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중간에 서서
모든 것에서 나는
본질에 이르고 싶다.
일 속에서, 길을 찾으며
심장의 동요 속에서,
지나간 날들의 진상에
그 원인에
근거에, 근원에
핵심에 이르고 싶다.
항시 운명들과 사건들의
실을 부여잡고
살고,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발견하면서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1956
한때 나는 이 시에 열광했었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필요했고, 삶이 버겁기만 했던
세일러복 예쁜 교복을 입고 새벽아침마다 스쿨버스에 몸을 싣던
그 소녀를 견디게 해주던 그 언어들.
어른이 되어서도 시는 변하지 않고
나침반처럼 생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4년전 피렌체 하늘도 그랬다.
자연이 보여주는 것은 그저 파랗고 붉었다가 노랗게 불타오르다가 보라색이 되었다.
지쳤다가 때로는 기쁘기도 하고 슬픔에 분노하다가도 비로소 겸손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photo 2016 이탈리아 피렌체 와인농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