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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Kim Sep 14. 2022

짜증 많은 아이와 함께 산다는 것

育成日記


"나 상처받았어!(울음)"


어젯밤 잠자리, 안방 문을 박차고 나갔던 나는 다시 그 문을 내손으로 박차고 들어와 씩씩 거리며 방문앞에 서있다. 한쪽에선 갑자기 나간 엄마의 부재에 놀란 둘째가 엉엉 울고 있고, 또 한쪽에선 첫째가 이불을 부여잡고 웅크리고 울고 있다. 

계속해서 씩씩 거리며 서 있는 나에게 달려와 안기며 먼저 사과 하는 큰딸 ... 


"엄마 미안해(엉엉 울음) 엄마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 내가 다 잘못 한거야."


결국, 이유야 어찌 되었든 늘 먼저 다가와 사과 하는 우리 큰 딸... 이 상황을 빨리 모면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있겠고, 또 엄마가 더 화를 내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겠고, 빨리 엄마가 안아주길 원하는 마음도 있겠고, 

그렇게 복잡한 감정을 가진 네가 ... 결국 먼저 다가와 주는, 이 엄마가 하지 못하는 일을 또 해내는구나. 

불 꺼진 방안, 문 앞에 서 있는 나의 실루엣. 웅크리고 있던 네가 올려다본 나는 얼마나 크고 무서운 존재였을까 ... 


"어떤거에 상처를 받았어? 얘기해봐 엄마가 들어보고 사과할께."


"엄마가 나한테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도 나한테 상처받은거 있으면 말해봐 나도 사과할께."

이렇게나 습득이 빠른 6세. 


"근데 엄마가 왜 화를 낼까?(여전히 씩씩 거린다.)"


"그런데 내가 계속 짜증내고 화내고 하니까 엄마가 화를 낼 수밖에 없잖아.(엉엉 울음) 내가 다 잘못한거야"

나는 엄마를 화나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엄마가 화를 내는거고, 내가 바라는 화내지 않는 엄마는 내가 화를 내지 않으면 만날 수 있다. 그런데 내 안에서 나는 짜증과 화를 내가 막을 수가 없다. 내가 내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온이의 속마음은 알 것 같다. 이해는 된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반복되는 이 아이의 감정받이 역할과, 똑같은 말을 여러 번 하게 하는 이 아이의 멈출수 없는 행동들이 나를 너무 화나게 한다. 


내가 정말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번 말하면 듣지 않는다? (어린이 이기에 당연히 부족한 통제능력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 그 행동을 멈춘다?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면 주눅들고 움츠린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24개월도 되지 않은 둘째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이다.)

결국, 복종하지 않고 순종적이지 않은, 말도 예쁘게 하지 않고 버릇없고 나의 모든 수발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 들이는 너의 모습이 꼴보기 싫어서 인걸까? (네 모습속에서 내 모습이 보인다.)


너의 짜증을 다 받아줄 만한 크기의 그릇을 나는 갖고있지 못한가보다. 늘 찰랑찰랑. 조금만 건드려도 넘처 흘러버리고, 그냥 그 그릇을 깨트리고 아작내 버려야 직성이 풀릴정도로 나의 화도 활화산처럼 폴발해 버린다. 


"엄마가 앞으로 세번까지 기회를 줄께.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화를 내는게 아니라 침묵할께."

"침묵이 뭐야?"

"말 안하는거"


화를 내며 상처를 주는 것 보다. 차라리 말을 안하면 상처는 덜 주지 않을까? 

침묵이 무시가 되어 또 다른 상처를 주는 건 아닐까?


"엄마는 너무 속상하다. 진짜 자기전에 화내고 싶지 않았고, 다같이 기분좋게 잠들고 싶었는데... 네가 엄마를 속상하게 하는게 아니라, 이런 상황을 만들어버린 엄마가 ... 화를 참지 못하는 엄마때문에 속상해..."

라며, 나도 결국 아이에게 나의 감정들을 쏟아놓고 있다 ... 


화내지 않기. 작은 사람. 약자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을 탈탈 털어 놓는 행위는 비열한 어른의 행동이다. 그것도 엄마라는 사람은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행동.

밥먹다가 내려와서 하임이에게 참견을 하려는 것도. 갑자기 복도를 와다다다 뛰어가서 무엇인가를 가져오는 것도. 실은 도움이 되려고 하는 아이의 선한 의도를 알아차려 주어야 한다. 

본인도 통제하기 힘든 짜증.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짜증이 난다고 하는 아이의 속마음을 알아야 한다.  


하나, 둘, 셋, 침묵...(돌아서기) 


나의 이 도전이 상처를 덜 주는 엄마가 되는 시작이 될 수 있기를. 


사실은 너를 보내도, 함께 있어도 늘 네생각뿐이 나인데... 네가 오기(하원) 세시간 전. 내 마음을 굳건히 세우는 시간으로 보내길 오늘 더 간절히 바래본다. 


결국엔 네가 하는 엄마 사람만들기 프로젝트! ㅋㅋㅋ 그래, 나 사람좀 만들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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