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생일도 모르면 내가 만들어줄게.
모찌가 막 입양되었을 땐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고양이 카메라를 설치했었다. 출근하기 전에 충분히 물과 사료를 주고 갔었지만, 모찌는 일단 지병이 있었다. 나는 되도록 정시에 퇴근해서 남편보다 일찍 집에 도착했는데 집에 가까이 갈수록 카메라를 주시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모찌는 거실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거실에 앉아 우두커니 현관문을 보고 앉아있는 뒷모습이 보이자 너무나 사랑스러우면서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리고 빌라 복도에 들어서자 발소리를 들었는지 문 앞으로 다가와 '야옹' 거리기 시작 헸고 문이 열리자 내게 다가왔다. 나는 언제나 외출을 하고 돌아오면, 모찌를 마치 갓난아이처럼 한 번씩 안아주었다. 모찌도 건강할 때는 나와 눈을 마주치곤 했다. 이건 남편과는 하지 않는 나와 모찌만의 인사법인 셈이다.
퇴근 후에 당시에 유행하던 라라 랜드의 사운드 트랙을 들으면서 사료와 물을 갈아주고, 화장실을 치워주었다. 그리고 털을 빗겨주고 마지막에 로봇 청소기를 돌렸다. 로봇 청소기를 무서워했던 모찌는 나를 따라서 침대 위로 올라서 골골 송을 부르는 것이 남편이 오기까지 우리의 일과였다.
그래서인지 나와 모찌는 매우 친했다. 이런 신뢰관계는 매우 빠르게 형성했는데, 모찌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솔직히 나는 병원에 찾아간 것뿐이지, 모찌가 나에게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었고 실질적으로 내가 면접에 합격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지금까지도 다른 고양이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머리를 쓰다듬고, 전신을 쓰다듬고 , 사랑을 표현해주는 행위. 이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있을까. 고양이라는 동물은 신비로우면서도 알 수가 없다.
2주 정도 지나자 모찌는 건강도 서서히 회복되었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줘도 반응하다가 이내 지쳐 앉아버리고 했는데, 이제는 제법 점프도 하고 우다다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이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모여 모찌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주었다.
나는 요령이 없는 건지, 체력이 없는 건지 낚시를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던 모찌는 남편이 낚시를 흔들기만 해도 열심히 뛰어올랐다. 내심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의야하기도 했지만 모찌의 건강이 점점 회복되는 것 같아서 내심 기쁘기도 했다. 우리 부부는 가지고 있는 미라리스 카메라로 모찌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는데, 가끔은 모찌의 동작이 점점 빨라져서 동작을 놓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게 느껴졌다.
카메라를 새로 사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나는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자기. 모찌 생일은 언제로 할까요?"
생각해 보니 나이도 생일도 우리가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에 정해야만 했다.
남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아, 처음 온 날쯤으로 하는 게 어때요?"
그리고 날씨를 잠시 따지더니 6월 7일이 적당할 것 같았다.
이렇게 모찌의 생일이 정해졌다. 고양이 당사자는 말을 못 하니 우리가 적당히 정해줬다. 인간들의 편의에 의해서 말이다. 하지만 생일은 생일이니 다음에 돌아온다면 기뻐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에 생일이자 입양 기념일이니 뭔가 해주고 싶었다.
'뭔가 좋은 것이 없을까... '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인터넷에서 촬영 이벤트가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도 있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 낯선 장소에 가면 긴장을 하곤 한다. 하지만 아주 오랜 시간밖에 있는 걷도 아니고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어서 크게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게디가 모찌의 건강은 점점 좋아지고 있었으니까.
이벤트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일단 남편 몰래 이벤트에 응모했다. 이런 이벤트도 처음이었고, 모찌의 사진을 찍으면서 카메라도 바꿔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우리는 아이가 없었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빌려서 가족사진을 촬영을 해보고 싶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이때 촬영하기 너무나 잘했다. 솔직히 모찌와 가족처럼 남은 사진은 손에 꼽을 만큼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흔치 않은 촬영이기도 했다.
'이벤트 결과는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