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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봄 Dec 17. 2023

한 해를 돌아보기 위해 가장 먼저 답해볼 질문

지난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오늘 하루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 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을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이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 오래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구나

_  안도현 < 오늘 하루 >




미션캠프 (https://missioncamp.kr/)에서 보내준 두 번째 질문을 삼봄씨가 필사해 담아두고 답하고 있다.


올해 당신의 삶에서 가장 좋았던 것
세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올해, 365일이라는 숫자는 성찰하기엔 너무나도 크고 긴 숫자다. 올해라는 말보다는 오늘 하루 정도면 충분하다. “올해 당신의 삶에서 가장 좋았던 것 세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오늘 당신의 하루 중에서 가장 좋았던 것 세 가지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로 바꿔 답해보고 싶다.


  매년 반복적으로 하는 일이 있고, 새롭게 시도하는 일도 있다. 매일 반복적으로 시도하는 일도 있고, 오늘 하루만의 특별한 일도 있다. 이런 일상적인 하루들이 쌓이고 또 쌓여서 일 년이라는 삶의 단위를 만들어낸다. 하루를 성찰하는 삶이 쌓여야, 한 해를 돌아보는 힘이 생겨나는 법이다.


사랑하는 질문디자인연구소 멤버들 (사진에 빠진 분들은 죄송)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질문디자인연구소 구성원들과 송년 모임이 하루 종일 진행된 날이다. 10년 넘게 교류해 온 벗도 있고, 올해 처음으로 합류해 송년모임에 참석한 새내기 멤버도 있다. 연구소장으로서의 나의 역할은 1년에 한 번 이렇게 소중한 벗들을 초대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 다이다. 아, 물론 새로운 한 해 동안 품고 살아갈 질문을 디자인하도록 북돋아주는 것 또한 나의 일이긴 하다.

  “아름다운 마무리”,  매년 겨울이 되면 반복적으로 18년 동안 꾸준하게 한 해도 빠짐없이 함께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해서 벗들의 한 해 돌아보기 성찰 작업을 도왔다. 오래된 일이고 매년 반복하고 있는 일이지만 올 한 해 가장 좋았던 순간 중에 하나다.


올해의 돌아봄 리더는 와우디랩 대표 테디!


  두 번째 좋았던 일도 오늘 있었던 일이다. 리더들의 성장을 북돋아주고, 이끄는 질문을 품고 답하도록 돕는 것이 리더십 코치인 나의 일이다. 적지 않은 리더들을 만나는데, 꽤 오래전부터 매년 ‘올해의 리더’를 선정해서 상을 주고 싶었다. 결국 올해는 노벨상처럼 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삼봄 리더상‘을 만들었다. 삼봄이라는 이름에는 ’돌아봄 / 다시, 봄 / 그리고 돌봄‘이라는 세 가지 봄의 의미를 담았다.  그래서 ’삼봄 리더상‘도 세 분야로 구성했는데, ’돌아봄 리더‘상은 ’성찰하는 리더‘에게 주고 싶었다. 이 글은 ’삼봄 리더상‘의 소개글은 아니니, 차후 기회가 되면 두 상도 소개하겠다. 아무튼 올해 처음으로 ’삼봄 리더상‘을 오랜 벗이자 성찰하는 리더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와우디랩 최송일 대표에게 수여했다. 올 한 해 가장 뜻깊었던 순간이 바로 오늘 있었던 일이다.


 세 번째 좋았던 일 역시도, 어제의 일이 아니고, 내일의 일이 아닌, 오늘 하루의 일이다. 삼봄은 가급적 매일매일 소중한 질문을 선택한 후 그에 대한 답을 말이 아닌 글로 쓰는 삶을 살아가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두 권의 책을 펴낼 수 있었고, 매일 아침에 시 한 편을 필사해 벗들에게 선물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이렇게 한 해를 돌아보는 질문을 앞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올해 가장 좋았던 순간은 어제의 일도 아니고, 내일의 일도 아니어야 한다.


  로마의 시인인 호리타우스(Quintus Horatius Flaccus, B.C. 65~B.C. 8)는 이천 년 전에 이런 시구를 남겼다.


카르페 디엠,
쾀 미니뭄 크레둘라 포스테로
Carpe Diem,
Quam mainimum credula postero.


삼봄책장 ||| 라틴어 수업 ||| 라틴어 수업은 한동일 교수님이 최고!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본 유명한 말이지만 번역하자면 이렇다. ’오늘을 붙잡게. 내일이라는 말은 최소한만 믿고.’ 한 해를 돌아보는 질문 앞에 선 벗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 한 해에 대한 후회나, 새해에 대한 기대를 품기 전에, 오늘 하루에 스스로에게 감사할 만한 삶을 선물해 주기를 실천하자. 올해가 가기 전에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장 좋은 하루를 자기 자신과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면 더 좋고.


  올해가 가기 전에 다음의 질문에 답해보자.


지난 한 해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오늘 하루,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 해를 돌아보는 질문에 머물 수 있는 하루를 만들어가시길 바라며…. 삼봄씨가 질문과 빈칸을 선물로 보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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