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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 Kim Mar 25. 2016

이별준비

이별 두숟까락 전.


참 시간이 더디 간다.


내 일은 모두 넘어갔고, 오늘 점심시간에 쌈박하게 이발이며 파마를 하고 온, 밉지않던 옆자리 후배는 연신 마우스를 클릭, 클릭어게인.


나를 제외한 모두가 늘 그랬듯 바쁘다.


그리고 늘 그랬듯 모니터 앞에 앉아있는 내 모습은 있으나 내가 할 일은 더이상 없다. 이렇게 반나절이 지났다. 이제 다음주 남은1.5일, 말하자면 공기밥 비우기 약 두숟가락 남은 이 시점. 시간이 참 더디간다.


퇴사 4일전, 4년동안 수없이 통화하던 나의 커스터머들에게 전체 메일로 작별을 보냈다. 그리고 걸려온 서너통의 전화.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나의 위치는 Sales support team  일개사원. 몇년동안 대면한 적 없이 전화로만 상대하던 얼굴없던 그들에게, 정식적으로 듣게 된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정말 힘들었었는데, 나 그렇게 최선을 다해도 , 최선을 다해서  힘들었었는데 그리고 선택한 나의 최선을 인정받는 위로가 눈가로 흘러나왔다.


어떤일을 하던, 어디에 가던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있겠냐고, 세상만사 다 그렇고 그런거라고, 세상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가장가까운 우리 엄마, 아빠, 친구들이 나에게 들이 부어 댔던 그때즈음. 내가 힘들다고 징징거렸던 그때즈음.


지금은 나의 최선이 되어버린 퇴사.

적지않은 나이, 이제 막 스타트업에 뛰어든 남편, 이러저러 두려운 마음과 염려가 아직도 내 마음에 걸려 있지만,


"그만둬도 괜찮다고...

그동안 정말 수고 했었다고..."


어쩌면 가장 멀리있지만 가장 가까웠던 그들의 그 말 한마디가 고맙고, 감사하다.


그 이후로 이틀동안 내게 걸려올 전화는 그 밉지않던 옆자리 빠마머리 후배에게 걸려간다.

그러나 아직도 전화벨이 울릴때 마다 내 귀는 수화기로 세어나오는 이야기들을 애써 듣고,

마음은 두근두근 아직도 무언가 일이 생길것만 같은건 시간이 필요한 문제인가.


요즘은 해가 길어져서 시간이 더 더디가는것 같은건, 퇴사를 이틀 남긴 내 느낌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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