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옥 작가님을 만나고 왔다
참! 고맙고 감사한 강의였다.
진천 가는 길은 고개가 많았다. 일기예보에서는 맑다고 했는데 비가 내렸다. 그래도 눈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와 낮게 내려앉은 회색 구름 때문인지 고개를 오르고 내릴 때마다 차창 밖 풍경이 미지의 나라를 여행하는 것처럼 이국적으로 보였다. 덩달아 마음도 조용히 내리는 비만큼 잔잔히 떨렸다. 나는 진천군립도서관으로 가고 있었다. 귀한 분. 김미옥 작가님을 뵈러 가기 위해서였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북 콘서트에 간 것은 처음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실까 궁금했다. 작가님의 강의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수많은 책을 읽고 쓰며 쌓인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강의였다. 나는 경청했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강의는 순식간에 끝이 났다. 마치 마지막 자막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벌써 끝나? 하며 아쉬워하는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를 본 것처럼. 정말 아쉬웠지만 마음속으로 다음을 기약했다.
늘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 나에게 작가님의 강의는 오랫동안 생각했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작가님은 '내'가 주제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자신만의 문체로 자기 다운 글을 써야 한다고 하셨다. 자신의 생각을 진실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 나의 진실. 내 삶의 진실. 생각해 보면 진실 중에는 아름다운 일보단 슬픈 일이 많다. 기억 저편에 있는 수많은 날들 중에는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할 날도 있을 것이다. 그날들이 만들어낸 일들은 곧 아픔일 것이다. 커다란 용기를 내야만 열어젖혀 얘기할 수 있는 아픔. 감성의 근원이 되면서도 용기가 있어야만 말할 수 있는 것.
글이 써지지 않는 이유는 진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픔을 말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을 열어야 한다. 진실하지 못하면 꾸며진 거짓을 쓰게 된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거짓이 쌓이면 결국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마저 거짓이 되어 버릴 것이다. 자가님은 아팠던 슬픔을 희극으로 쓰셨다. 작가님 페북의 글과 책을 읽을 때마다 웃으면서도 슬픔을 느꼈다. 웃음이 클수록 슬픔은 더욱 은은히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다. 순식간에 혀와 뇌를 홀리는 극강의 단짠이 아니었다.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 고민하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았다. 이제는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비록 부족하고 남루한 필력이지만 써 보려 한다. 쓰다가 써지지 않으면 리프레시할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먼 곳이어도 찾아가 작가님의 강의를 들을 것이다.
참! 고맙고 감사한 강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