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 앉고 싶은 당신에게
#01
아장아장 아가였을 땐 응가 한덩이 '끙-차'하고 배설하는 것 만으로도 스스로가 참 대견하곤 했는데, 어른이 되니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야 하는 레이스의 연속이다. 그렇게 달리다 커다란 산이라도 만나면 그냥 주저앉고 싶다.
"잘 지내? 괜찮아?"
"아니요. 안괜찮아요."
하나도 괜찮지 않은 요즘이다.
중심을 지키지 못하고 자꾸 주변을 돌아보고, 이것 저것 비교하게 될 때. 아직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두려움이 몰려올 때. '현실은 이렇다, 저렇다'하는 말에 경악하곤 하는 때. 한마디로 내가 가진 장점들에 감사하기 보단 부족함과 단점들에 집중하는 그런 때가 '괜찮지 못한 때'가 아닐까.
#02
아기가 걷는 것을 배우려면 적어도 2000번은 넘어지기를 반복해야 한다던데,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하면서 고작 두 세번의 넘어짐으로 '나 그냥 안걸을래'하고 만다.
이런 내게 필요한건 "안괜찮아도 '괜찮다'."라는 하마디와 흐뭇한 웃음이 아닐까.
글을 읽는 당신도 한번 따라해보길.
"안괜찮아도 괜찮다. 참 수고가 많다.
사랑스러운 00야."
#03
오늘은 외출할 일이 있었다.
동굴같은 방에서 나와 햇빛을 쬐니 온 몸에 묻어있던 무기력이 바싹 말라 소독되는 느낌을 받았다.
밖에만 나가면 신이 난다.
그리고 햇빛을 맞으면 빛이 난다.
광합성은 식물만 하는게 아니다.
안괜찮은 당신, 밖으로 나가 광합성을 해보시길.
#04
괜찮지 않던 어제도 나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매력 넘치는 '리액션'을 뿜어내며 신나했었다. 그게 바로 나의 장점이다.
빌려왔던 책들을 반납하러 갔다가 두 손 가득 새로운 책들로 집에 돌아왔다. 무엇이든 알아가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끝없는 에너지를 지닌 나. 이것 또한 나의 장점이다.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을 했다. 이런저런 힘든 일상들을 토해내는 그녀. 편안하고 털털하게, 무엇보다 진심으로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고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는 존재.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참으로 감사한 장점이다.
너도 나도 장점과 단점을 가진다. 장점에 집중하고 나를 사랑하며 성장해가느냐, 단점에 눌려 동굴 속에서 허우적대느냐에 따라 삶이 참 많이 달라지겠지.
응가 한덩이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했던 그때를 기억하며 오늘 하루 잘 살아낸 나를 위로해본다.
"안괜찮아도 괜찮다, 참 잘했다."
2000번 넘어져도 결국 걷게 되는 그날 까지_
모두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