 숟가락도 놓고 물도 뜨고 반찬뚜껑도 여는 풍경이 되길 바라봅니다. 설거지도 좀 같이 하고

사람을 다루는 일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인사팀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고 뭐 하면 한다고 뭐라하고, 안하면 안한다고 소리를 듣습니다. 그래도, 얼핏 생각하면 사측같기도 하지만... 구성원들이 뭐해줘야 행복할까 고민하는 유일한 팀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인사팀은 아닙니다만, 우리 클라이언트 TF팀이 안쓰러워서 한 자 적어봤습니다.


오늘 벌개진 두 눈을 겨우 움켜쥐고, 깊은 한숨을 쉬던 담당자님을 위로하며. R.I.P..아니..죽은 건 아니지만..아니..지금쯤.... 운명을 달리 하셨을라나... 슬랙이라도 보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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