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금월 Dec 30. 2018

유소의 인물지

사람 판별법


20여년전 적어둔 노트를 꺼내본다. IMF가 한창이던 시절... 나는 직장인이었고, 인사부서에서 어떻게 인재육성을 할 까 고민할 때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너무 좋아 출력하고 필사했던 글이다. 그 글을 다시 적어보며... 깊은 묵상으로 들어간다. 나 부터 참 인물이 되겠다는 결심과 함께....

**** 아래 글이 그 글인데... 정확한 출처는 모른다. 그때도 출처가 궁금했지만... 사내 게시판에 올린 직원이 출처를 적지 않았다. 행여나... 글쓴 분이 계시다면 말씀해주시면 아래글은 내리거나 출처를 보완 하겠다.

劉邵(유소)의 人物志

삼국지를 보면 魏(위)나라 조조의 秘書郞 (오늘날의 비서실장) 으로 일하는 사람의 이름이 '劉邵 (유소)' 인데 조조의 눈에 들어 (209년) 약 30년간 魏나라에서 속된 말로 잘 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 사람이 조조정권 아래에서 법률 행정문제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이 人物志인데 조조의 重材主義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저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하에서는 인물지 중에서 세상의 이치와 그 이치에 통달한 인물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각 종류의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취하는 논변의 태도와 논증 방식을 살펴보면 동양의 토론 문화와 관련된 많은 시사점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 글을 통해 경영현장에서 필요한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갈등관리 등에 관련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면 한다.  

일을 시작하거나 원칙을 세우는데 이치에 따라 정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논란거리에 봉착해서는 쉽게 결정 내리기 어려운데 이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대개 이치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사람의 재질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치의 종류가 많으니 통달하기 어렵고, 사람의 재질이 다르니 그 성정도 각기 다르다. 성정이 다르고 모든 종류의 이치를 통달하기 어려우니 이치가 상실되고 일도 어그러지는 것이다.

이치에는 네 가지가 있고 이치의 밝음에도 네 가지가 있으며,
성정에는 아홉 가지 치우침이 있고,
그럴 듯한 주장에는 일곱 가지 사이비가 있으며,
주장을 펴는 데는 세 가지 실수가 있고,
논박하여 비난하는 데는 여섯 가지 잘못이 있을 수 있으며,
통달함에는 여덟 가지 재능이 있다.

이것들을 다 알아야 의사소통에 통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가지 이치(四部)와 네 가지 밝음(四家)

이치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천지간 기운이 변화하여 가득 찼다 텅 비고, 줄어 들었다 보태지는 것이 道의 이치다.
법과 제도로 일을 바르게 하는 것은 事의 이치다.
예의와 교육으로 상황에 적합하게 처신하도록 하는 것은 義의 이치다.
사람의 감정 변화에 따라 그 의미를 헤아리는 것은 情의 이치다.

네 가지 이치는 같지 않기에 재질이 명철해야만 그 이치가 환히 드러날 수 있으며, 명철함은 알맞은 바탕을 가져야만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탕이 이치와 합쳐져야 명철해질 수 있고, 명철함은 충분히 이치를 드러내 줄 수 있어야 그 이치에 밝은 일가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성품의 바탕이 꾸밈없고 담백하며 생각이 깊고 현묘하여 자연의 도리를 통할 수 있는 사람은 ‘道의 이치' 에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성품의 바탕이 놀랄 만큼 투철하고 임기응변의 꾀가 민첩하여 번잡하고 시급한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은 '事의 이치' 에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성품의 바탕이 화평하고 예교를 잘 논할 수 있어서 그 득실을 가려낼 수 있는 사람은 '義의
이치' 에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성품의 바탕이 이해하는데 기민하여 사실을 미루어 원래 의미를 헤아려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情의 이치' 에 일가를 이룬 사람이다.

성정(性情)의 아홉 가지 치우침

네 가지 일가의 명철함이 이미 달라서 성정에도 아홉 가지 치우침이 있게 되는데 그 치우친 성품 때문에 명철함이 해쳐져서 제각기 득실이 있게 된다.

첫째 : 굳세지만 꼼꼼하지 못한 사람
미세한 일을 처리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개괄적으로 크게 논의할 때에는 매우 넓고 고원하지만 섬세한 이치에 대해서는 호탕하게 대충 건너뛴다.

둘째 : 지나치게 엄격한 사람
자신을 굽힐 줄 모른다. 그러므로 법대로 곧게 처리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과단성 있게 처리하여 공정하지만, 융통성이 필요한 일에는 고지식하게 꽉 막혀서 먹혀 들지 않는다.

셋째 : 고집스럽고 강경한 사람
사실을 따지길 좋아한다. 그러므로 미세한 이치라도 드러난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철저하게
밝히려 들지만, 큰 도리에 대해서는 천박한 소견을 쉽게 드러내며 오로지 그것에 집착한다.

넷째 : 변론을 잘하고 구변이 좋은 사람
말이 번쇄하고 의견이 날카롭다. 그러므로 세상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는 정밀하게 살펴 이치를 궁구하지만, 큰 의리에 대해서는 말만 요란하고 실속이 없어서 두루 통하지 못한다.

다섯째 : 성정이 차분하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
깊이 생각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하찮은 일상사를 차례 짓는 일에 있어서는 활달하고 박식하지만, 일의 요체를 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당황하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여섯째 : 이해력이 얕은 사람
어려운 일을 깊게 사고 할 줄 모른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논변을 들으면 이긴 사람을 따라 쉽게 기뻐하지만, 자세하게 이치를 살피는 일에 있어서는 이리저리 요동하여 근거가 없다.

일곱째 : 관대하고 너그러운 사람
민첩하지 못하다. 인의를 논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상하고 우아하지만, 때에 맞추어야 할 일을 실행할 때에는 너무 더디어서 제때 처리하지 못한다.

여덟째 : 따뜻하고 부드러운 사람
기가 세지 못하다. 그러므로 도리를 음미할 때는 유순하게 따라서 조화롭게 소통하지만, 의심나는 논란거리에 대해서는 더디고 여려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아홉째 : 기발함을 좋아하는 사람
제멋대로 하고 특이한 것만 추구한다. 그러므로 꾀를 만드는 일에 닥쳐서는 얽매임이 없이 탁월하지만 청도를 살피는 데는 상식을 넘어 우활하게 된다.

이것이 이른바 "성품의 아홉 가지 치우침" 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각기 자기 마음으로 옳다고 여기는 것만을 이치로 삼는다.

일곱 가지 사이비 (似而非)

성품이 정밀하고 맑지 않으면 그럴 듯 하지만 일곱 가지의 사이비가 있는 주장을 하게 된다.

1.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지껄여서 이야기를 늘어 놓는 사람이 있으니, 이는 "막힘 없이 흐르는 듯" 하는 것이다

2. 알고 있는 이치는 적은데도 제시하는 단서는 많은 사람이 있으니, 이는 마치 "박식한 이해가 있는 듯" 하는 것이다.

3. 빙 둘러서 말하여 다른 사람의 뜻과 합치하고자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는 마치 "찬성하여 이해한 듯" 하는 것이다.

4. 맨 뒤에 말하여 어른인 듯 처신하며 많은 사람들이 편안히 여기는 바를 따르는 사람이 있으니, 이는 마치 "판단을 잘 내리는 듯" 하는 것이다.

5. 논란거리를 피하여 응답하지 않고 마치 "여유가 있는 듯" 하는 사람이 있는데, 실은 잘 모르는 것이다.

6. 서로 통하기를 원하면서 입으로만 알아 듣는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니, 이는 마치  "기뻐하는 듯" 하지만 사실은 기뻐하지 않는 것이다.

7. 이기려는 마음 때문에 사실적 근거도 없으면서 궁색해지면 묘한 말로 둘러대고, 자기가 불리해지면 남의 말 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사람이 있는데, 실은 비기기를 구하는 것으로,  이는 마치 "이치상으로 굽힐 수 없는 듯" 하는 것이다.

무릇 이 일곱가지 사이비에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간다.

주장을 펼 때의 세가지 실수

논변에는 이치로 이기는 경우도 있고 말주변으로 이기는 경우도 있다.
이치로 이기는 경우에는, 옳고 그름을 바로잡아 논지를 넓혀 가고, 미묘한 문제를 풀어 헤쳐서 소통하게 만든다.

말주변으로 이기는 경우에는 올바른 이치를 깨트려 기발한 논리를 추구한다. 기발한 논리를 추구하면 올바른 이치는 사라지게 된다.

아홉 가지 치우친 재질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논의할 때, 동일한 것도 있고, 상반되는 것도 있고, 뒤섞인 것도 있다. 동일하면 서로 이해하게 되고, 상반되면 서로 비난하며, 뒤섞이면 서로 절충한다.

그러므로 논변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가 잘 이해하는 방향으로 헤아려서 논하고, 상대방에게 씨알이 먹혀 들지 않으면 더 이상 말하지 않으며, 옆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난하지 않는다.
논변을 잘 못하는 사람은 뒤섞이거나 반대되는 방향으로 말한다. 뒤섞이거나 반대되는 것으로 말하면 상대방에게 먹혀 들어갈 수 없다.

비유를 잘하는 사람은 한마디 말로써 여러 일을 밝힌다. 비유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백 마디 말로써 한 가지 뜻을 밝히지 못한다. 백 마디 말로써도 한 가지 뜻을 밝히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이것이 말하는데 있어서 세가지 잘못이다.

논박 또는 비난시의 여섯 가지 잘못

논박을 잘하는 사람은 일의 근본을 풀어 헤치는데 힘쓰지만, 논박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을 따진다. 근본을 버리고 말단만을 따지면 말싸움이나 만들게 된다.

억지부리는 상대를 잘 공박하는 사람은 상대의 드세고 날카로운 기세를 먼저 피하고 나서 본래의 뜻을 잡고 점차 공박해 간다. 억지 부리는 상대를 잘 공박하지 못하는 사람은 말 꼬투리를 잡고서 상대의 날카로운 뜻을 꺾으려 한다. 날카로운 뜻을 꺾으면 화를 돋구게 된다.

오류를 잘 파악해내는 사람은 상대방이 범한 잘못을 바로잡아 주려 하지만, 오류를 잘 파악해내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굴복시키려고만 하여 성질만 거스른다. 굴복시키려 하여 상대의 성질을 거스르게 되면 원한이 맺히게 된다.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생각하던 것을 마침내 깨닫게 되면, 갑작스럽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도 가르치려고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빨리 알아듣지 못하면 (그 사람의 재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르치기 어렵다고 여긴다.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하여 얻은 것을 남이 빨리 이해하지 못한고 해서 그 사람을 가르치기 어렵다고 여기면 상대방은 분한 마음이 들게 된다.

한창 논쟁이 치열해지면 상대의 오류를 반박하기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논박을 잘하는 사람은 증거를 대서 상대로 하여금 돌이켜 생각하게 하지만, 논박을 잘 못하는 사람은 모욕을 주어 격분하게 만든다. 그래서 비록 만회할 만한 구실을 찾아보려 해도 그 분위기에서는 이미 돌이킬 방법이 없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마침내 험악한 말만 오가게 된다.

사람의 마음에 골똘히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귀가 있어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하는 두 사람은 각자 자기 생각만을 말하게 되어 경쟁하듯 서로 말을 제지 시키고, 상대방이 자기의 말을 듣게 하고자 한다. 하지만 상대방 역시 자기 생각 때문에, 상대가 자신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상대방이 이해 하지 못한다고 여긴다.사람들은 본래 누구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면 싫어하기 마련이다.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게 되면 노여움이 생겨나게 된다.

이와 같이 논박하는 데서 생겨나는 여섯 가지 잘못 때문에 분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분규가 생겨서 이득이 되는 점도 있다. 말하되 논박하지 않고 각자의 소견만을 진술하는 경우에는, 주장의 근거를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통달함에 있어서의 여덟 가지 재능

이로 볼 때, 담론을 통하여 이치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모름지기 총명함으로는 다른 사람의 말에 담긴 조리를 알 수 있어야 하고,
생각으로서는 타당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명석함으로는 기미를 볼 수 있어야 하며,
말로서는 자기의 뜻을 변론할 수 있어야 하고,
민첩한 사유로서 잘못을 고칠 수 있어야 하며,
방어력으로서 상대방의 공격을 막을 수 있어야 하며,
공격력으로 상대방의 주장을 격파할 수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주장을 격파하고 나서는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의 의견도 경청 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여덟 가지를 겸한 뒤라야 천하의 이치를 통달할 수 있다.
천하의 이치를 통달하면 다른 사람과 소통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덟 가지 좋은 점을 겸비하지 못하고 오직 한가지 재능만 지닌다면, 이해하는 바가 편벽되어서 가진 재능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참으로 완벽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케 하는 말이다.

1. 사물의 명실을 잘 구분하는 인재 (名物之材)
2. 구성력이 뛰어난 인재 (構架之材)
3. 통찰력이 있는 인재 (達識之材)
4. 말솜씨가 유창한 인재 (膽給之材)
5. 임기응변이 뛰어난 인재 (權捷之材)
6. 주장을 일관성있게 견지하는 인재 (持論之材)
7. 논파력이 강한 인재 (推徹之材)
8. 교섭에 능한 인재 (貿說之材)

통달한 재질을 가진 사람은 이 여덟 가지 재질을 겸하여 도로써 행하므로, 서로 통하는 사람과 말할 때는 같이 공감하여 마음으로 깨닫고, 일반 대중에게 말할 때는 안색을 살펴 그들의 성향에 따라 준다.

비록 밝게 이치들을 포괄하지만 그 것으로써 남보다 자신을 높이지 않고, 총명과 예지는 넉넉하지만 남보다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다.

좋은 말을 해주되 이치가 충분히 전달되면 그치고, 남에게 비루한 잘못이 있더라도 지나쳐 버리고 몰아세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표현되도록 도와주고, 다른 사람의 뛰어난 점을 칭찬해 주며, 비슷한 일을 들어서 남이 싫어하는 일을 들춰 내지 않으며, 예를 들되 자신의 장점을 예로 들지 않는다.

원칙적인 말을 하거나 절충적인 말을 할 때 두려워 하거나 싫어하는 바가 없고, 벌레 소리 같이 초라한 사람의 의견이라도 좋은 소리는 취하며,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우연히 좋은 말을 할 때는 칭찬해 준다. (상대의 논지를) 빼앗거나 용납함에는 마땅함이 있고, (주장할 때는) 물러나고 나아감에 주저함이 없다. 바야흐로 상대의 기세가 성대할 때는 자신을 굽혀 승복하는데 인색하지 않으며, 상대가 논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하더라도 자기가 이겼다고 자랑하지 않는다.

마음은 평안하고 뜻은 깨달은 바 있어 남에게 편파적임이 없이 스스로 도를 깨치기를 바랄 뿐이다.

이런 사람과는 더불어 세상을 경영하고 정사를 다스리는 일을 논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 물건 사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