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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Dec 15. 2023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 질문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2013년을 돌아보면서 산재해 있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2014년을 구체적으로 Design 할 수 있어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_ 故 한기호


  지인들과 함께 매년 연말이 되면 지나온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는 워크숍을 18년째 한 해도 빠짐없이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이 귀한 성찰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허락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는 이 차가운 계절만 되면 늘 생각나는 큰 어른이 있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특히 배우는 학생들을 사랑하는 일에 있어 어떤 원칙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큰 가르침을 주셨던 분이다.


  10년 전 Design2014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워크숍에 참석해 주셨지만, 워크숍이 끝나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은 새해, 2014년 1월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위 메모는 그분이 떠나기 전에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는 워크숍이 좋았다고 추천하는 마음을 담아 작은 쪽지에 남겨주신 글이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나 역시도 언제든 예측하지 못한 어느 날 떠날 수 있는 유한한 존재임을 기억하려 한다.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기는 어려운 일인데, 그 소중한 존재들도 언제까지 우리 곁에 머물지 않으신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기에, 나의 12월은 늘 분주하고 바쁘다. 고마운 벗들과 스승님들을 찾아가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에 늘 발걸음이 빨라지곤 한다.

존경하는 큰 어른, 故 한기호 원장님 (1962 ~ 2014)을 추모하며




  12월의 절반 정도가 남은 오늘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당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나요? 마음에 든다면 (혹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질문출처 : https://missioncamp.kr/916046637/?idx=62 

미션캠프 (https://missioncamp.kr/)에서 보내준 질문을 삼봄씨가 필사해 담아두고 답하고 있다.


  나는 셀카를 자주 찍어 나의 모습을 남기곤 하지만,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더 좋아한다. 올해의 나, 오늘의 나, 지금의 나는 홀로 있지만, 여전히 매 순간 만남을 준비하고, 만남 이후의 일들을 기록하고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이런 나의 삶, 특히 올해의 삶에 특별함 같은 것은 없다. 빛나는 삶도 아니다. 자랑할 만한 꺼리가 가득 찬 삶도 아니다. 지치고, 지저분하고, 정신없는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하루살이처럼 살아갈 때가 많지만.... 이런 나의 비루함이 그리 싫지만은 않다. 그래 그냥 내가 마음에 든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드는 이유를 답하는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다.



삼봄詩作 < 새해 맞이 >


      이 새벽의 어둠이 물러가면

      또 다른 해가 떠오를 것이다.


      한 해 한 해를 배경 삼고서

      새 길을 내기 위해 뚜벅뚜벅

      느리고 투박하게 걸어갈 것이다.


      길 위에서 민들레는 다시 피어날 것이고

      홀씨는 멀리멀리 날아갈 것이다.


      새로운 아해들을 반갑게 만날 것이며

      그대 안의 어른됨을 일깨울 것이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갈 때까지

      한 걸음 더 대딛기가 힘겨울 때까지

      걷고 또 걷다가

      하얀 민들레와 노란 민들레를

      매 해마다 만날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다가오는 새해를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_______________ 삼봄詩作 < 새해 맞이 >


  노란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이고 하얀 민들레의 꽃말은 '내 사랑을 그대에게 드려요'라고 한다. 故 한기호 원장님을 추모하며 영전에 올렸던 시 제목이 '민들레는 떠났고 바람은 불어온다'였다.


  큰 어른이 떠날 때마다 내 삶에도 바람이 분다.  오늘도 바람이 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스산하고 쓸쓸하다. 지금도 내 마음속에는 매일 매일 바람이 분다. 우리는 여전히 어른다운 어른을 그리워하는 꼬맹이고 덜 자란 미숙한 어른으로 철없이 살아간다.


 여전히 철없이 살아가는 삼봄씨에게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준 사랑하는 벗들과 스승에게 고마운 마음 남겨두고 싶은 날이다.


2023. 12. 15

질문술사

詩因 삼봄




덧붙이는 시인의 글

 어떤 사람이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그는 흙을 가져다 붓고 자신이 좋아하는 온갖 아름다운 씨앗들을 심었다. 그런데 얼마 후 정원에는 그가 좋아하는 꽃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민들레가 피어났다. 민들레는 아무리 뽑아도 어디선가 씨앗이 날아와 또 피어났다.

  민들레를 없애기 위해 모든 방법을 써 봤지만 그는 결국 성공할 수 없었다. 노란 민들레는 다시 또다시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전화를 걸어 물었다. 어떻게 하면 내 정원에서 민들레를 없앨 수 있을까요.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민들레를 제거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그 방법들은 이미 그가 다 시도해 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는 그에게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이것이었다.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_ 류시화 <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




CONCEPTZINE vol.106

 https://missioncamp.kr/2122006131/?idx=182

#Thanks2Q23 ||| 회고하고 성찰하는 인간 삼봄씨는 여전히 민들레는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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