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나씩 아무거나 02_글쓰는 근육이 사라졌다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일기를 쓰고,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끄적거리던 때가 있었다.
거리두기라는 핑계로 빈둥빈둥 눈동자만 돌리면서 보냈더니
두어자 쓰는 것조차 물러터진 궁둥이는 허락하지 않았고
일기는 연기가 되어버렸다.
작년에 고작 10일도 채우지 못했다.
몸에서 근육은 없어지고 늘어진 지방덩어리가 되고 있는 동안
생각하는 근육도 쓰는 근육도 그만큼 다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빠져나갔다.
몸과 마음이 하나였던가 싶은 순간이다.
이제, 나에게는
근대화를 열었던 르네상스까진 아니어도
근력 회복운동이 절실해 졌다.
매일 한시간을 공들여 걷을 때마다
아무거나, 무조건 쓰고 보자. 한줄이라도.
뒤늦은 부끄럼움 따위 개나 줘버리자.
photo 2023 포르투갈 포르투 / 2023 아무레퍼시픽미술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