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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 May 09. 2020

동물 병원은 싫어

그래도 우리는 식구잖아. 

나에게 동물 병원은 추억이면서도 가슴 아픈 존재이다. 수많은 생명들이 아파서 찾아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게 애절한 곳으로 생각하는데 고양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모찌도 통원하는 길을 가장 싫어했을 것 같다. 우리는 모찌를 위해 핑크색 우주선 케이지를 구입했다. 당시 모찌는 2킬로 대 였으므로 케이지에 들어가고도 남았다. 


우리 부부는 모찌를 입양하고 나서 몇 주에 한 번씩 동물 병원을 방문했다. 먼저 피검사를 하고 신장 수치를 검사했는데, 안정된 수치이지만 이미 정상 범위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원장님은 아무래도 만성 신부전인 것 같으니 계속해서 치료 사료 먹여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모찌는 남아로 아직 중성화가 되지 않았고, 이빨 상태가 심각하다고 했다. 피검사 결과 수치는 정상은 아니지만 마취는 되는 수준이라서 중성화와 스케일링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 실 이만 페르시안은 발정기를 그냥 지나가는 개체가 간혹 있다고 들었다. 모찌는 그런 고양이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단 중성화를 해주기로 했다. 이미 3살 이상의 성묘로 추정되었고, 마취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고양이를 키우긴 했지만, 대부분의 케어는 엄마가 해 주었기 때문에 나 스스로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수술을 끝내고 모찌가 나오자 마취가 풀리면서 눈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나는 마취가 풀릴 때까지 모찌를 꼭 안아주었다.  갓난아이처럼 내 가슴에 안겨 창가 쪽을 내다보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원장님은 모찌의 이빨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고 했다. 한쪽은 기형적으로 생겨서, 아마도 선천적으로 이상이 있는 듯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다른 한쪽은 정상이어서 어떻게든 한쪽으로 먹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상당한 치석으로 보아 5살까지도 추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전 주인이 전혀 케어를 안 했을 수도 있어서 이지경이 됐을 수도 있고, 유기를 당한 지 많은 시일이 흘러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모찌의 나이는 여전히 미궁이었다. 3살인지 5살인지 알 길이 없었다. 


원장님은 다시 병원에 올 날짜를 잡고서 처방 사료를 몇 가지 추천해 주셨다. 물론 일반 사료보다 값이 비쌌다. 우리 부부는 아이도 없었기에 모찌에게 그만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신장의  기능은 서서히 저하될 것이고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말기에는 많은 금액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치료비 생각을 하니 갑자기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모찌의 전 주인은 모찌가 아파서 버린 게 아닐까?"


나는 남편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남편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투로 대답을 대신했다. 정답은 알 수 없었다. 모찌는 발견 당시 미용이 되어있었지만,

상태로 보아 몇 달은 유기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리고 신장병이 발병한 상태였다. 신장병 때문에 유기된 것인지, 누가 잃어버린 것인지 끝까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면 쫄보인 모찌는 집을 나갈 녀석은 아니었다. 


모찌는 비록 신부전이었지만 언제나 식욕은 왕성했었다. 모든 잘 먹는 것에 비해서 줄 수 있는 것이 너무 한정적이라 가슴이 더 아팠다. 그럼에도 우리 집에 너무 잘 적응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처방 사료에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는 알레르기는 없었지만, 변비가 더 심해졌다. 어쩔 수 없이 더 비싼 처방 사료로 바꿔 주기로 했다. 비용은 조금 더 들었지만 수치는 다소 안정적이길 바라면서 새로운 사료를 구입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나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아주 멀리 하남에서 오신 손님이었다. 그분은 동물 병원 밖에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공지를 보고 오셨다고 했다. 모찌를 입양한 병원에서는 유기된 고양이나, 부상 묘를 치료해서 새로 입양 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원장님도 병원에서 고양이를 직접 키우기도 했다.  엄마와 아이 두 명이 입양될 아기 고양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원장님이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오자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접종일자를 알려주셨다. 아이들은 고양이를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그 고양이도 모찌처럼 새 식구와 첫 만나는 순간이었다. 모찌와의 첫 순간을 다시 떠오르면서 생명을 책임지는 것은 행복한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임 따르지만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이들의 엄마는 고양이를 위해 케이지와 아기 고양이용 사료를 구입하고 다음 내원 날짜를 확인하곤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조용히 아기 고양이의 행복을 빌어줬다. 


새 집에 적응 중인  모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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