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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사원 D May 16. 2021

07. 착 달라붙는 메시지를 만드는 6가지 법칙

마케팅 글쓰기의 원칙, ‘스틱’

우리 주변에 말과 글을 포함한 메시지가 그야말로 범람하고 있음은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다. 그중에서도 어떤 메시지는 중독된듯 시도 때도 없에 떠오르는 반면에 어떤 메시지는 아무리 해도 기억이 잘 안 난다. 심지어 어떤 것들은 - 메시지를 쓴 의도는 알겠으나 - 불쾌하기까지 하다.


불매운동을 일으킬 뻔 했던 M사의 메시지


우리가 TV를 보고 책을 읽을 때, 아니면 단순히 고객 입장일 때는 우리에게 몰려드는 메시지들을 즐기거나 선별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일 때 고민은 시작된다. 누군가를 설득해야 할 때, 고객의 눈을 사로잡아야 할 때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가.


‘스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소위 ‘달라붙는’ 메시지들의 공통점 여섯 가지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1. 단순성(Simplicity)
2. 의외성(Unexpectedness)
3. 구체성(Concreteness)
4. 신뢰성(Credibility)
5. 감성(Emotion)
6. 스토리(Story)


앞글자만 따서 SUCCES라고도 불리는 이 요소들은 메시지 작성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1. 전제 :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누구에게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열심히 썼는데 의외로 주변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경우 말이다. 특히 마케터나 상세 페이지 내용을 채워야 하는 기획자나 카피라이터에게는 끔찍한 경험이다.


내가 노력한 만큼 의도한 만큼의 결과를 낳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틱에서는 ‘지식의 저주’를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식의 저주란, 상대방도 나만큼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서 메시지에 전문 용어나 일상적이지 않은 단어들을 쓰게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글로 풀어보니 ‘지식의 저주’라는 것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조심하면 될 것도 같다. 하지만 저주에 걸려서 메시지를 망치는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무의식적으로 벌어진다.


무언가에 대해 쓰기 위해서는 그것이 가진 장단점이나 작동 원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특징을 응축하는 단어나 표현을 찾다 보면 결국 추상적인 단어, 전문 용어를 쓰게 된다. 여기서 멈추면 좋으련만, 과몰입하게 되면 결국 청자와 고객의 무지함을 탓하게 된다.  


예전 회사에서 사수였던 분이 “초등학교 5학년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써라.”라는 말을 했었다. 돌이켜보면 바로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 말란 뜻이었다. 찰떡같은 메시지를 쓰기 전에, 기막힌 표현을 찾기 전에 체크해보자. 내가 과연 지식의 저주에 빠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1962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주창한 “앞으로 10년 안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시킨다”는 사명 선언은 어떨까?

(중략) 케네디가 평범한 CEO였더라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사명은 팀 중심적 혁신과 전략적인 주도권 확립을 통해 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서 국제적인 리더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케네디는 오늘날의 CEO들보다 훨씬 뛰어난 직관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불명료하고 관념적인 사명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거나 고취시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케네디의 달 착륙 사명은 ‘지식의 저주’를 뛰어넘은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2. 구체적으로 쓰자


의외성, 감성, 스토리 등 창의성이 필요한 요소에 비해 훨씬 쉽게 실행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구체성(Concreteness)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에서 구체성이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구체성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므로 주의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틱에서 언급하는 구체성은 ‘Concreteness’로, Detail과는 다른 의미이다. 즉, 세부 사항을 미주알고주알 쓰라는 뜻이 아닌 것이다. 정확히는 1) 추상적인 용어가 아닌, 누구나 알 수 있는 단어를 쓸 것, 그리고 2) 상대방이 오해의 여지없이 명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할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메시지를 Concrete 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는 청자/고객을 세부적으로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새들백 교회의 지도자들은 그들이 전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관해 자세하고 뚜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새들백 교회에서는 그런 이들을 ‘새들백 샘’이라고 부른다. 이 교회 목사인 릭 워렌이 새들백 샘을 어떻게 묘사하는지 들어보자.

새들백 샘은 이 근방에 거주하는 전형적인 비신도다. 나이는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어쩌면 석사나 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중략) 샘의 또 다른 중요한 특성은 그가 이른바 ‘조직화된 종교’라고 부르는 것에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난 예수는 믿지만 교회는 믿지 않아”라고 말한다.

‘새들백 샘’은 교회 지도자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중략) 누군가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텔레마케팅 캠페인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얼핏 생각하면 새로운 사람들을 접하고 전도할 좋은 기회처럼 들리지만, 새들백 사람들은 자체 조사를 통해 샘이 텔레마케터들을 증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는 폐기되었다.

 

메시지를 쓰기 전에 우선 상대방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리고 고쳐보자. 상사에게 보여주는 보고서라면? 오프라인 스토어를 방문하는 고객이라면? MZ세대 신입사원을 위한 글이라면 어떤 용어와 표현을 써야 할까?


3. 신뢰성을 높여보자


기발한 메시지는 잊혀지지 않는다. 감동적인 이야기 또한 우리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착 달라붙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신뢰를 얻는 것이다.


메시지에 대한 신뢰성을 획득하는 제일 쉬운 방법은 바로 권위자를 업고 있을 때다. 명성과 전문성을 갖춘 누군가의 말을 빌려오거나, 혹은 메시지를 발행하는 내가 바로 그 권위자인 경우 말이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은 방법이기도 하다. 주변에 누구나 납득할만한 공신력을 가진 개인이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고 그냥 회사원인 내가 전문가이기도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메시지의 신뢰성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1) 권위 없는 사람으로 권위를 획득하자


차라리 권위가 없는 일반인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스틱의 표현대로라면 ‘反권위 활용’이다.


바로 이런 느낌적인 느낌

反권위의 활용은 해당 이슈를 1) 직접 경험한 2) 비 전문가가 3) 대중에게 직접 말하거나 노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 기금재단(Doe Fund)은 부랑자들, 즉 우리 사회의 존 도(John Doe)들을 거둬 상담과 약물치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직업 교육을 통해 생산적인 시민으로 거듭나게 돕는 조직이다. 몇 년 전 어쩌면 미래의 재정 후원자가 될 수도 있는 한 거대 기업에서 도 기금재단을 방문했다. 도 재단은 그들을 본부까지 데려오기 위해 데니스라는 운전사를 보냈다.

데니스는 도 재단에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 부랑자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본부로 향하는 차 안에서 그는 방문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 그 차 안에 있던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서 관리자들이 자기 서비스가 얼마나 훌륭한지 늘어놓는 소리를 듣는 게 아니었다. 데니스는 도 재단이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사절이다. 그 자신이 바로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홈쇼핑 호스트의 백 마디 말보다 실제 제품을 써본 사람의 이야기, 아는 사람의 후기가 더욱 믿음직하게 다가오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2) 디테일로 양념을 쳐보자


‘마늘을 먹으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아니, 그냥 허황된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확진자 수가 적은 이유는 김치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장 양념에 들어가는 마늘, 특히 국내산 마늘은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을 최대 30% 증가시킨다고 한다.’라고 말하면 귀가 솔깃해진다. 이처럼 메시지 요소요소에 배치된 디테일들은 그 메시지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피고인 존슨 부인이 일곱 살 난 아들을 계속 양육할 자격이 있는지 판단해야 했다. (중략) 변호인 측 주장은 원래 이런 식이었다. “존슨 부인은 아들이 자러 가기 전 이를 닦고 세수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보다 생생한 묘사를 위해서는 다음 문장을 덧붙인다. “아이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다스베이더 칫솔을 사용한다.”

(중략) 세부 사항은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다. 생생한 세부 묘사가 포함된 변호인 측 주장을 들은 배심원들은 존슨 부인이 부모가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10점 만점에 5.8점). 한편 생생한 묘사가 포함된 비난 주장을 들은 이들은 그와 반대되는 평결을 내렸다.

(중략) 세부 사항은 어떤 차이를 초래했는가? 주장의 신뢰도와 신빙성을 증폭시켰다. 세면대 컵에 담겨 있는 다스베이더 칫솔을 상상하면 아이가  거울 앞에서 즐겁게 이를 닦는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고, 따라서 존슨 부인이 좋은 어머니라는 생각이 강화된다.   


3) 통계 자료는 일상적인 맥락으로 바꿔보자


확실한 숫자는 메시지의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하지만 그런 나머지 통계 자료만 뽑은 후 그것을 그대로 청자에게 제시하고는 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냥 숫자일 뿐,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나 신뢰성은 전혀 느낄 수가 없다. ‘42.7%라고? 그런가 보다’ 정도가 통계를 바라보는 솔직한 감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메시지를 만들어야 하는 우리는 통계 자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여기 어떤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


설문조사에 응한 사람들 가운데 단 37퍼센트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무엇을 왜 성취하려고 하는지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다.

다섯 명 중 오직 한 명만이 팀이나 조직의 목적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다섯 명 중 오직 한 명만이 자신의 업무와 팀 또는 조직의 목표 사이의 연관성을 뚜렷이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15퍼센트만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 중심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완전한 지원을 해주고 있다고 느낀다.

오직 20퍼센트만이 자신이 일하고 있는 조직을 신뢰했다.


이대로도 나쁘지 않은 메시지다. 상세한 현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충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가 잘 안된다는 말이구나’ 정도는 느낄 수 있다. 스틱에서는 이 자료를 어떻게 바꿨을까?


그러나 코비는 이런 통계 수치를 아주 인간적으로 비유하는 탁월한 솜씨를 보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를 축구팀에 비유해보자. 열한 명의 선수들 가운데 자기 팀 골대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선수는 네 명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신경 쓰는 사람도 두 명뿐이다. 열한 명의 선수들 가운데 오직 두 명만이 자신의 포지션과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으며, 오직 두 명의 선수만이 상대팀과의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단순히 숫자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요소에 빗대어 설명하니 수치가 나타내는 것들이 훨씬 더 와 닿는다. 이처럼 일상적인 비유는 듣는 이로 하여금 숫자를 통해 알리고 싶은 진짜 메시지를 ‘느끼게’ 만들고 이는 곧 신뢰성으로 이어진다.


물론 모든 통계를 이렇게 비유적으로 처리할 필요는 없다. Raw data를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해석을 배제함으로써 객관성을 확보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또한 억지로 비유적으로 나타내려고 한다면 오히려 신뢰도를 해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을 상대로 메시지를 좀 더 잘 전달하고 싶다면 숫자가 태생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추상성과 차가움을 타파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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