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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y 03. 2020

이름을 지었어.

하얀 고양이 모찌.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고양이가 있을까? 고양이 숫자만큼의 이름이 있을 테고, 길고양이도 누군가 불러준다면, 그 호칭이 바로 이름이 될 것이다. 그 수많은 이름 중에서, 나와 남편은 첫째의 이름을 지어야 했다.


첫째는 우리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에 있는 티비장 밑으로 미끄러지듯이 숨었지만 단 몇 초 만에 다시 나와 버렸다. 마치 탁구공이 벽에 튕겨 나오듯이 말이다. 그리고는 바로 거실 바닥에 옆으로 눕는 것이 아닌가.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서 공간이 바뀌면 구석에 숨어있곤 하는데, 첫째는 ㅔ몇 초 그런 듯하다가 무슨 이유인지 아무것도 없는 거실 바닥에 덩그러니 누워 버렸다.  나는 이때  사람으로 치면 큰 대자로 누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상당히 의외였다. 숨어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몇 초도 안돼서 바로 나와버렸다. 적응이 너무 빨라서 내가 당황할 정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너무 오랜만이어서, 강아지 밥그릇을 고양이용인 줄 알고 잘못 구매했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에 대해 너무 무지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급하니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신부전 사료와 물을 준비해서 첫째에게 먹이고 이름표를 만들어 주문하기로 했다.


이 당시에 내가 사는 집은 5층 빌라의 3층이었는데, 다행히도 모든 창문에 방범창이 달려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먼저 결혼해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던 친오빠가 창문을 통해 도주할 수도 있다는 조언을 했기 때문에 이름표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주문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이름이 필요했다. 첫째를 데려올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어떻게 할지 상당한 고민을 했었다.

뚠뚠이, 만두, 하양이... 강력한 이름 후보에는 주로 먹는 것이 많았다.. 첫째는 하얀 장모 페르시안이었기 때문에, 색깔이나 외모와 관련된 단어가 많이 거론됐다. 그러다가 갑자기 '모찌'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동그랗게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 하얀 모찌 (찹쌀떡)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외래어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반려동물들이 사용하고 있는 이름이었다.


목걸이 주문은 미리 봐 둔 집이 있었기 때문에 금방 끝났다. 그제야 나는 비로소 안심을 했다. 이름이 생겨서인지 이제야 정식으로 우리 부부의 고양이가 된 것 같았다.


목걸이를 주문하고 첫날밤을 맞이했다. 신기하게도 모찌는 마구 울어대지는 않았다. 보통 고양이들은 입양 첫날이 되면 변경이 변해서 많이 울어댄다고 한다. 하지만 모찌는 아직 기운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안락한 곳을 찾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간간히 “냐옹” 하고 울기는 했지만, 매우 조용한 타입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적응을 잘하는 듯 보였다. 아마도 유기된 지 몇 달이 지나서 구조가 된 탓인지도 모르겠다. 모찌도 이제 집이 생긴 것을 알아챈 것일까.


"그래. 모찌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우리 잘 지내보자, 여기서는 안심해도 괜찮아."

모찌의 머리를 몇 번씩 어루만지고 또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며칠 후,  주문했던 이름표가 왔다. 빨간 색깔 인공가죽 소재는 모찌의 하얀 털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이름표는 니켈 같은 느낌의 소재였는데, 정확이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소재의 색상과 재질이 모찌의 털 색깔과 너무 잘 어울렸다. 앞면엔 모찌라는 이름이, 뒷면엔 내 전화번호가 쓰여있었다. 그리고 하얀 방울이 달려있어 가끔 방울 소리가 났다. 이 이름표가 있다면 다시 널 잃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목걸이는 좀 귀찮겠지만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으니 모찌에게 착용을 시켰다. 역시나 얌전한 모찌라고 하더라고 무언가 착용하는 것인 싫었는지 뒤로 엉금엉금 물러섰다. 고양이들은 강아지들과 달리 몸에 걸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하지만 잠시 후, 익숙해졌는지, 아니면 포기했는지 모찌는 목걸이를 한 채로 거실 바닥에 드러누었다.


"모찌야 사진 찍어줄게."


모찌를 달래고 또 달래서  식탁 의자에 앉혔다.


"찰칵"


모찌라는 이름이 생기고 첫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뭔가 표정이 불만에 가득 차 있다. 

사진을 남편에게 보냈더니. 밥이라도 안 줬냐며, 불만 있냐고 도리어 나에게 물어본다.


'마음에 안 드는 걸까?'


모찌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지 이미 정해졌는걸.


이제 모찌는 우리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이름표를 하고 사진을 찍은 모찌, 불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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