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해보셨습니까?
생명을 구하는 행위만큼 숭고한 것이 어디 있을까? 너무나 숭고하기에 희생이 따라야 할 것 같고 감히 나 같은 존재는 할 수 없을 것 같은 큰일 같은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하지만 SNS 살펴보면 길거리의 작은 생명들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듯하다. 나는 첫째를 발견한 앱에서 누군가 작은 고양이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려동물 구조 앱에는 댓글 란이 있었다. 그 댓글란에 누군가 첫째가 입양이 되었는지 댓글을 다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내가 입양했고 아이는 건강해다라고 답을 해줬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안심한 듯 고맙다며 답을 주었다.
'생전 모르는 사람도 고양이 한 마리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뜩 고양이의 안부를 걱정하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싶었어서 가입한 SNS 그룹에 유기된 고양이를 입양했다고 글과 첫째의 사진을 올렸다.
"띠링~"
글을 올리고 잠시 후, 어떤 여성분에게 쪽지를 받았다. 이분은 구조 앱에 메시지를 남긴 사람은 자신의 남편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사실 첫째를 처음 발견한 분은 바로 이 분이었고 나와 같은 그룹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내 글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이 분에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니 첫째를 길거리에서 구조해서 올린 사진과 사연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다. 이 사람이 최초 구조자였다. 나는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그래서 그렇게 걱정을 해 주었구나 하면서, 아무 상관없는 한낮 고양이인데 지나치지 않고 구조해 줘서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이분이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나와 첫째와의 인연은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나와 첫째와의 최초 연결 고리인 셈이다.
우리는 첫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약간 빈혈이 있어 보인다는 것과, 매우 순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빈혈은 만성 신부전의 증상 중 하나였다. 또한 구조자님이 길거리에서 구한 고양이는 첫째가 처음이 아니었다고 한다. 또 다른 고양이가 있었지만 그 고양이는 정착하지 못하고 결국 다시 길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첫째가 입양이 잘 돼서 내심 기쁜 것 같아 보였다. 물론 메시지로 밖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무엇보다 생명을 소중이 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배고픈 고양이를 구조하지도,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메시지 상으로나마 감사의 인사를 했고, SNS상으로 친구가 됐다. 그 후로는 그분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도 알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고양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손길을 거쳐간 존재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곁에 두어야만 한다면, 적어도 그 사람을 잘 알고 싶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아직까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와서 이야기 하지만 첫째를 유기한 사람이 정말 미웠다. 아니, 첫째가 버려졌는지 스스로 도망쳐 나왔는지 우리는 정황조차 알 수 없었다. 알고 싶은 것은 너무 많았지만 물어볼 대상이 없어서 너무나 답답했었다. 신장병이 유전적인 것인지, 어떤 원인으로 발병한 것인지, 어떤 치료 방법이 효율적인지 등등 모든 것을 우리 부부가 결정해야만 했으니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나 첫째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구조자와 연락이 되는 것은 너무나도 기쁜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떤 이는 생명을 버릴 수도 있지만, 어떤 이는 버려진 생명에 작은 관심을 갖고 돌봐 주기도 한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생명에 관심을 가지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저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행을 베풀면 되는 것이다. 그 작은 선행이 어떤 이에게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된다는 걸 스스로 체험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