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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elsilvere Mar 03. 2019

나의 미카엘, 오르한 파묵

나는 매일, 매시의 경과를 이 글에 기록해야 하는 엄숙한 의무를 지고 있으며 그 이유는 나의 날들은 나의 것이며 나의 평온한 날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에 기차에서 내다본 낮은 산들처럼 쏜살같이 지나가기 때문이다. 나는 죽을 것이고 미카엘도 죽을 것이고 페르시아인 채소가게 주인 엘리야 모시야도 죽을 것이고 레바나도 죽을 것이고 요람도 죽응 것이고 카디쉬만도 죽을 것이고 이웃들 모든 사람들 모두가 죽을 것이고 예루살렘 전체가 죽을 것이며 그러고 나면 기묘한 사람들오 가득 찬 기차가 지나갈 것이고 그 사람들은 우리들처럼 창가에 서서 기묘한 산들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볼 것이다. 나는 부엌바닥에서 개미 한 마리를 죽일 때에도 꼭 자신에 대해서 생각한다.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일은 얼마나 적은가. 아무리 세심한 사람이라도. 아무것도 잊지 않는 사람이라도.


미카엘은 미안하지만 몇 분만 자기 논문을 좀 들여다보아야겠다고 했다. 나는 커피를 홀짝이면서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건 그가 그러기를 바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아채고는 조용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사 해야 할 일이란 얼마나 작은 것인가.


나의 미카엘, 오르한 파묵



*

결혼식을 위해 하와이에서 만나게 될 엄마가 내게 물었다. 네 방에서 무엇을 갖다줄까?

나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남아있는 민음사 책을 모조리 다 갖다 달라고.

어제 그리고 그 전 날 밤은 내게 악몽같은 시간이었고 나는 별달리 할 일을 찾지 못한 채 내 책 들 한 가운데를 서성거렸다. 2012년에 읽었던 그의 책을 다시 한 번 손에 쥐어본다. 결혼의 무미건조한 감각을 누구보다 잘 표현 한 그였기에. 오늘도 나는 그 감정을 마음에 다시 새기며 읽고 웃다가 읽고 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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