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을 집도하라
전임 외과과장은 당장 수술해야 하지만 악성이라 조금 달랠 필요가 있으니 1년후 수술하라는 업무인수인계를 해주고 떠났다. 사실 작은 용종일때 내시경으로 잘라 버리면 아무일도 아니었는데, 워낙 바쁘고 또 건강체질이라 미루고 미룬게 일이 커진 것이다. 결국 전임자의 쓰레기를 청소해야 하는 것은 후임자의 과업이 되어 버렸다.
사실 아무도 정답은 모른다. 특히 작은 용종일 땐 악성종양으로 커질지 아니면 그냥 그 사이즈 그대로 머물지 알 수 없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용종이 커지고 암으로 드러나는 순간 짤라내야 하는데 워낙 건강치질에 일이 많다 보니 미리고 미룬게 원죄다. 물론 이 암덩어리가 얼마나 건강에 해를 끼치는지 그때는 예측할 수 없었겠지만 분명한건 지난 7년간 꾸준히 건강이 악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젠 이놈의 덩어리가 악성인지 여러 증세로 혹인이 되고 있다. 젠장! 용종처리를 못해 미루고 미루다 왜 나에게 이런 수술을 맡기는 것인가? 다른일로 전임 외과과장과 통화 했더니 ”아직도 수술안했어?“라는 질문만 던진다.
자. 수술을 해야 한다. 이제 이 암덩이 때문에 건강악화가 아니라 생명이 위태로워질게 눈에 선하다. 이 임세포가 생겨난 7년전부터 정확히 체력이 달리더니 지금은 허약체가 되어버렸다. 언제 수술을 해야 하나?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런데 문제는 센터장이 암 수술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병원에서 꽃보직만 역임하며 평생 환지 차트만 읽었던 사람이라 수술싸인을 하는 것이 두려운 모양이다. 왜? 수술을 해야 하죠? 꼭 지금 해야 하나요? 그게 암인데 맞나요? 그게 악성인데 맞나요? 어떤 사람은 안있어도 그냥 같이 잘 사는데 꼭 수술 해야 하나요?
다양한 과학적 근거와 눈의 확 들어오는 에비던스를 보고하면 고개는 끄덕이지만 결론은 수술 반대다. 외과에서 평생 보낸 나의 경험을 진솔하게 이야기 해도 센터장은 고개를 젖는다. 오히려 “이 암 떼내면 이사람 1년안에 마라톤 완주 힐 수 있다고 자신하시나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던진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동공이 흔들리고 홍조가 띈다. 전문용어로 BMIR이 다 드러난다. 본인만 모를 뿐이다. 온몸으로 표현한다. ‘내가 센터장 할때는 이런 수술 하면 안되요! 절대 수술은 안되. 아픈사람 없어야 하고, 수술은 불가능해!’, ‘혹시나 생길 의료사고의 가능성을 없애는 것은 수술을 안하는 거야!’.
참 안스럽다. 센터장은 사람이 나쁜게 아니라 역량이 없는 것이다. 그가 차트읽기의 대가이고, 병원차트관리붐야의 최고 전문가일지는 모르나 결코 센터장을 맡아서는 안될 사람이었다. 그냥 채트방에서 수다떨며 맛난 음식 먹고 사진찍고 SNS올리면 되는데 왜 센터장을 맡아서. 하기야 전임 병원장 시절엔 그 누구도 보직을 하지 않을때이고 심지어 병원 부원장이 6개월마다 그만둘때이니… 역량부적의 인사가 이해는 된다.
센터장에게 바로 적절치 않은 질문임를 지적하자 바로 사과는 한다. 기본은 있는 사람이다. 다만 역량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이 문제다.
병원 본부에 물어보니 이정도 수술은 결과와 관계없이 진행해도 된다는 공식적인 의견을 받았다 이야기 했더니. 그건 우리 병원 본부의 생각일 뿐, 다른 병원 외상센터 물어봤더니 의료사고 나면 센터장이 다 책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은 환자가 죽던 말던 암수술 금지라는 것이다. 의료사고의 위험이 0.1%라고 있으면 수술 불가라니. 그러면서 환자가 건강했으면 한다고 바램을 이야기 한다.
기가찬다.
더 황당한 것은 안과과장 이야기를 들어보니 치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의사들과 수다를 떨면서 외과과장은 맨날 암수술만 주장한다고… 근거 없이 암이라 진단한다고… 외과과장이 병원전체 외상센터도 맡고있고, 병원 연구소도 맡고 있고, 의대에 레지던트가 가장 많은 사람이니 아예 외과과장 자리 내어놓고… 그자릴 정신과 의사로 대체해 암 관리 시키는게 낫다는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한다.
나원참. 우리 센터의 수준과 발생되는 일들을 병원장이나 의료법인 시사진에게 이야기 할 것도 아니고…
환자는 죽어가고
암덩이는 점점 악성으로 커지고
센터장은 수술 못하게 하고
전공의가 아닌 전공에서 암센터 맡겠다 하고
혼자는 살려달라 내 손을 잡는데
나는 진정한 의사가 되어야 하는가?
그냥 센터 직원이 되어야 하는가?
만추문예
단편소설. 03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