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날을 열며
비운다는 것으로 포장한 채 팽개쳐진 삶은 무력함과 공허함으로 가득찼고,
한심하게 게으른 마음은 손가락 관절까지도 불편한 일상을 만들어 냈다.
여기저기 신년을 축하하는 들뜬 소망들이 멀게만 느껴지는 밤이었다.
나에게도 어느날은 이처럼 들뜬 새해를 기대하던 때가 있었을텐데...
어제와 다름이 없는 오늘이지만, 달라야 할것만 같은 오늘이,
다가올 시간이 무겁게 잔뜩 긴장한 어깨에 내려앉는다.
무사히 잘 넘기나 싶더니, 감기가 찾아왔다.
연말이면 언제나처럼 치르는 한해털기. 감기약에 취해 하루종일 멍을 때린다.
내일이면 집 문을 나서는 또 다른 내가 하루의 절반을 이어가겠지.
열심히는 아니지만 한뼘만큼만 귀하게 내일을 살아보자.
photo 2019 덴마크 코펜하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